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일상에서 들리는 흔한 소리에 두려움을 느끼는 만 6세 금쪽이의 부모가 사연을 들고 찾아왔다. 금쪽이는 에어컨 작동 소리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소리 나게 하지 마"라며 귀까지 막고 오열했다. 그밖에도 청소기 소음,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주차장 경고음 등에도 공포를 느꼈다. 일상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식기세척기 소리와 내비게이션 소리는 좋아했는데, 비슷한 기계음인데도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이 신기했다. 학습기에 몰두한 금쪽이는 아빠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엄마의 질문에도 학습기에만 집중했다. 소리에 예민한 아이가 부모의 말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도 의문스러웠다. 청각에 문제가 없는 금쪽이는 왜 부모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 걸까.
그밖에도 양치를 할 때 입가에 살짝 묻은 치약도 불편해 했고, 엄마의 '에~'하는 소리에 짜증을 부렸다. 미용실에서는 가까스로 이발은 했지만, 샴푸를 극구 거부했다. 바닥에 드러누워 눈물까지 흘렸다. 사소한 것에도 늘 두려움을 느끼고 불편해하는 금쪽이가 안쓰러웠다. 혹시 방송에서 여러차례 다뤘던 '소리 공포증'이라고 봐야 할까. 자폐 스펙트럼까지 의심해야 할 상황일까.
문제 행동의 원인
"다른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오은영)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에게 소리 공포 외에 다른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쪽이가 미용실에서 샴푸를 거부한 건 누운 채로 움직이는 의자이 자극이 싫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뒤통수가 아프다고 했을까. 이는 불쾌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아프다'고 표현한 것이었다. 게다가 시·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금쪽이는 아픔을 느끼는 데도 둔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감각 처리 장애' 증상이 있다고 진단했다. 감각 처리 장애란 '우리 몸이 느끼고 해석하는 감각, 내 몸을 조절하는 감각을 처리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원인은 역시 경험 부족이다. 다양한 환경적 자각은 아이의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한데, 금쪽이의 경우 발달에 필요한 자극을 경험하지 못한 듯했다. 영유아 시절을 돌이켜 봐야 할 문제였다.
목욕 시간, 금쪽이는 자신이 지어낸 동화를 끊임없이 아빠에게 들려줬다. 샤워가 끝났는데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한참을 버텼다. 그러더니 "X가 부족해요", "X를 추가하려면 인터넷에 연결을 해야 합니다" 등 알 수 없는 안내음을 반복했다. 아빠가 장난으로 엉덩이를 때리자 "밴드를 붙여 줄까요?", "다음 약까지 남은 시간은 2236"이라며 기계처럼 말을 반복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새로운 문제에 주목했다. 금쪽이는 사회적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디지털 화법으로 어렵게 소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스스로 학습기가 된 듯, 학습기를 보고 외운 말들을 반복했다. '자폐 스펙트럼'이 의심됐는데, 실제로 금쪽이는 5세 때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서 교육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중적으로 돌봐 1년 만에 증상이 호전됐던 것이다.
키즈 카페에 간 금쪽이는 신이 나서 잘 놀다 말고 찌그러진 공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공 정리에 나섰다. 이를 알지 못한 아이들이 금쪽이가 정리해 둔 공을 치우자 이번에는 아예 밖으로 던져버렸다. 금쪽이의 이상 행동에 당혹스러운 엄마가 귀가하려 하자, 금쪽이는 "이어서 재생하시겠습니까", "다시 시도해 보세요", "X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더니 생떼를 부렸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집에 가기 싫다는 마음을 기계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 해석했다. 또, 공은 둥근 모양이어야 생각해서 눈에 거슬리는 찌그러진 공을 치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칭찬받을 행동을 스스로 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비칠 자아의 개념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자폐 증상이 있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공감 능력을 보였기에 희망의 빛이 보였다.
한편, 엄마의 어려움도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잠든 시간에 거실로 나온 엄마는 맥주를 마시며 친구와 통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육퇴 후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라 여겼는데, 술병은 하나둘 늘어갔고 시간도 계속 흘러갔다. 결국 새벽 5시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신 엄마는 오전 내내 잠들어 버렸다. 금쪽이가 깨워도 도무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 혼자 방치된 아침 시간, 금쪽이는 잠든 엄마와 단절된 채 오로지 학습기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엄마는 최근 몇 달 술에 집착하게 됐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쪽이의 이상 행동과 엄마의 우울증은 어떠한 연관이 있는 걸까. 오은영은 33년 간의 의사 생활 중에 이러한 증상을 가진 아이는 4~5명밖에 보지 못했다고 운을 띄운 후 이례적인 진단명을 제시했다.
오은영의 일침
"금쪽이는 '반응성 애착 장애'인 것 같습니다." (오은영)
반응성 애착 장애는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최초로 언급된 진단명이었다. 오은영은 성장 발달에 있어 애착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금쪽이는 끈끈한 관계를 맺어야 할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엄마는 금쪽이가 돌이 지난 후 우울증이 찾아와 아이가 인형처럼 느껴지고 감정이 사라졌다며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을 회상했다. 아빠 역시 금쪽이와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금쪽이는 애착 대상자인 부모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말을 걸어도 시선을 마주치거나 대답하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이었다. 자폐 스펙트럼과 유사한 증상이라 오해할 법하다. 또, 긍정적 정서가 부족하고, 부정적 정서는 다루기 어려워 했고, 감정이 억제되어 있었다. 이는 인내심이 많은 게 아니라 정서적 교류를 못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충격적이게도 금쪽이는 애착 행동을 겪어보지 못해 사랑받는 방법마저 몰랐다. 불안정 애착과 달리 애착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은영은 문제의 원인이 양육자에게 있기에 양육 방식과 환경을 바꾸면 좋아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런데 문제는 반응성 애착 장애가 생길 정도로 반응을 안 해준 부모가 쉽게 바뀔 수 있을지 였다. 오은영이 우려한 부분도 그것이었다.
"이 진단을 내리는 의사도 너무 마음이 아파요. 이 진단을 내려줘서 엄마 아빠가 환골탈태하도록 힘을 불어넣어줘야 하는데, 잘못하면 죄책감에 일 저지를까 봐 너무 걱정한단 말이에요." (오은영)
오은영은 부모에게 정신 차리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였다. 그는 "나 이 말까지 할래요. 다른 집에서 태어났다면 반응성 애착 장애가 됐을까?"라며 각성을 요구했다. 또, 엄마에게 술을 끊으라고 요구하며, 술이 우울증을 절대 돕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부모가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제는 달라저야 할 때이다.
금쪽이의 속마음은 어떨까.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말하기를 주저했던 금쪽이는 조금씩 진심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친구들이랑 어떻게 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 말소리가 싫어요. 못 알아들으니까" 이 말에 스튜디오는 울음바다가 됐다. 부모는 솔직한 아이의 고백에 고개를 숙였다. 도움이 필요했던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의 눈물이었으리라.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마음愛착 솔루션'이었다. 우선, 엄마는 금주를 선언했다. 집 안의 모든 주류를 단호하게 처분했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후에는 구멍 난 애착 관계를 메꿔주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다시 쓰는 애착 육아 일기'를 통해 그 시절로 되돌아가 못다 준 애정을 채워줬다. 0세부터 단계별 애착 형성을 다시하며 사랑에 허기진 금쪽이와 교감했다.
아빠는 금쪽이와 함께 운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아직까지 일상 대화가 어려운 금쪽이를 위해 노력했다. 사회적 언어 습관을 기르기 위해 엄마는 교육 영상을 만들어 소통하는 법을 가르쳤다. 금쪽이이 언어 능력이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특정 소리에 유난히 민감했던 금쪽이를 위해 상자 속에 물건을 넣어두고 촉감에 집중하는 감각 만족 솔루션도 진행됐다.
금쪽이네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성장해 나갔다. 부모는 끊임없이 노력했고, 금쪽이의 빈틈도 점차 채워졌다. 드디어 금쪽이는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하게 됐다. 오은영의 눈물 담긴 간곡한 요청에 깨달은 부모의 절실한 노력이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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