▲<웡카>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그러나 초콜릿이 항상 달콤하지는 않은 법. <웡카>가 다크 초콜릿처럼 씁쓸한 순간도 적지 않다.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물질주의에 찌든 어른과 아이들이 그들을 닮아가는 세태를 풍자한 원작 소설과 맥을 같이한다. <웡카>는 윌리 웡카와 초콜릿 카르텔의 갈등을 통해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기득권의 욕망과 부정부패를 비판한다.
초콜릿 카르텔은 새 초콜릿 메이커의 등장을 제도적으로 막아 독과점 시장을 유지한다. 초콜릿 판매법이 그들의 무기다. 법에 따르면 초콜릿은 가게에서만 팔 수 있다. 그 때문에 윌리는 난관에 부딪힌다. 거리에서 초콜릿을 팔지 못해 돈을 못 벌고, 돈이 없어서 가게를 못 구하고, 가게가 없으니 결국 초콜릿을 못 팔기 때문. 이는 초콜릿 카르텔이 몰래 빼돌린 초콜릿을 뇌물 삼아 경찰서장과 주교 등을 구워삶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가족 영화이기 때문인지 비판적인 메시지가 직설적이지는 않다. 악역을 동화 속 욕심 많은 빌런처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게 그 일환이다. 초콜릿 카르텔은 느끼하다고 느껴질 정도고 끈적한 노래를 부르고, 초콜릿을 뇌물로 받은 경찰서장은 자기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체중이 불어난다. 하지만 그들이 잔혹한 계략을 꾸미는 대목 등에서는 새 도전자를 쳐내는 각계의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은연중에 드러난다.
핫초코처럼 따뜻한 프리퀄
다만 씁쓸함 덕분에 <웡카>의 끝은 핫초코처럼 따뜻하다. 관객의 마음을 녹여준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와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왕 윌리 웡카를 보다 보면 자연히 위로와 응원을 받을 테니까. 윌리가 만들어 준 특별한 초콜릿을 먹은 후, 가난하면 항상 질 수밖에 없다고 자조하던 누들이 한줄기 희망을 맛보듯이.
영화의 교훈에도 힘이 실린다. 엄마의 마지막 초콜릿을 마침내 먹는 순간, 윌리는 그녀의 편지를 발견한다. 남과 함께 나누는 초콜릿이야말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이라는 내용의 유언을 읽는다. 이 메시지는 예상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윌리가 초콜릿을 독점하려고 갖은 수를 쓰던 초콜릿 카르텔과 치열하게 싸운 후이기 때문. 그에게 엄마와 초콜릿이 동의어라는 사실을 관객이 충분히 인지하기도 했고.
원작과의 연결고리라서 더 인상적이다. 소설에서 윌리 웡카는 찰리 버켓을 자기 후계자로 지명한다. 가난에 쪼들리는 와중에도 초콜릿을 욕심내지 않은 찰리에게서 웡카는 엄마의 유언을 발견했을 테니까. 더 나아가 곳곳에 숨은 오마주도 빛을 발한다. 웡카가 왜 하필 황금 티켓을 만들었는지, 공장에 왜 거대한 초콜릿 강이 있는지 그 이유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어떤 초콜릿이든 많이 먹으면 질린다
다만 초콜릿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금방 물리듯이, <웡카>도 끝으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 원인은 두 가지다. 우선 장르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한다. <웡카>는 팀 버튼의 2005년도 영화보다는 1971년도 영화의 오마주에 가깝다. 윌리 웡카의 의상, 세트와 움파룸파 족 디자인, 주연 배우의 외형만 봐도 알 수 있다. 달리 말해 <웡카>는 1971년도 영화처럼 뮤지컬 판타지 영화이자 아동 겸 가족 영화로 기획됐다.
그러다 보니 위기를 거쳐 절정에 다다르는 대목은 성인 관객 기준으로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는 케이퍼 무비의 플롯을 차용해서 윌리와 초콜릿 카르텔의 갈등을 풀어나간다. 그런데 윌리와 누들이 초콜릿 카르텔의 비밀 사무실에 침투하고 빠져나오는 과정에 운과 우연이 자주 끼어든 나머지 극의 짜임새가 느슨해진다.
여기에 뮤지컬 시퀀스를 초중반부에 집중한 선택도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 짜임새가 벌어지는 가운데, 이를 상쇄할 뮤지컬 장면도 없다 보니 빈 공간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 이처럼 한 번 떨어진 극의 밀도는 휴 그랜트의 움파룸파가 등장하는 장면처럼 코믹한 연출로도 미처 채워지지 않는다. 초반 신스틸러인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의 등장 횟수가 줄어든 것도 한 몫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영화를 읽는 하루, KinoDAY의 공간입니다.
종교학 및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영화와 드라마를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