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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치 않았던 이 예술가 부부의 사랑... 브래들리 쿠퍼가 그렸다

[미리보는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23.11.28 15:09최종업데이트23.11.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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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공식 포스터. ⓒ 넷플릭스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음악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과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특별한 인연이었을까. 미국을 대표하는 지휘자이자, 작곡가, 피아노 연주자 번스타인의 삶을 직접 연기하고 연출을 맡았으니 말이다. 더욱이 어렸을 때부터 지휘자 흉내를 냈던 음악이 레너드 번스타인의 녹음본이기까지 했다는 사실은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이 그만큼 운명적이었음을 암시한다.
 
오는 6일 개봉하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한 예술가의 성취보다는 인간적 면모, 특히 사랑에 집중한 모양새다. 유명 배우는 아니었지만 평단에선 나름 인정받아 온 배우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 콘 번스타인과의 첫 대면 이후 서서히 사랑에 빠지고, 결혼 후 두 사람이 겪은 몇 가지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제시한다.
 
단 한 사람을 내세운 게 아닌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을 제법 충실하게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큰딸 제이미의 시선을 통해, 혹은 주변 인물을 통해 바라본 두 사람은 단순히 뜨겁고 진정한 사랑이라는 감정에 몰입한 게 아니었다. 성 정체성을 뒤늦게 발견한 번스타인의 외도, 이에 상처받고 꽤 오랜 시간 지켜본 펠리시아의 모습은 사랑의 감정을 뛰어넘은 어떤 동반자적 의식을 공유한 결과로 보인다.
 
갈등을 애써 덮거나 무마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치열하게 극복하려 한 결과일까. 보통의 부부였다면 몇 번이고 헤어지거나 이혼했을 수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제3의 선택을 한다. 물론, 누구보다 넓은 마음으로 한 사람을 이해하려 한 펠리시아라는 존재가 그만큼 커 보이기까지 한다. 남편의 업적에 갇히지 않고, 점차 자신의 꿈과 생활 패턴을 찾기 위해 애썼던 펠리시아는 역설적으로 남편의 고충이나 고뇌를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 현란한 오케스트라 음악은 또 하나의 묘미다. 실제 번스타인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충분한 자료를 확보한 브래들리 쿠퍼는 영화 기획 단계 때부터 여러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관찰하며 연구했다고 한다. 번스타인의 세 자녀는 브래들리 쿠퍼에게 코네티컷 내 실제 집을 제공해 영화 속 주요 장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그 결과 음악성과 드라마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관건은 이런 인물이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관객의 취향이다. 초반부터 등장인물이 많고, 대사의 흐름이나 장면 전환 또한 빠른 편이다. 쏜살같이 흐르는 인생의 단면을 상징한 것일까. 더불어 중후반부부터 본격적인 갈등이 드러나면서는 서서히 속도감이 느려지는 만큼, 기승전결이 완벽한 하나의 교향곡을 감상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한줄평: 거장의 삶과 음악을 소환하는 모범적 사례
평점: ★★★☆(3.5/5)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관련 정보
감독: 브래들리 쿠퍼
각본: 브래들리 쿠퍼, 조지 싱어
출연: 캐리 멀리건, 브래들리 쿠퍼 외
총괄 프로듀서: 칼라 라이, 조시 싱어, 바비 윌헬름, 웨스턴 미들턴, 트레이시 랜던
제공: 넷플릭스(Netflix)
극장개봉: 2023년 12월 6일
공개: 2023년 12월 20일
 
마에스트로번스타인 브래들리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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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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