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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다가도 괜찮아, 아이들의 웃음이 돌아왔다

[리뷰] 꿈틀리인생학교 다룬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23.11.27 13:40최종업데이트23.11.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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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꿈틀리인생학교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시네마테크에서 <괜찮아, 앨리스> 다큐영화를 관람했다. 이 영화는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담은 것이다. 꿈틀리인생학교는 강화에 터 잡은 16~18세 학생들이 1년 동안 기숙하며 배우는 공간이다. 

꿈틀리인생학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덴마크 기숙학교 '에프터스콜레'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지금까지 8기 학생을 배출했다. 앨리스는 꿈틀리 학생이름의 별칭으로 자유로운 꿈과 희망을 가진 캐릭터를 상징하고 있다. 

나를 발견하고 배우는 '꿈틀리인생학교'

다큐의 첫 장면은 학생들이 논농사를 직접 체험하는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 모내기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자연과 우리 먹거리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여기서 재배되는 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배우는 동시에 자기의 경험을 청소년미래역량을 지원하는 하자센터 학생들에게도 전파하면서 소통과 협력을 늘려나간다.

꿈틀리학교에는 논농사처럼 체험형 프로그램과 개성을 내세우는 자기 주도형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25명 안팎의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이는 부모에게도 긍정적으로 전이되고 있다.  

우리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닐까. 넘어지고 자빠지고 무엇하나 되는 것 없이 고달프고 지쳤을 때 결국 제자리로 오더라도 그 '쉬어 가는 길'이 있다면 행복하고 기쁠 것 같다. 
 
지난 5월쯤, 동네 가까이 있는 평생교육기관 '모두의학교' 펜글씨 반에서 10여 명이 수업을 받을 때다. 교육생 대부분 50대 이상이지만 17세 여자아이도 있었다. 한 달 동안 나와 한 테이블을 쓴 그 아이는 지각에다 수업 중에 엉뚱한 질문을 자주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즐거워 보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인근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여가시간에 펜글씨 반을 신청한 것이다. 그 아이에게 펜글씨를 잘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머리를 푹 쑥이고 열심히 글씨를 쓸 때면 너무도 진지해 보였다. <괜찮아, 앨리스> 다큐를 보면서 문득 대안학교 그 학생이 떠올랐다.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꿈틀리인생학교
 
우리 주변에 뛰어난 재능에도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학교라는 시스템 속에서 갈등을 겪으며 자기주장과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나 아닌 다른 존재로서 행동할 뿐이다. 

꿈틀리인생학교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감과 용기를 주는 곳이다. 여기서는 실패도 배움이 있다고 가르친다. 꿈틀리에서는 사랑도 가르친다. 아이들은 사랑이 사랑을 낳는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나를 발견하고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웃음을 되찾는다. 

실제로 다큐에 출연하는 학생 모두의 표정이 너무 밝다. 자유분방함으로 자신들을 표현하는 의사나 행동에 거침이 없다. 공감능력도 탁월하다. 이들의 네버엔딩 스토리는 계속된다. 

무엇보다 꿈틀리는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패를 용인하고 되레 칭찬하는 분위기다. 동료에 대한 강한 유대감이 자연 키워진다. 이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실패가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꿈틀리학교는 어른들에게도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꿈틀리인생학교
 
꿈틀리 1년은 인생에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시기의 경험과 교훈은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 이 다큐를 접하고 내 어린 시절 만약 이 학교가 있었다면 내 인생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른들도 대안적 삶을 제공하는 꿈틀리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녀의 변화된 모습에 한 부모는 참회의 편지와 눈물을 보였다. 이에 학생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흐느끼면서 부모와의 멀어진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자녀를 몰아붙이기만 하고 꿈틀리에 늦게 보낸 걸 후회하는 부모도 있었다. 반면에 1년 과정의 인생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의구심을 품는 부모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거나 자퇴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다그치고 비교만을 강요하는 획일적인 교육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학생을 외면할 수 없어 이들을 응원하는 부모와 후원자들은 인생학교 과정을 결코 낭비하는 시간으로 여기지 않는다. 꿈틀리에서 학생들이 잃었던 꿈과 행복을 되찾고 새로운 용기를 얻는 걸 직접 확인하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0월 내년엔 꿈틀리학교 신입생을 잠시 선발하지 않는다는 공고를 보고 안타까웠다. 신입생이 줄고 매년 운영비가 턱없이 모자라는 현실벽에 부딪친 것이다. 도리어 대안적 삶이 필요한 학생을 위해 8년간이나 운영을 지속한 것이 신기하다. 우리와 달리 정부가 운영비의 70% 이상을 보조하는 덴마크 에프터스콜레가 부럽기만 하다. 
 
 <괜찮아, 앨리스> 다큐영화 상영후 시네토크 장면
<괜찮아, 앨리스> 다큐영화 상영후 시네토크 장면이혁진
 
이날 영화 상영에 이어 제작진, 출연진을 비롯해 꿈틀리 학교와 직간접 관련 인사들이 참석해 영화 뒷이야기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등 허심탄회한 시네토크가 있었다. 

이 다큐영화는 꿈틀리의 꿈과 함께 희망을 담은 것이다. 또한 청소년 교육의 방향성을 넘어 이제는 우리 사회가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오연호 꿈틀리인생학교 이사장은 "이 영화를 내년에 각종 영화제에 출품하고 가을에는 일반에 상영할 예정"이라 말했다. 

영화관을 나서며 한 현직교사의 말이 귓전을 아른거렸다.

"예정된 실패자로 몰아가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에게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꿈틀리학교는 한 줄기의 빛을 보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꿈틀리인생학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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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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