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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후계자' 박영현, 금메달 다음은 KS 우승 도전?

[KBO리그] '2023 홀드왕' KT 박영현 인터뷰 "마운드에 설 때가 가장 행복"

23.10.30 15:41최종업데이트23.10.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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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2년차 시즌에 홀드왕에 오른 KT 박영현

프로 2년차 시즌에 홀드왕에 오른 KT 박영현 ⓒ KT위즈

 
2023 KBO리그 홀드왕인 박영현(20‧우투우타)은 KT 위즈의 복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 신인 1차 지명으로 연고팀인 KT에 입단했고 기대치에 걸맞게 데뷔 첫 해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핵심전력으로 성장한 상태다.

1차 지명 유망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이제껏 적지 않은 숫자의 1차 지명 유망주들이 각 팀의 호명을 받았지만 박영현처럼 데뷔 시즌부터 1군에 굳건히 자리를 잡은 선수는 두 손에 꼽을 정도다.    

3형제 중 둘째인 박영현은 형제들이 모두 야구를 하고 있는 야구 집안이다. 형은 한화 이글스 소속 내야수 박정현이며 6살 터울 남동생 박지현도 현재 부천중학교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소속 투수 박명현은 사촌형이다.

어린 시절 워낙 개구쟁이였던 박영현의 성격이 차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 부모님이 운동을 권했고 때마침 사촌형이 야구를 하고 있었던지라 따라서 야구공을 잡게 된 케이스다.

'잘할 줄은 알았지만 기대 이상이다.'

프로 2년 차 박영현을 지켜본 많은 이들의 평가다. 지난해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입증했지만 올시즌 결과물은 그 이상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리그를 대표하는 필승조 불펜 투수의 상징인 홀드왕 타이틀을 따냈다.

올시즌 박영현은 김재윤과 함께 KT의 뒷문을 철벽같이 걸어 잠그는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총 68경기에 등판해 75 1/3이닝 동안 3승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로 펄펄 날았다. KT가 시즌 초중반 부진을 딛고 2위까지 치고 올라가게 된 배경에는 강력한 선발진에 더해 박영현이라는 불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박영현의 활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선발되어 실질적인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대만과의 결승전(2-0승)에서 2-0으로 앞선 8회에 등판해 1이닝을 1볼넷 2탈삼진 무실점(투구수 17개)으로 막으며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아시안게임 4경기에 등판해  5⅓이닝 동안 무실점, 2세이브 8탈삼진, 평균자책점 0.00으로 언터처블의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박영현의 시즌은 아직 진행 중이다. 소속팀 KT의 가을야구가 남았기 때문이다. 투타에 걸쳐 안정적인 밸런스가 KT의 장점이지만, 최고의 무기를 꼽으라면 단연 리그 최강 선발진이다. 57승, ERA 3.87을 합작한 것을 비롯 퀄리티스타트 64회(3위), QS+ 38회(1위)를 자랑한다.

특히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로 이어지는 1, 2, 3선발은 어느팀 에이스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여기에 홀드 1위 박영현이 소방수 김재윤(세이브 2위)과 함께 스토퍼로 활약해준다면 역전 우승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과연 수원 '든든이' 박영현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데뷔 첫 우승 반지도 얻을 수 있을까? (이하 인터뷰는 구단 협조를 통해 진행)

"타이트한 순간에서도 짜릿함 느끼며 투구"
 
 최연소 홀드왕 기록을 세운 박영현

최연소 홀드왕 기록을 세운 박영현 ⓒ KT위즈

 
​​​​- 지난 9월 13일 프로 데뷔 2년 차 시즌에 최연소 30홀드(종전 한현희)를 달성했습니다. 2년 차 징크스도 없이 리그 정상급 셋업맨이 되었는데 스스로 꼽는 비결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올해 스프링캠프 전에 고등학교(유신고) 때 코치님을 찾아가 개인적으로 팔 스로잉을 크게 가져가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거기서 감이 잡히면서 올 시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심리적으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같은 큰 경기 등판 경험이 쌓이면서 타이트한 순간에서도 짜릿함을 느끼며 투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평소 오승환 선수(삼성)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고 실제로도 '포스트 오승환'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돌직구도 닮았다는 평가인데 오승환 선배만큼 성장하기 위해 더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투수는 멘탈을 관리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전 아직 그런 쪽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돌부처라는 별명처럼 선배님은 위기상황에서도 티가 나지 않으세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선배님의 그런 노하우를 배우고 싶습니다. 더불어 마운드에 섰을 때 상황별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도 여쭤보고 싶네요." 

​​- 지난 시즌에 비해 제구력도 향상되고 피장타율도 낮아졌는데 박영현 선수 스스로 생각하는 비결이 있나요?
"음… 일단 팔 스로잉 영향도 있고, 작년에 김태한, 제춘모 코치님과 연습을 많이 하면서 저만의 것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반복적으로 저만의 것을 찾아가기 위한 루틴을 쌓다 보니, 올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코치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 후반기 재개 이후 3경기 연속 부진했는데 당시 심정은 어떘나요? 더불어 부진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갑갑하기도 했고 야구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힘들었어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서 제구에 더 안좋은 영향을 미친 듯 싶기도 합니다. 당시 제가 많이 힘들어 보였는지 투수조 형들이 먼저 다가오셔서 지금껏 팀에 공헌한 게 많으니 그 정도로 기죽고 그러지 말라고 격려해주셨어요. 형들이 그렇게 말해주셔서 정말 많은 위로가 됐습니다. 또, (소)형준이 형이랑 함께 이동할 기회가 있었는데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기도 했구요."

​​​​-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경기를 등판했는데 체력적인 문제는 없나요? 길게 쉬면 오히려 나빠진다는 평가도 있는데 본인만의 체력 관리 비결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웃음) 일단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현재의 저는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힘든 것도 까먹는 상태 같아요. 마운드에 설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저 역시 길게 쉬면 조금 흔들리는 것을 느껴요. 지금까지의 경험상 연투하고 쉬는 게 훨씬 좋더라고요."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큰 기여를 한 박영현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큰 기여를 한 박영현 ⓒ KT위즈

 
​​​​-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4경기 5⅓이닝 3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2세이브로 맹활약했어요. 이렇게 잘할 줄 본인도 알고 있었나요?
"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된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특히 강적으로 예상되던 대만전에 출격해서 던지는 상상도 했는데 실제로 결승전에서 던지게 되었습니다. 대표팀 모두가 간절히 대회에 임했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져서 좋은 피칭이 나온 것 같습니다."

​​​​- 가장 친하게 지내는 팀 동료로는 누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이상동, 이채호, 김영현, 손동현 형 등 투수조 선배님들과 친합니다. 라커룸에서도 늘 붙어서 지내요. 특히 (손)동현이형과 좋은 부분들을 서로 얘기하고 조언하거나 토론하고 있어요.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어요."

​​​​- 지난해(2022년 5월 27일 홈경기) 친형인 한화 박정현 선수와 형제대결을 펼쳤을 때 삼진으로 잡았는데 어떤 기분이었나요? 더불어 올 겨울 상무 입단예정인 형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라 표정을 감출 수밖에 없었지만 사실 엄청 짜릿했어요(웃음)! 프로에서 형과 대결하는 순간을 그리기도 했는데 실제로 붙어보니 너무 흥분되고 재미있더라고요. 형이 상무를 가는데 안 다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무에서 몸도 잘 만들어서 건강히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 경기가 없는 휴식일에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특별한 취미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음… 저는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완전 집돌이예요. 취미가 게임인데, 롤도 하고 서든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시즌 32홀드로 홀드왕에 오른 박영현(출처: KT 야매카툰)

시즌 32홀드로 홀드왕에 오른 박영현(출처: KT 야매카툰) ⓒ 케이비리포트/최감자

 
​​​​- 역대 최연소 홀드왕에 등극했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꼭 받고 싶었는데 너무 좋습니다. 홀드왕이라는 건 그만큼 팀 승리에 도움이 되었다는 증거니까요. 아시안게임 가기 전에 조금 더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홀드 기록을 최대한 많이 쌓아놓으려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 박영현에게 KT란 어떤 존재일까요?
"제가 KT에 입단한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KT 야구를 보면서 야구를 했습니다. 유신고 진학 후에는 당연히 연고팀인 KT를 응원했고요. 1차 지명 후에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지더라고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도 입단하고 많은 걸 잘 배운 덕분입니다."

​​​​-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제가 훈련하거나 등판했을 때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계시다는 것을 느낍니다. 덕분에 항상 더 집중하고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야구장 많이 찾아오셔서 저희를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팬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꼭 우승할 수 있도록 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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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KBO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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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인터뷰: 김종수 칼럼니스트, 민상현 기자, 인터뷰 협조: kt wiz 이진우 대리) 취재 및 기사 문의[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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