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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1위, 우승을 부르는 남자 김주성

[KBL] 원주 DB 전반기 25승 6패 1위... 김주성 초보감독 신화 다시 쓸까

24.01.14 09:49최종업데이트24.01.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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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감독이 이끄는 프로농구 원주 DB는 2023-2024시즌 25승 6패(.806)를 기록하며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최근 12연승 행진을 달렸던 2위 서울 SK(22승 9패)의 무서운 기세에 격차가 3게임까지 좁혀지며 독주체제가 위협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개막 이후 선두를 한번도 놓치지 않고 지켜냈다.
 
이러한 DB 상승세의 중심에 바로 '초보' 김주성 감독이 있다는 게 눈에 띈다. 김주성 감독은 한국농구의 레전드이자 DB를 상징하는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2002년 DB의 전신인 TG삼보에 입단하여 프로생활을 시작했고 팀명이 동부와 DB로 변해가면서 2018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오직 원주에서만 선수생활을 보냈고 영구결번까지 이뤄낸 '성골 중의 성골'이다. KBL에서는 양동근(울산 현대모비스)-추승균(부산 KCC)-양희종(안양 정관장) 등과 더불어 '원클럽맨'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DB가 기록한 5회의 정규리그, 3회의 챔프전 우승은 모두 김주성 감독이 입단한 이후 이뤄낸 성과들이다. 김 감독은 개인성적으로도 정규리그 MVP 2회, 통산 1만 득점, 4천 리바운드, 1037 블록슛(역대 1위) 등을 기록했다. 여기에 국가대표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두 번이나 차지하는 등 누구보다 화려한 농구인생을 보냈다.
 
심지어 김 감독은 은퇴 후에도 공백기 없이 친정팀 DB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감독대행을 거쳐 올시즌 마침내 정식 감독에 선임되며 무려 22년째 DB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역시 KCC의 전신인 대전 현대 시절부터 선수-코치-감독 코스를 모두 거친 추승균(1997-2018) SPOTV 해설위원의 21년을 뛰어넘는 KBL 역대 단일팀 최장 근속기록이다.
 
김주성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시절, DB는 매시즌 플레이오프에 단골로 진출하던 강팀이었다. 김주성의 DB가 최소한 6강 이내에 들지 못한 것은 16시즌에 이르는 김 감독의 기나긴 선수 시절 동안 단 3번 뿐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은퇴한 이후 DB는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김 감독이 은퇴하고 정식 감독으로 돌아오기까지 최근 5시즌간 DB는 4번이나 6강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19-2020시즌에 SK와 정규리그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하필 코로나19 팬데믹이 대대적으로 확산되며 플레이오프도 없이 시즌이 조기종료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나머지 4시즌은 8-9-8-7위에 그치며 DB 답지 않은 성적에 그쳤다.
 
김 감독은 지난 2022-2023시즌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이상범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대행으로 처음 지휘봉을 잡았고 25경기에서 11승 14패의 성적을 거뒀다. 비록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끄는 데는 실패했지만 분위기를 잘 추슬러 7위까지 반등시켰다는 호평을 받았고, 결국 올시즌 정식 감독으로까지 선임되는 데 성공했다. 2000년대 이후 프로에 데뷔한 선수 출신 중 감독에 오른 것은 김주성이 최초였다.
 
DB는 지난 몇 년간 선수구성은 좋았지만 주전들의 잦은 부상과 외국인 선수 농사의 실패 등으로, 가진 잠재력에 비하여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시즌도 DB는 SK나 KCC, KT 등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성공한 경쟁팀들에 가려지며 우승후보로 평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정식 사령탑으로 첫해를 맞이하는 초보 김주성 감독의 리더십에도 물음표가 달렸다.
 
하지만 김주성 감독은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듯 불과 반 년 만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조차 탈락했던 팀을 우승후보로 바꾸어놓았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이자 테크니션인 로슨을 영입하며 토종빅맨 김종규-강상재와 자신의 현역 시절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트리플포스트를 구축한 것은 '신의 한수'로 평가 받는다.
 
여기에 어시스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시아쿼터 이선 알바노, 부상에서 복귀한 두경민, 박인웅과 최승욱, 김영현 등으로 이어지는 든든한 백업 선수층까지 최상의 조합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DB는 올시즌 평균 91.2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90점대 득점을 넘겼을 뿐 아니라 2위 수원 KT(85.6점)와도 평균 5점 차이라는 압도적인 1위로 화끈한 공격농구를 선보이고 있다.
 
김 감독의 장점은 DB에서 선수시절부터 오랜 시간 활약하며 팀의 내부사정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으며 구단의 지지와 위상도 탄탄하다는 것이다. 전반기 경기에서 작전타임 도중 주전 선수들의 느슨해진 플레이를 질책하면서 "다 나가!"라고 호통을 치며 초보감독답지 않은 카리스마를 발휘한 장면도, 그만큼 김주성 감독이 선수단 분위기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DB가 마지막으로 정상에 오른 것은 2007-2008시즌으로 벌써 16년 전이다. 김 감독은 20대에만 세 번의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으나 이후로는 준우승만 4번 추가하는 데 그치며 커리어 후반기에 아쉬움을 남겼다. 올시즌 DB는 오랜만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적기를 잡았다는 평가다.
 
김 감독은 '데뷔 첫해 우승'과 유난히 인연이 깊은 인물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중앙대 1학년 시절이던 1998년에는 대학농구연맹전과 농구대잔치 우승을 차지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어 프로무대에서는 2002-2003시즌 데뷔 첫해 신인왕과 챔프전 우승을 동시에 경험했다. 또한 같은해 태극마크를 달고 성인 농구대표팀으로 출전한 첫 메이저대회였던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 성과까지 이뤄낸 바 있다.
 
그리고 이제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서도 첫 해부터 '초보 우승 신화'를 꿈꾸고 있다. 감독 데뷔 첫해에 우승을 차지한 인물은 2002년 김진 전 대구 동양 감독,(2002), 2003년 전창진 TG 감독(현 부산 KCC), 2022년 전희철 서울 SK 감독 등이 있다. 김주성 감독이 초보감독으로 올해 DB의 정상을 이끌수 다면 원클럽맨과 영구결번을 모두 이뤄낸 인물로는 최초가 된다.
 
하지만 후반기 DB의 정상 수성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SK를 비롯하여 LG, KT, KCC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지닌 팀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김 감독은 아직 플레이오프같은 단기전에서의 경기운영을 경험해보지 않았다. 김주성 감독이 과연 수많은 변수를 극복하고 선수에 이어 감독으로서도 우승신화를 이뤄내며 '스타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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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감독 원주DB 프로농구순위 원클럽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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