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쏘우 X > 스틸컷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쏘우> 1편 이후 속편은 잔인함과 충격의 극치를 올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서사보다는 보여주기에만 혈안된 수위 높은 고어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자기복제를 사골처럼 우려먹던 전작들이 사지 절단과 혈흔이 난무하는 헤모글로빈 파티였다면 < 쏘우 X >는 초심으로 돌아간 일종의 결의처럼 보인다. 시한부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사기 친 일당을 응징하는 잔인한 게임은 관객조차 응당 처벌이 마땅하다고 느낄 정도다.
10편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 없겠다. 쏘우 시리즈를 안 봤더라도 괜찮다. 기본 설정만 알고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영화다. 뇌종양을 선고받고 첫 번째 게임을 끝낸 <쏘우> 이후를 다루기 때문이다. 이야기 흐름상 <쏘우> 2편이라 해도 무방하며 1편과 2편 사이 미드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시리즈 초반 성급하게 사망 처리했던 존이 계속 회상 장면에만 등장했던 답답함을 줄이게 되었다.
직쏘가 되어가는 존 크레이머라는 인물에 집중한다. 자신만의 개똥철학을 좀 더 논리적인 명분으로 승화시키려고 각성하는 존 크레이머의 행동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마치 자신을 신처럼 생각했던 비뚤어진 캐릭터에 인간성을 부여했다. 미스터리한 존재에서 죽어가는 인간을 보고 갈등하는 내면, 하루라도 더 살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쏘우> 1편의 게임 플레이어였던 아만다가 재등장해 반가움을 안긴다. 아만다는 게임에서 살아남아 대의를 함께 한다는 설정이다. 존 크레이머를 신봉하는 제자로서 몸이 아픈 그를 대신해 수족으로 활약한다. 이후 아만다는 죽은 1대 직쏘에 이어 2대 직쏘이자 신스틸러로 직속 후계자가 된다.
시리즈의 주제는 '생명의 소중함'과 '구원'이다. 존은 '누구든 진심으로 반성하면 공평한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이 기본 명제는 반전과 볼거리에 집착하느라 점차 멀어지기만 했었다. 하지만 < 쏘우 X >은 기본 콘셉트로 되돌아와 사적 복수에 주력한다. 게임에서 이기면 살 기회를 준다는 데 의의를 둔다. 스스로 사지를 훼손해야만 살 수 있는 생존게임이지만 그로 인해 생명을 경시하지 않는 기본 철학은 더욱 확고해진다.
존이 다시 돌아올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심폐 소생에 성공한 속편 흥행과 팬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떡밥이 많은 상태라 후속작이 기대된다. 하필이면 존을 대상자로 골라 자기 무덤을 판 사기단의 아이러니가 실소를 머금게 하는 영리한 시리즈의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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