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세트 게임 스코어 4대 0까지 달아나며 멋진 역전승을 거두는 듯 했지만 그 이후 믿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 결국 한두 게임 정도는 내줘도 된다는 마음의 빈틈을 상대에게 내보인 셈이다. 내리 여섯 게임을 빼앗겼으니, 장수정의 두 번째 그랜드 슬램 본선 꿈은 그렇게 멀리 달아나고 말았다.
WTA(세계 여자 프로테니스) 랭킹 158위 장수정이 우리 시각으로 11일 오후 1시 20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14번 코트에서 벌어진 2024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예선 2라운드에서 스위스에서 온 루루 선(189위)에게 1시간 46분 만에 1-2(1-6, 6-1, 4-6)로 아쉽게 지는 바람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3세트 '0-4에서 6-4' 만든 루루 선
첫 세트와 두 번째 세트는 데칼코마니처럼 반전 결과가 나왔다. 자신보다 여섯 살 어린 루루 선의 초반 기세에 눌려 장수정이 첫 세트를 1-6으로 내줬지만 두 번째 세트까지 그렇게 끌려가지는 않았다. 거짓말처럼 장수정은 두 번째 세트를 6-1로 가져왔다. 서브 위력이 살아나면서 자기가 잘 하는 베이스라인 게임 흐름을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 번째 세트였다. 2세트 6-1 완승 기운을 그대로 이어가며 장수정이 게임 스코어를 4대 0까지 만들어 놓았지만 코트 반대편에서 뛰는 루루 선은 하드 코트에서 보기 드문 슬라이딩 코트 커버 능력을 자랑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갈림길은 3세트 여섯 번째 게임이었다. 장수정이 서브권을 쥐고 있었지만 서브 실수가 늘어나며 크게 흔들린 것이다. 갑작스럽게 돌풍이 불어 서브를 위한 토스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마음 속까지 파고든 바람이 더 거세게 불어닥쳤다. 3세트 4-0으로 대역전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4-2까지 추격을 허용했으니 흔들리는 마음은 걷잡을 수 없었다.
3세트 여덟 번째 게임에서도 날카로운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를 한 번 벗어나기는 했지만 반 박자 빠르게 넘기는 루루 선의 세컨드 서브 리턴에 장수정의 라켓은 밀리고 말았다.
결국 루루 선은 열 번째 게임에서 짧게 끊어 때리는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두 번째 매치 포인트 기회를 잡았고, 그 다음 장수정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너무 길게 떨어지는 바람에 게임이 모두 끝나고 말았다.
2022년 이 대회 본선 1라운드에 올랐던 장수정의 두 번째 본선 꿈은 이렇게 허무하게 '역전 - 재역전' 드라마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한국 테니스는 이번 호주 오픈 본선 남자단식에 권순우(206위)만 나서게 됐다.
2024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예선 2라운드 결과
(1월 11일 오후 1시 20분, 멜버른 파크 14번 코트)
장수정 1-2(1-6, 6-1, 4-6) 루루 선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장수정 5개, 루루 선 3개
더블 폴트: 장수정 2개, 루루 선 0개
첫 서브 성공률: 장수정 72%(56/78), 루루 선 58%(42/73)
첫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장수정 57%(32/56), 루루 선 69%(29/42)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장수정 59%(13/22), 루루 선 48%(15/31)
서브 최고 속도: 장수정 164km/h, 루루 선 182km/h
첫 서브 평균 속도: 장수정 153km/h, 루루 선 164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장수정 138km/h, 루루 선 137km/h
위너 : 장수정 22개, 루루 선 29개
언포스드 에러: 장수정 22개, 루루 선 27개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장수정 57%(4/7), 루루 선 56%(5/9)
네트 포인트 성공률: 장수정 62%(8/13), 루루 선 60%(6/10)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장수정 40%(29/73), 루루 선 40%(3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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