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올드 오크> 스틸컷
영화사 진진
영화는 '함께 모여 밥을 나누어 먹는 행위'를 연대의 상징으로 삼았다. 폐광촌으로 경제적 위기를 맞은 마을 주민과 고문과 전쟁을 피해 온 난민은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았다. 원주민은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 뺀다며 혐오와 배척을 일삼았다.
하지만 조촐한 식사 이후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음식은 문화와 정체성으로도 연결되는데 단순히 함께 먹는 행위만으로도 슬픔을 위로하는 가장 쉬운 매개다. 슬픔의 종류는 달랐지만 아픔을 위로하는 용기와 믿음은 같은 곳을 향한다. 부자 동네에는 난민을 들이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을 떠올려 볼 때, 힘든 세상에 기댈 수 있는 건 결국 함께하는 행동임을 증명하게 되었다.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낯선 문화를 받아들이고 타인을 알아가는 어울림의 촉매제가 바로 맛있는 음식인 셈이다. 마을의 상징인 참나무 펍은 난민, 결식아동, 노인, 빈민을 위해 언제나 열려 있다.
노골적인 설정이지만 이기주의와 혐오를 상대로 화합을 강조한다. 직설적인 말, 행동, 캐릭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형적인 빌런 단골 중년 4인방도 나중에는 정이 들 정도다. 그들은 시종일관 TJ가 하는 일을 불만 섞인 어조로 비꼬지만 결코 욕할 수 없다. 그들도 엄연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양쪽 상황이 모두 이해되며 씁쓸해진다. 삶이 힘들 때 약자를 찾아 분풀이하는 행동은 치졸하지만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 결국 '난민 이슈'는 개인의 친절이 모여 공동체, 국가로 나아가, 전체 시스템을 움직여야만 한다.
켄 로치 감독이 마지막으로 하려던 말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다. 타인을 향한 이해의 첫걸음은 작은 관심이 아닐까.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세계적인 이슈를 불러왔다면 <나의 올드 오크>는 난민 이슈의 교본으로 정교화 되었다. 대립만 하던 두 공동체가 이해하려는 노력, 정부의 올바른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변할 수 있다는 이상적인 희망을 보여준다. 다만, 우리에게는 낯선 난민 이야기를 탈북민, 중국인 등으로 바꿔 생각해 보면 훨씬 공감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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