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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죽어가는 노인들, 30년 전 벌어진 끔찍한 범죄

[리뷰] 넷플릭스 <비밀의 비밀> <발할라 살인> 사건해결에 나선 여성들

24.01.23 11:13최종업데이트24.01.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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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비밀의 비밀> 포스터 이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비밀의 비밀> 포스터 이미지 ⓒ 넷플릭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여성들이 주인공으로서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종종 등장한다. 이제 더는 여자가 형사, 변호사 등 전문직 역할을 맡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그중에서도 넷플릭스의 <비밀의 비밀>과 <발할라 살인>. 두 편의 시리즈를 보면 자신의 역량으로 사건의 파고를 넘는 멋진 두 여성을 만나게 된다. 

헬기 추격전쯤이야

스릴러물 마니아들 사이에 '할런 코벤' 작가는 이른바 '믿고 보는 보증수표'이다. 그래서일까 <스트레인저> <내 이웃의 비밀> <스테이 클로즈> <결백> <영원히 사라지다> <숲>까지 여섯 편을 이미 넷플릭스로 선보인 바 있다. 2023년 <비밀의 비밀>이 일곱 번째 작품이다.

<비밀의 비밀>, 원제 'fool me once'는 다 보고 나면 제목의 '촌철살인'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8부작이 마무리될 때까지도 단 한 번의 'fool'(속이다)한 일이 무엇인지 쉬이 예단할 수 없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에드가 상을 비롯하여 추리 소설계의 3대 상을 휩쓴 할런 코벤의 작품에는 트레이드 마크같은 플롯이 있다. 현재 벌어진 어떤 사건이 과거에 주인공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와 얽혀들며 오묘하게 꼬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비밀의 비밀>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마이아(미셜 키건 분)은 전직 헬기 조종사다. 전장을 누비며 전투 헬기를 몰던 그는 민간인 살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퇴역했다. 하지만 그에게 죽음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가 전장에서의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언니가 괴한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이제 남편마저 그와의 산책 길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정도면 '죽음을 몰고다니는 여인'이란 말이 틀린 말 같지 않다. 

그런데 남편 살해 사건의 담당 형사는 마이아를 의심한다. 남편의 시신을 붙잡고 오열했지만 목격자도 없고, 주변 CCTV도 없어서 피해 유족이자, 유력한 용의자가 되버린 것이다. 그런데 경찰의 의심이 무색하게, 아니 경찰조차 자신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마이아는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겠다 나선다. 총만 쏘면 백발백중, 헬기 조종사라 범인이 의심되면 헬기로 쫓아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여차하면 한판 엎어치기도 마다하지 않고, 전직 군인답게 거침없이 범인을 찾아나선다.

그런데 마이아가 사건을 추적해 들어가니 거기에 언니의 죽음이 떠오른다. 언니는 남편과 같은 직장에 다녔고, 남편은 버킷 가문의 한 회사 오너였다. 언니는 무언가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 하던 중 갑작스레 죽음을 당했다. 남편을 죽음을 파헤치려 했는데 이제 언니의 죽음에 불명예 퇴역을 초래하게 된 사건의 트라우마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마이아는 주저하지 않고 이 모든 사건의 뒤에 숨겨진 비밀, 3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진실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린다. 그리고 자신을 던져 그 비밀의 비밀을 만천하에 폭로한다. 

범인이 잡힐 때까지 포기란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발할라 살인> 포스터 이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발할라 살인> 포스터 이미지 ⓒ 넷플릭스

 
드라마가 시작되고 한 여성이 물살을 가른다. 바로 <발할라 살인>의 주인공 카타(니나 되그 필리퓌스도티르 분)이다. 차가 지나다니는 긴 도로를 제외하고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덥힌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도 예외가 아니다. 카타는 레이캬비크의 베테랑 형사, 형사 반장의 물망에 오른 인물이다. 

<발할라 살인>에는 일하는 전문직 여성들의 존재감이 확고하다. 카타를 비롯해, 그를 물리치고 형사 반장이 된 여성도, 검시관도, 또다른 경찰도 현장의 직업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또한 카타의 파트너로 노르웨이에서 온 아르드나르(비외르든 토르스 분)도 마찬가지다. 

카타는 승진에서 미끄러지고 본의 아니게 오슬로에서 온 아르드나르와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하지만 보통의 수사 드라마에서 남자와 여자 파트너 사이로 묘사되는 관계와 달리, 꿋꿋하게 두 사람은 일만 한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결국 시리즈의 엔딩에서 믿음직스런 동지애로 피어오른다. 

이것저것 눈 돌릴 것도 없이 일만 하기에도 사실 카타의 처지는 버겁다. 그런데 이혼한 남편은 아들의 문제를 의논하자며 현재 함께 사는 여성을 데리고 온다. 청소년이 된 아들은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같다. 엄마인 카타는 의뭉스런 아들의 태도에 지레 걱정이 앞서 나간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레이캬비크와 보르가르네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할라'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이 훼손된 채 잔인하게 살해되는 노인들,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들어가니 그곳에 발할라가 있었다. 실제 1940년대 정신재활기관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는 '발할라 소년원'에서 30년 전에 벌어진, 하지만 권력에 의해 덮인 사건을 뒤늦게서야 세상에 펼쳐보인다. 그 당사자들의 '처형'을 통해.

카타는 보육원에서 벌어진 성적 학대로 예상되는 사건을 수사하며 극도로 예민해진다. 마침 아들 친구들 사이에서 비슷한 성범죄가 벌어지고 유능한 형사이지만 엄마였던 카타는 지레 아들을 덮어주려다 외려 아들과의 사이만 멀어지게 된다. 엄마로서 카타는 좌충우돌, 그래도 형사로서의 카타는 흔들림이 없다. 사건이 과거로 들어가며 비로소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다. 여전히 권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카타는 자꾸만 사건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카타는 굴하지 않고 권력의 그림자 속에 숨은 인물을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든다. 

<비밀의 비밀>과 <발할라 살인>은 공교롭게도 수십 년 전 벌어진, 희생되고 묻힌 젊은 죽음을 소환한다. 비록 몇십 년 전 그 희생은 권력과 부의 그늘 아래 저버렸지만, 이제는 또 다른 사건이 그 죽음을 소환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자신을 던져 여전히 공고한 그 권력과 부에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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