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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란 대타' 도수빈, 대선배 못지않았다

[여자배구] 14일 도로공사와의 개막전서 22디그 맹활약, 흥국생명 3-0 완승

23.10.15 10:11최종업데이트23.10.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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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이 개막전에서 도로공사를 꺾고 지난 시즌 챔프전의 설욕에 성공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4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개막전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세트스코어 3-0(25-20, 25-13, 25-16)으로 제압했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도로공사를 상대로 2연승 후 3연패를 당하며 챔프전 우승이 무산됐던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도로공사를 3-0으로 가볍게 꺾으며 우승후보의 위용을 과시했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53.13%의 성공률로 20득점을 기록했고 김연경도 53.33%의 성공률로 16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이날 무릎상태가 좋지 않았던 '미친 디그' 김해란 리베로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이날 경기에서 김해란의 공백을 느낄 틈이 없었다. 개막전에서 주전으로 출전한 도수빈 리베로가 대선배의 공백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챔프전의 리버스 스윕패를 설욕하며 기분 좋은 개막전 승리를 따냈다. ⓒ 한국배구연맹

 
김해란 잠정은퇴로 주전 리베로가 된 도수빈

배구에서 강 팀이 되기 위해선 공격과 수비, 높이 등 모든 부분이 중요하지만 2014년부터 작년까지 8시즌 동안 흥국생명을 이끌었던 박미희 감독(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서브리시브와 수비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했다. 김혜선 리베로(수원시청)와 한지현 리베로(대구시청)가 경쟁하며 수년간 리베로 포지션이 안정되지 못했던 흥국생명은 2017년 FA시장에서 국가대표 주전리베로 김해란을 영입했다.

흥국생명은 김해란을 영입한 2017-2018 시즌 주력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의 부진이 겹치며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김세영,김미연을 영입하며 전력을 재정비한 2018-2019 시즌 통산 4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김해란은 53.14%의 리시브 효율(2위)과 세트당 6.75개의 디그(1위)를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흥국생명과 박미희 감독의 김해란 리베로 영입이 2년 만에 결실을 맺은 셈이다. 

2019-2020 시즌에도 디그 2위(세트당 6.20개)에 오르며 리그 정상급 리베로로 군림하던 김해란은 2020년4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2013년 동갑내기 조성원 축구코치와 결혼식을 올리고도 소속팀과 대표팀 일정 때문에 7년 간 아이를 갖지 못했던 김해란은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갖기 위해 은퇴를 선택했다. (2020년12월 아들 하율군을 출산한 김해란은 한 시즌만 쉬고 2021-2022 시즌을 앞두고 현역으로 복귀했다).

흥국생명은 2020년 에이스 이재영과의 재계약과 이다영 세터(볼레로 르 꺄네)의 영입, '여제' 김연경의 복귀 등 많은 호재가 있었음에도 김해란 리베로가 이탈하는 악재도 함께 찾아왔다. 졸지에 리베로 포지션에 큰 구멍이 생긴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은 외부영입 대신 팀 내 젊은 리베로를 주전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프로 5년 차 도수빈 리베로가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 리베로 자리를 차지한 순간이었다.

사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리베로는 전통적으로 상위지명을 받기 힘든 포지션이다. 1라운드 출신 임명옥(도로공사)과 오지영(페퍼저축은행),신연경(IBK기업은행 알토스),한수진(GS칼텍스 KIXX) 등은 모두 공격수 출신이고 국가대표 주전리베로 김연견(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은 3라운드 출신이다. 도수빈 리베로 역시 2017-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FA계약 후 첫 V리그 경기서 22디그 활약
 

도로공사와의 개막전에서 22디그를 기록한 도수빈 리베로의 맹활약 덕분에 흥국생명은 김해란 리베로의 공백을 느끼지 못했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도수빈 리베로는 2020-2021 시즌 흥국생명의 주전리베로가 됐지만 진정한 의미의 '풀타임 주전'은 아니었다. 도수빈 리베로는 주로 상대가 서브를 시도할 때 리시브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았고 흥국생명이 서브를 시도할 때는 박상미 리베로가 나섰다. 당연히 디그에 참여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도수빈 리베로는 2020-2021 시즌 39.69%의 리시브 효율(6위)과 세트당 2.93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2021년 김해란 리베로가 현역으로 복귀하면서 도수빈 리베로는 다시 팀의 두 번째 리베로로 밀려났다. 도수빈 리베로는 시즌 초반 김해란 리베로가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주전으로 출전하는 기회가 늘었고 36.31%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3.59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2021-2022 시즌 김연경이 중국리그에서 활약한 흥국생명은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고 도수빈의 활약도 전혀 돋보이지 못했다. 

2022-2023 시즌 부상에서 회복한 김해란 리베로가 정규리그 35경기에서 133세트를 소화하면서 도수빈 리베로는 26경기 53세트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대부분 리베로 출전이 아닌 후위 수비강화를 위한 교체 출전이었다. 흥국생명의 챔프전 리버스 스윕패를 웜업존에서 지켜본 도수빈은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고 계약기간 2년에 연봉 총액 1억3000만 원의 조건에 흥국생명에 잔류했다.

컵대회부터 주전 리베로로 활약한 도수빈은 정규리그 개막전에서도 무릎이 좋지 않은 김해란 리베로 대신 주전으로 출전했다. 그리고 도수빈은 한 번의 교체 없이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흥국생명의 완승을 견인했다. 김미연과 함께 전담했던 리시브 효율에서는 18.75%로 그리 좋지 않았지만 3번의 세트 동안 무려 22개의 디그(세트당 7.33개)를 성공시켰다. 이는 리그 최고의 리베로로 꼽히는 도로공사 임명옥 리베로(19개)를 능가하는 수치였다.

고질적으로 좋지 않은 김해란 리베로의 무릎 상태를 차치하더라도 내년 정규리그가 끝날 무렵이면 만 40세가 되는 김해란 리베로의 나이를 고려하면 흥국생명도 하루 빨리 차세대 리베로를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롤모델로 삼았던 김해란이라는 최고의 선배 밑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은 도수빈 리베로가 자연스럽게 선배의 뒤를 이어준다면 흥국생명으로서는 더 바랄 게 없는 완벽한 세대교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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