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1화 에필로그에서 열일곱 살 조삼달(신혜선 분)과 조용필(지창욱 분)은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며 육지로 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다. 그 장면은 제주 도두봉에서 촬영되었는데 그곳이 나의 시댁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고, 일 년에 두 번은 오르는 곳이다. 대학교를 마치고 스물넷에 취업을 위해 고향인 대구를 떠나 수도권으로 올라와서 결혼하고 정착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지방과 서울의 정서를 잘 안다.
이번 드라마는 2022년 방영한 tvN 토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견줄 만하다. <우리들의 블루스>가 40, 50대 가족을 겨냥했다면 <웰컴투 삼달리>는 30대 우정과 사랑을 다뤘다.
1. 제목
2005년 박광현 감독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떠올리게 하듯, 제주 삼달리라는 지명을 이용하여 삼달리로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삼달리 출신의 동명의 '조삼달'을 환영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1986년생 조삼달을 비롯해 독수리 오형제인 친구들이 모두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가서 저마다 쓴맛을 보고 각각 다시 고향인 제주 삼달리로 내려오게 된다. 18년이 흐른 뒤 혼자 서울에 남아 사진작가로 잘 나가던 조삼달마저 후배 갑질 의혹으로 망해서 돌아오게 된다. 고향을 떠나 있던 조삼달이 다시 고향에 와서 우정과 사랑을 회복하고 사진작가로서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제목이다. 같이 온 세 자매 조진달, 조해달도 제주에서 다른 삶의 길을 찾게 되면서 이들을 모두 환대하는 따뜻한 제목이다.
2. 결말
조삼달은 18년 전 조용필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졌던 그를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갑질 의혹을 벗고 기상청 사진전을 계기로 사진작가로 제기한다. 독수리 오형제 친구들도 모두 제 자리를 찾는다. 왕경태(이재원 분)는 떡볶이집 사장, 차은우(배명진 분)는 웹툰 작가, 부상도(강영석 분)는 상도 횟집 분점을 차려 성공한다. 조용필은 세계기상기구(WMO)를 갔다가 기상청 본청에서 일한다. 젊은 세대들은 모두 고향인 제주를 떠나 서울로 가서 각자의 꿈을 펼친다. 이미 20대에 한번 서울 상경했지만 실패, 고향인 제주로 내려오고 다시 도전한 것이다. 16화의 삼달이의 말처럼 "또 실패하면 다시 오면 되지" 하면서 제주를 이야기 한다.
현재는 인서울을 하기 위해 공부하거나 취업을 준비한다. 그런 현실을 반영하듯 서울로 상경하는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 오고 힘들 때 다시 고향을 찾아가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 다시 도전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 '무진기행'처럼 서울에서 도피하듯 무진으로 간 주인공이 등장한다. 고향이라는 곳은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자기 편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제주 해녀들이 살고 있는 삼달리라는 공간은 이웃간의 끈끈한 정이 있고, 우정으로 연결된 공동체가 살아있는 곳으로 재현되어 있다.
3. 인물의 재현성
주인공은 드라마의 제목, 동네 이름과 같은 조삼달이다. 삼달은 육지로 가서 성공하길 꿈꾸고 서울행을 감행한다. 김밥으로 떼우고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버스에 티서 졸다가 종점에서 허덕댄다. 비 오는 날 카메라 장비를 챙기는 모습이 그려진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성공을 위해 도전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잘 담아낸다. 그 과정을 이겨내고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진작가가 된다. 촌스러운 이름 대신에 '조은혜'로 개명하길 바랐지만 제주에 다시 내려와서 조삼달인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게 된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제주 은행 앞에 있는 조삼달, 제주 출신이 자신처럼 '쌩뚱맞게'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주인공의 처지를 잘 드러낸다.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홈그라운드인 고향을 떠나왔는데 자기 편 없이 버텨야 하는 삶이다. 뻔뻔하게 짠하게 있다고 제주은행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조삼달을 웃게 하고 달래는 것은 조용필이다. 이번에 지창욱을 재발견한다. 코믹하고 자상하고 노래하는 연기까지 다 된다. 여주보다 남주가 더 틀을 깬다. 그의 대사
#. 아무도 모르게 침묵 속에 사랑을 피워라
헤어진 8년동안 조삼달은 네 번의 연애를 했다. 그러나 용필은 한결같이 사랑한다.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기존의 남성의 사랑법과 다른 순애보의 사랑을 보여줌.
#. "나는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뭐가 됐든 다 이길 수 있어."
숱한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남녀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부모의 반대가 그 중 가장 많을 것이다. 부모가 반대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학벌, 신분, 경제력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조삼달과 조용필은 둘처럼 단짝이던 엄마들이 있다. 해녀 부미자가 고미자를 돕기 위해 바다로 갔다가 사고로 죽게 되고 용필 아버지의 원망이 크다. 그래서 반대한다.
#괜찮아
늘 조삼달이 무슨 일이 있을 때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괜찮냐고?" 18년 동안 한결같이 잊으려고 애쓰지 않고 지순한 사랑을 지켜오며 전 남친과 다시 결합해도 과거 헤어진 이유는 유지된다는 조심달의 말처럼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를 설득해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접고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인 또다른 엄마 고미자를 지키기 위해 꽃무늬 태왁을 만들어 기상청 CCTV로 지켜봐 왔다. 잘나가는 사진작가의 인터뷰를 챙겨보고, 모두가 등돌린 조삼달의 첫 사진전을 찾아가 유일하게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는 등 언제나 여전히 조삼달 편이다. 지순한 사랑에 더해 다른 사람의 상황에 대한 배려와 돌봄, 위로의 남성상을 새롭게 보여준다.
또 조삼달의 엄마 '고미자'씨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제주도는 여성들의 삶은 전통적인 여성들의 삶과 달리 독립적이다. 8화 "나가 무사 자식 돈을 받아 쓰나? 니 어멍은 죽기 전날까지 물질행 나가 벌어 나가 쓸켜." 자식이 도와주는 걸 성가시다고 하면서 스스로 손질. 전형적 제주도 어머니의 모습이다.
고백 한 번 못한 부상도도 인상적이다. 삼달을 좋아해서 용필과 삼각 관계가 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가난해서 나중에 노란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는데 용필이가 모는 파란색 용달차 다마스와 대조된다.
4. 제주라는 공간
서울에서 어려움을 겪은 주인공이 도피처로 선택하는 곳이다. 부모님과 옛 친구들이 있는 곳이지만 18년간 고향을 떠나 있었던 조삼달은 외지인처럼 행동한다. 나를 찾는 여행, 조삼달 찾으러 올래길을 떠나는 장면에서 코믹하게 그려진다. 제주 사투리도 잘 표현된다.
테마파크로 개발되는 곳이며 해녀가 있으며 고사리 장마라는 8화이 제목처럼 바다의 날씨가 변화 무쌍한 곳을 잘 담아냈다. 특히 카메라 앵글이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부감 앵글을 많이 써서 제주도의 풍경을 한눈에 보여주기도 하고 성산 일출봉의 일출이나 달리는 차 옆으로 제주의 바다가 담긴다. 조삼달과 조용필이 다니는 곳이 모두 제주도의 바닷가이다.
5. 조용필의 노래
이 드라마에서 음악 또한 큰 역할을 한다. 남주 조용필과 같은 조용필의 노래가 태연 등 가수가 부르고 극중 인물인 조용필도 동네 잔치에 가서 부른다. 그 뿐만 아니라 제주 토박이 해녀인 부미자가 외지인 고미자와 인연이 되는 건 조용필 덕분이다. 현재의 아이돌을 향한 팬덤문화처럼 남진과 나훈아로 대표되는 트로트계에서 조용필로 바뀌는 1980년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1981년부터 해마다 조용필의 수상으로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다. 부미자의 조용필 사랑은 아들의 이름을 조용필이라고 짓기에 이른다. 가왕 조용필의 노래는 시대를 거슬러 보는 시청자들을 위로한다.
제주는 4.3 사건의 역사적 현장이다. 현재 제주도의 땅 중에 중국인이 보유한 것이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 이상 규모라는 기사도 보인다. 외지인이 주도한 새로운 번화가가 생긴다.
제주가 처한 상황과 달리 드라마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인간성이 흐르는 고향의 모습으로 비춘다. 인간관계가 힘들었던 사람들이라면 갑질 의혹에 힘들어하는 모습에 공감하기도 할 것이다. 1화에서 등장한 "딱 숨만큼만 있으라"고 한 해녀의 이야기를 16화에서 다시 이야기 한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와라. 그리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땐 시작했던 물 위로 올라와 숨을 고르라"는 해녀들의 말이 참 와닿기도 했다.
8화에서 태왁의 꽃무늬를 바꿔주면 용필이 해녀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조삼달에게 조용필이 있어서 "너 괜찮아?" 하고 물어봐주듯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봐주었으면 하기도 했다. 그런 친구가 있어서 살아남아 있다. 두 달 동안 푹 빠져 있던 드라마를 이렇게나마 정리해보며 즐거웠던 순간들을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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