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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의 기적 꿈꾸는 신태용, 한국 대표팀과 만날까

[아시안컵] 인도네시아, 28일 호주와 16강전... '카잔의 기적'의 주인공

24.01.28 10:59최종업데이트24.01.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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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아시안컵 호주와의 16강 전을 하루 앞둔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이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 아시안컵 호주와의 16강 전을 하루 앞둔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이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이 또 한 번의 기적을 쓰며 조국 대한민국과 만날 수 있을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28일(한국 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인도네시아의 사상 첫 아시안컵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인도네시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46위다. 아시아에서도 최약체군에 속하는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 이전까지 아시안컵 본선에 4번 출전했으나 한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해본 적이 없다. 2010년대 이후 최근 3번의 대회에서는 아예 본선조차 밟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D조 최약체로 예상된 인도네시아는 1차전에서 이라크에 1대 3으로 패배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압도적인 체격과 기량의 열세 속에서도 여러 차례 매서운 역습을 선보이며 선전했다. 그리고 2차전에서 동남아 라이벌 베트남을 상대로 1대 0 승리를 거두며 값진 승점 3점을 따냈다. 인도네시아로서는 2007년 4개국 대회 이후 아시안컵 본선에서 무려 17년 만에 거둔 승리였다.
 
최종전에서는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는 일본을 만나 전력의 차이를 확인하며 1대 3으로 패배하여 D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인도네시아는 2004년과 2007년 대회에서도 똑같이 1승 2패의 성적을 거뒀으나 당시에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바 있다. 하지만 본선 참가국의 숫자가 늘어나며 조 3위 상위 4개팀까지 와일드카드로 16강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 차이점이었다.
 
중국과 오만이 2무 1패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하면서 인도네시아는 3위팀들 간 경합에서 4위를 차지하며 극적으로 16강 막차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운이 따라준 결과이기도 했지만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나서 확연히 달라진 인도네시아 축구의 성장세를 증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시안컵 16강 진출팀 중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은 이제 신태용의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 또다른 한국인 사령탑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3대 3 무승부를 기록하는 이변을 일으켰으나, 아쉽게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신태용 감독은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김판곤 감독 등과 더불어 최근 동남아축구의 한류 신드롬을 주도하며 아시아무대에서 한국인 지도자의 경쟁력을 증명해냈다.
 
인도네시아의 16강 상대는 호주다. FIFA 랭킹 25위의 호주는 AFC에 편입된 이후 2007년 대회부터 늦게 합류했음에도 2015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을만큼 강팀으로 꼽힌다. 전력차를 감안할 때 인도네시아가 호주를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비기고, 이라크가 일본을 잡은 것처럼 축구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호주-인도네시아전이 주목받는 것은 이 경기의 승자가 바로 한국의 다음 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16강전에서 사우디를 이기면 8강에서 호주-인도네시아 중 한 팀을 만난다.
 
만일 인도네시아가 올라오는 기적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에 이어 또다시 한국인 감독을 상대하게 된다. 특히 신태용 감독은 6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 대표팀를 이끌고 독일을 잡는 '카잔의 기적'을 연출한 인물이기도 하다. 아시안컵 본선에서 한국축구 전-현 대표팀 감독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그동안 저평가받은 대표적인 국내파 감독 중 한 명이다. 신 감독은 선수시절에는 K리그 최초의 60-60(득점-도움) 클럽을 이룬 레전드였고, 지도자로서도 성남FC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 한국축구 각급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U20월드컵-올림픽-월드컵 본선 등 메이저 대회를 모두 경험했을 만큼 국내 지도자 중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축구는 신태용의 재능을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소모시킨 측면이 있었다. 신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불과 1년 남겨놓고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전임 울리 슈틸리케의 구원투수로 임명됐다. 신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을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로도 과도한 비난 여론과 히딩크 재부임설, 잦은 실언, 본선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등으로 내내 논란에 휘말려야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최종전에서 독일전을 잡는 이변을 연출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축구계에서는 월드컵 이후 신 감독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줘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시 국내파 감독에 대한 저평가가 극심했던 분위기 때문에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신 감독은 결국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주고 물러났다. 한국축구는 이후 외국인 감독들이 잇달아 지휘봉을 잡게되면서, 신 감독은 현재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따낸 마지막 국내파 감독이 됐다.
 
야인이 된 신태용 감독은 2019년 12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ACL 우승과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경험한 명장이 아시아에서도 축구변방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로 간 것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그럼에도 신 감독은 과감한 도전으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신 감독은 한국에서처럼 20세 이하, 23세 이하 연령대별 대표팀까지 겸임하면서 체계적 시스템을 도입했고 젊은 선수들을 적극 육성하며 인도네시아 축구를 몇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현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6강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외국인 감독인 클린스만의 리더십에 대한 물음표가 끊이지않고 있는 상황이다. 클린스만호의 극심한 부진은 함께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한 신태용 감독이나 파울루 벤투 현 UAE 감독 등 전임 대표팀 감독들에 대한 재평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호주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의 승률은 30% 정도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하면서도 "이기고 8강에서 한국과 만났으면 좋겠다"라는 속마음을 전했다.

또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한국이 조별리그를 힘들게 치렀는데,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믿고 악플 대신 응원을 먼저 보내달라"고 강조하며 전임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애정어린 조언과 당부도 덧붙였다.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에서 독일을 잡았던 카잔의 기적처럼, 이번 아시안컵에서 도하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한국과 재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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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감독 인도네시아축구 아시안컵일정 8강대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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