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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인' 위성우 감독, 전인미답 300승 달성

[여자프로농구] 25일 삼성생명 78-70으로 꺾고 역대 최초 300승 고지 점령

24.01.26 09:18최종업데이트24.01.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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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안방에서 삼성생명에게 역전승을 거두며 2위 자리를 지켰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WON은 25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4라운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홈경기에서 78-70으로 승리했다. 전반까지 31-36으로 삼성생명에게 뒤지던 우리은행은 3쿼터에서 25-9로 삼성생명을 몰아 붙면서 여유 있는 역전승을 거뒀다. 3위 삼성생명과의 승차를 8경기로 벌린 우리은행은 선두 KB스타즈와의 격차를 한 경기로 좁혔다(17승 3패).

우리은행은 에이스 김단비가 32득점 11리바운드 8어시스트 1스틸 2블록슛으로 맹활약했고 박지현이 13득점 13리바운드, 나윤정도 3점슛 3방을 포함해 13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날 선수들로부터 '얼음샤워'를 당한 사람은 김단비도 박지현도 나윤정도 아니었다. 지난 2012년부터 13년째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위대인' 위성우 감독이 여자프로농구 최초로 300승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선수들로부터 얼음샤워를 당했다.

부임하자마자 꼴찌팀 우승시킨 감독
 
 위성우 감독은 자신의 300승이 걸린 경기에서도 여느 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지휘했다.
위성우 감독은 자신의 300승이 걸린 경기에서도 여느 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지휘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여자프로농구 역시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다. 단 6명만 앉을 수 있는 영광스런 자리지만 구단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언제든 물러나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지수와 강이슬을 보유한 'WKBL의 슈퍼팀' KB를 이끄는 김완수 감독조차 KB에 부임한 지는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그 어려운 감독 자리를 한 팀에서 10년 넘게 역임하고 있는 인물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위성우 감독의 선수시절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대학농구의 황금기인 1990년대 초반에 학교를 다녔음에도 연세대도 고려대도 중앙대도 아닌 대한농구 변방에 가까웠던 단국대를 나왔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은 뛰어난 수비를 인정 받아 대학졸업 후 명문 현대전자에 입단했지만 하필이면 같은 해 대학농구 최고의 스타인 이상민(KCC 이지스 코치)도 함께 같은 팀에 입단했다.

그렇게 벤치멤버를 전전하던 위성우 감독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SBS스타즈로 이적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SBS에서 백업가드로 활약하던 위성우 감독은 동양 오리온스와 울산 모비스를 거치며 2005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지만 한계를 느끼고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은퇴 직후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코치로 부임하면서 곧바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에서 이영주 감독과 임달식 감독을 보좌하며 '레알 신한'의 전성기에 기여하던 위성우 감독은 2012년 우리은행의 6대 감독에 선임됐다. 사실 위성우 감독이 부임할 때만 해도 우리은행은 지금과 달리 2008-2009 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 4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WKBL의 대표적인 '동네북'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에 부임하자마자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단행하며 팀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 전에도 박혜진과 임영희(우리은행 코치), 배혜윤(삼성생명), 양지희 등 충분히 좋은 멤버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면서 '지는 습관'이 들어 버렸다. 따라서 위성우 감독의 강훈련은 '지는 습관'을 날리기 위한 과정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2012-2013 시즌부터 WKBL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하면서 티나 톰슨이라는 뛰어난 선수가 합류했고 우리은행은 2012-2013 시즌 통합우승이라는 기적을 연출했다.

25일 삼성생명전 300승 고지 점령
 
 우리은행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얼음샤워'를 통해 위성우 감독의 300승을 축하해줬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얼음샤워'를 통해 위성우 감독의 300승을 축하해줬다.한국여자농구연맹
 
2012-2013 시즌을 기점으로 최강팀이 되면서 우리은행은 자연스럽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하위 지명권을 얻었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기량과 조직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낮은 외국인 선수 지명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13-2014 시즌 외국인 선수 샤샤 굿렛이 9.7득점 6.7리바운드에 그쳤지만 우리은행의 승률(.714)은 2012-2013 시즌(.686)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특히 위성우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우리은행의 팀 색깔에 맞게 키워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2014-2015 시즌 4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된 포워드 샤데 휴스턴은 우리은행에서 기동력을 앞세운 빅맨으로 활약하며 2014-2015 시즌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받았다. 2016-2017 시즌 우리은행에서 활약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낸 197cm의 장신센터 존쿠엘 존스는 2021년 미여자프로농구(WNBA)에서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위성우 감독은 입단 당시 '미완의 대기' 박혜진을 정규리그 MVP 5회 수상에 빛나는 여자농구 최고의 스타로 키워냈다. 김소니아(신한은행)와 박지현이 오늘날 WKBL을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한 것도 위성우 감독의 몫이 크다. 엄청난 훈련량 때문에 비시즌마다 여러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만 위성우 감독은 계속 새로운 선수들을 키워내 빈자리를 메웠다. 물론 김정은(하나원큐), 김단비 등을 영입한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2019년 12월 18일 하나원큐를 꺾고 여자프로농구 최초로 200승 고지에 올랐던 위성우 감독은 2024년 1월 25일 삼성생명전에서 전인미답의 300승 고지를 밟았다. 역대 2위인 199승의 임달식 감독이 2014년을 끝으로 10년 넘게 WKBL을 떠나있고 현역 2위인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의 승수는 130승이다. 따라서 위성우 감독의 300승은 오랜 기간 WKBL 역사에서 깨지지 않는 '난공불락의 대기록'으로 남을 확률이 매우 높다.

사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4번의 챔프전 우승과 4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기복이 심한 팀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 후 9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단 한 번도 정규리그 2위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WKBL 최고의 명문팀으로 거듭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위성우 감독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우리은행의 견고한 아성이 아직 흔들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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