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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이들이 국제영화제로 간 이유

고덕초 학생 제작 영상, 영화제 환경부문 최우수상

23.11.13 17:44최종업데이트23.11.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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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깨끗한 내일을 위해 ⓒ 고덕초 영화동화리 ‘소나무’


확실히 아이들에게는 주위 사람들을 밝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에 굳어 있던 어른들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린다. 뒤돌아서서 방금 범했던 실수를 연발해도 미운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고덕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영화동아리 '소나무'가 만든 영상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더 확인한다.
 
이들이 지난 여름에 만든 4분짜리 영상 <더 깨끗한 내일을 위해>가 10월 27일 서울 동답초등학교에서 열린 '2023 제8회 서울국제어린이창작영화제' 시상식에서 환경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영화 속 아이들이 제법 진지한 체하는 표정과 과장된 몸짓 연기가 어딘가 모르게 서툴게 보이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이 더 큰 매력으로 느껴지면서,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같은 사건·사물인데도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새롭다. 세월의 더께로 어느새 흐릿해진 어른들의 영혼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어쩌면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이 영상을 최우수작으로 선택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더 깨끗한 내일을 위해>는 고덕초 저학년 학생들이 선생님의 분리수거 문제를 지적하며 분리수거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이다. 지난 여름방학 캠프기간 동안 학생들은 분리수거에 대한 상식들을 찾아보고, 이를 시나리오로 작성했다.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대본을 다듬었다.
 

고덕초등학교 영화 동아리 ‘소나무’ 김현광 지도교사(오른쪽)와 '더 깨끗한 내일을 위해' 주연배우로 활약한 김솔 학생. ⓒ <무한정보> 황동환

 
영화동화리 '소나무'가 선택한 주연배우는 6학년 김솔, 2학년 전예서, 1학년 전예인·김유신 학생이, 조연으로 5학년 윤수연, 4학년 원동우·송석현, 3학년 최소이 학생을 캐스팅 했다. 촬영·조명·마이크 등의 스탭은 6학년 오성민·이수빈·인준영 등이 역할을 분담했다. 

영상은 △휴지와 코팅지는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안되고 칫솔·슬리퍼는 여러 물질이 섞여 있어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닌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점 △유리 재질의 음료수 병을 버릴 땐 재활용이 가능해 병입구가 깨지지 않도록 뚜껑을 닫아야 하고 △비닐봉투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접은 채 버리면 재활용 과정에서 버려지기 쉽다는 점 등을 1~5학년 학생들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담임교사역을 맡은 김솔 학생은 제자들의 지적에 처음엔 교사의 권위에 도전 받았다는 생각에 오히려 호통을 치지만, 제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마침내 담임교사는 환경보호를 위한 쓰레기 분리수거에 게을리 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제자들과 손을 잡고 "더 깨끗한 내일을 위해"라고 외치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상은 이미 예산교육지원청 환경톡에서 1등을 차지하며 작품성은 물론 재미를 인정받았다. 영화제 출품을 염두하고 제작된 영상은 아니다.

'소나무' 지도교사이기도 한 김현광 6학년 담임교사는 "대전에 아는 선배 교사를 통해 영화제에 참여 했다. 시상식 초청을 받고, 동아리 학생 2명과 함께 서울 행사장에 갈 때도 다들 귀찮아할 정도로 처음엔 영화제의 규모를 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참석해보니, 나와 동행했던 학생 2명도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규모의 행사에 놀랐고, 더구나 우리 작품이 최우수상을 수상할 거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일 영화제 현장에서 느꼈던 기쁨을 전했다.
   
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조차 시큰둥했던 김솔·오성민 학생은 막상 수상 트로피를 손에 쥐자, 서로 자기가 가져가겠다며 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장면도 벌어졌다. 각자 부모님에게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덕초 영화동아리 학생들이 영화제작 관련 준비회의를 하고 있다. ⓒ 고덕초등학교


김 교사는 "'그 트로피는 개인 것이 아니라 학교의 것이야'라는 말을 듣고 잠잠해졌다"며 "나도 학생들도 뜻밖의 수상에 무척 좋아했다"고 말했다.

올해 구성된 고덕초 영화동아리는 사실상 김현광 교사 덕분에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업과 상담, 행정업무를 소화하기에 바쁜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요청을 일일이 다 수용하는 일이 쉽지 않다. 영화 동아리 운영을 위한 학교·교육청의 관심과 지원도 김 교사의 열정과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그는 직전 근무지인 오가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영화 동아리를 구성해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올해 고덕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긴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영화동아리 '소나무' 회원 모집이었다. 
 
영화 동아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간단한 말이지만, 사실 이 안에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아이들의 진정한 변화는 누군가가 억지로 이끌어 낼 수 없는 법이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환경·인성에 관한 주제를 전달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봤다"며 "영화 동아리 활동이 만든 변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교사는 영화를 좋아하고, 사진촬영에 남다른 취미를 갖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게다가 초등학생들이 기획, 시나리오 작성, 촬영, 편집 등 한 편의 영화를 만들 때 필요한 작업들을 해낼 수 있을까? 

김 교사에게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도전이자 모험이었지만, 해 볼만 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영화 한 편을 만들고 나면 부쩍 성장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배움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진행된 영화촬영. 학생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배우와 스탭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 고덕초등학교


학생들도 영화를 만들면서 잠재된 꿈을 하나씩 길어 올린다. 이번 수상작 영상 속 교사 역을 연기 했던 김솔 학생에게 장래 희망을 묻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배우'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양은 "연기의 핵심은 표정연기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배우의 실감나는 연기를 보면서 저도 그런 배우가 돼 좋은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면서 제 꿈에 대해 더 확신을 갖게 됐구요, 동아리 활동이 많은 도움이 됐고 영향도 줬어요"라며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데 감독이 무슨 일을 하고, 조명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학교에 올라가도 계속 배우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김 교사 역시 "예산에선 저 혼자만 영화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중학교에도 영화동아리가 만들어져 연계가 되면 진로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더했다.

훗날, 예산 출신 세계적인 한류 배우들을 만난다면, 그때 사람들은 고덕초 영화동아리 '소나무'가 존재했기 때문이라 말할 것 같다.
 

▲ 고덕초 영화동아리 수상작 ⓒ 고덕초등학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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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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