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완은 가족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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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대체 그는 왜 이토록 가족을 소유하지 못해 안달이 난 걸까. 드라마에 그 이유가 나오지 않듯, 봉완은 자신의 이런 모습에 대해 전혀 성찰하지 못한다. 가족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알려고 하지도, 폭력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가족의 마음을 헤아릴 시도조차도 하지 않는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신화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고, 타인 역시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전혀 되지 않는 인물인 것이다.
봉완은 정신화 능력이 없이 오직 자신의 기분에 매몰된 채 맺은 관계가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기호, 채호, 재경은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고, 그 스스로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니 말이다.
이용과 계산 – 매니저들
한편 란주를 둘러싼 인물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계산적으로 대하지만, 마음의 이유를 깨닫고는 반성할 줄도 아는 현실적인 관계를 맺는다.
병각(송경철)은 란주의 중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으로서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최고의 가수로 키워낸다. 하지만, 전성기의 란주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병각이 아닌 '아티스트'라 불러주는 서준(김주헌)과 손을 잡는다. 서준과 란주는 함께 회사를 키운다. 하지만 서준은 회사가 커지자 점차 마음이 달라진다. 통산 앨범 2000만 장 판매를 달성하면 란주에게 회사 지분의 절반을 넘겨주기로 했던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오히려 란주가 그 빛을 잃어가기를 바란다.
이런 일들을 겪은 란주는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팬들마저 자신들을 떠나자 점점 더 피폐해져만 간다. '이용되고 버림받는' 두려움 속에 지낸 란주는 그래서 3회 관객들의 환호에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바람둥이들아. 당신들 나 잊었었잖아. 나 버렸었잖아. 근데 왜 이제와서 박수 치고 지랄이야.'
하지만,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관계를 맺는 병각과 서준은 적어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성찰할 줄은 안다. 그리고 이 성찰을 실천할 용기를 내기도 한다. 5회 병각은 란주에게 이렇게 사과한다.
"가족들 떠나고 일 안 풀려서 화날 때 내가 너한테 화를 냈어. (...) 내가 발탁했고 내가 키웠으니까 내 물건이라고 생각했지. 그때는 그래서 막 대했지."
서준 역시 자신이 지나치게 이득만 따져왔음을 깨닫고 "쓰레기는 되기 싫다"며 란주에게 그 동안의 일들을 사과한다. 란주는 이들에게 다시 마음을 연다.
이처럼 살면서 우리는 누군가를 이용할 때도 있고, 때로는 배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사회는 종종 사람보다 재물과 힘을 더 숭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성찰 능력을 잃지 않고 반성하고 말할 용기만 있다면,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의 상처도 함께 치유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