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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해야만 하는' 클린스만, 아시안컵에 달린 운명

[아시안컵] E조 15일 바레인, 20일 요르단, 25일 말레이시아와 경기 예정

24.01.14 10:33최종업데이트24.01.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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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이 11일(현지시간) 오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이 11일(현지시간) 오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13일 개막한 아시안컵에서 E조에 속한 클린스만호는 15일 바레인, 20일 요르단, 25일 말레이시아와 차례로 조별 리그를 치른다.
 
지난해 2월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클린스만 감독 역시 이번 아시안컵이 중요한 시험 무대로 꼽힌다. 클린스만 감독도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서 가장 먼저 취임 일성으로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과 함께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꼽은 바 있다. 이후로도 본인의 대표팀 운영방식이나 지도력에 물음표가 제기될 때마다 "아시안컵 성과를 통해 평가받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6승 3무 2패를 기록중이다. 초반에는 역대 외국인 사령탑 중 최장기간인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에 그쳐 우려를 자아냈다. 경기 외적으로도 국내 거주 약속을 뒤집고 해외에 더 오래 머무르며 약속 위반과 근무태만 논란이 불거졌다. 홈에서 열린 A매치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이 팬들로부터 환호 대신 야유를 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1-0 승)에서 첫 승리를 따낸 클린스만호는 지난 6일 이라크와 평가전(1-0 승)까지 6연승 및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어느 정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대부분 전력차가 큰 약팀들에게 거둔 승리이기는 하지만, 시원한 대승이 이어지며 대표팀은 자신감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둘 경우 상황은 언제든 다시 반전될 수 있다. 현재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아시안컵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잠시 가라앉은 것에 불과하다.
 
한국축구는 아시아의 강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64년간 아시안컵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마침 이번 대회는 한국축구가 모처럼 아시아 정상에 오를 적기로 여겨지고 있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황인범, 조규성 등 쟁쟁한 유럽파 선수들이 주축이 된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전임 벤투 감독 시절부터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뤄낸 경험과 연속성을 이어오고 있는 멤버들이라 조직력도 흠잡을 데가 없다.
 
물론 멤버가 좋다고 무조건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한국보다 더 많은 숫자의 유럽파를 보유하며 역시 최전성기를 구가 중이라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우승을 다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여기에 중동의 강호 이란, 오세아니아의 호주 등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상대팀과의 상성,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 여러 가지 변수를 딛고 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결국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는 역대 외국인 감독 중 최상의 조건과 전력을 물려받았다. 그만큼 결과에 대한 높은 기대와 압박감 역시 기꺼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강점은 선수와 감독으로 이런 토너먼트를 누구보다 많이 경험해본 인물이라는 것이다. 선수시절에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우승한 경험도 있다. 감독으로서는 2006년 자국에서 열린 독일 월드컵에서 3위를 이끌었으며, 2013년에는 미국 대표팀을 맡아 아시안컵과 같은 대륙 국가 대항전인 북중미 골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미국대표팀에서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이후 공백기가 길었고, 아시안컵은 무려 8년 만에 나서는 메이저대회라는 게 변수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전부터 선수단 장악이나 매니지먼트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전술적 능력은 떨어진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미국 매체 ESPN은 지난 9일 한국대표팀의 아시안컵 전망을 분석하며 '손흥민이 있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 클린스만 감독이 적합한 인물인가?'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ESPN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전력이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지만 클린스만 감독 능력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남겼다.
 
매체는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자 경력을 조명하면서 바이에른 뮌헨 시절 한 시즌도 지나지 않아 경질된 것과 당시 소속 선수였던 필립 람으로부터 전술적 무능을 비판받은 점 등을 언급했다. 심지어 클린스만 감독의 최대 성과인 독일 대표팀을 맡아 월드컵 4강 진출의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서도, 당시 수석코치이자 훗날 독일대표팀 감독이 되는 요하임 뢰브 수석코치가 실세였다고 분석하며 클린스만 감독의 능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게 눈에 띈다.
 
재미있게도 ESPN은 클린스만 감독이 현재 패널로 활동하고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이후에도 ESPN 패널 활동을 병행하며 국내 팬들의 빈축을 샀다.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친정에서도 비판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클린스만 감독 이전에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아시안컵에 도전한 외국인 감독은 모두 5명이다. 2003년 움베르트 쿠엘류 감독(포르투갈)은 예선에서의 부진으로 본선무대를 밟기도 전에 경질됐다. 그 뒤를 이어 본선에 나선 조 본프레레 감독(네덜란드)은 8강에서 이란과 난타전을 펼친 끝에 3-4로 석패했다.
 
2007년에는 고 핌 베어벡 감독(네덜란드)은 4강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로 패하여 결승진출이 좌절되었으나 3.4위전에서 일본을 다시 승부차기로 꺾고 3위를 기록했다. 베어벡 감독은 이 대회를 끝으로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사임했다.
 
2015년에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독일)이 지휘봉을 잡아 결승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대표팀은 비록 호주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1-2로 석패하여 준우승에 그쳤지만 21세기 들어 최고의 성적을 달성했다. 당시 슈틸리케호의 성공에는 수석코치였던 신태용(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의 전술적 뒷받침이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직후 약 1년여간 '갓틸리케' 신드롬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했으나, 이후 월드컵 예선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지난 2019년 대회에서는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지휘봉을 잡아 8강에서 카타르에 일격을 당하며 일찍 탈락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후로 한국대표팀 최장수 감독으로 집권하며 카타르월드컵 16강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UAE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두 번째 아시안컵에 도전장을 던지며 토너먼트에서 한국과 만날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역대 외국인 감독들은 대부분 한국대표팀을 지휘봉을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아시안컵 무대에 나서야했다. 고 베어벡 감독만이 취임 이후 약 10개월로 긴 편이었고, 벤투-슈틸리케-본프레레는 모두 5개월 미만의 짧은 기간에 아시안컵을 통해 대표팀 감독으로 메이저대회 신고식을 치렀다. 그런 면에서 사실상 1년 가까운 준비기간이 있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운이 좋은 편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어떤 성적을 올릴지는 섣불리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결과에 따라 클린스만호의 향후 행보와 거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일 최상의 시나리오 대로 우승을 차지한다면 클린스만 감독은 그간의 불성실 논란 등을 불식시키고 북중미월드컵까지 탄탄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준우승이나 최소 4강 등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성적을 거두거나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준다면 클린스만호를 계속 이어나가는 데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8강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거나, 경기력도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되었을 경우다. 축구협회가 당장 경질이라는 극단적인 결정까지는 주저한다고 해도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것은 피 할수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그동안 누적된 클린스만 감독의 편향적인 대표팀 운영과 불성실한 근무방식에 대한 논란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를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미 클린스만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여론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그가 계속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다고 해도 레임덕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도 이번 아시안컵에 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임할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개막에 앞서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64년 만에 국민 여러분과 아시안컵 우승하도록 잘 준비하겠다. 좋은 모습과 성적을 보여주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이 끝난 이후에도 미소를 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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