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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배우 찾아온 두 손님, 이들의 특별하지 않은 하루

[미리보는 영화] <우리의 하루>

23.10.13 17:57최종업데이트23.10.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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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의 하루> 공식 포스터. ⓒ 전원사

 
홍상수 감독의 예술가를 향한 탐닉이 이번 영화에도 이어졌다. 그의 서른 번째 신작이 오는 19일 개봉하는 가운데 13일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우리의 하루>가 언론에 선공개됐다.
 
이미 올해 칸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인 바 있는 작품은 각기 분절된 두 에피소드가 하나로 합쳐 있는 모양새다. 배우 생활을 하다 은퇴한 40대 여성 지원(김민희), 그리고 꽤 이름을 알려온 70대 시인 홍의주(기주봉)를 각기 다른 두 청년이 방문한다.
 
최근의 홍상수 영화가 그랬듯 <우리의 하루>는 우연성에 기댄 듯 일상 대화들로 가득 차 있다. 지원은 고양이를 키우는 묘령의 지인 집에 잠시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런 그를 과거 짧은 인연이 있어 보이는 먼 친척이 찾는다. 배우 지망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청년은 지원에게 여러 경험담과 조언을 구하지만, 왜인지 지원은 다소 냉소적이다.
 
이혼한 채 홀로 살아가는 의주는 마침 다큐멘터리 주인공이 됐다. 매일같이 그를 찾아 삶의 궤적을 촬영하는 청년 감독을 수양딸처럼 생각한다. 그러다 자신을 배우라고 소개한 한 젊은 남성을 손님으로 맞게 된다. 사랑이 무엇인지, 진리는 무엇인지, 그것들이 연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묻는 손님에게 의주는 제법 촌철살인 같은 답을 남긴다. 요약하면 정답이 없다는 게 그의 답이었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는 상반되지만 지원과 의주 모두 청년들에게 이렇다 할 해답이나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예술과 예술가들을 향한 어떤 동경이나 그들이 품고 있을 법한 아우라를 파괴하는 홍상수 감독만의 전매특허 기법일 것이다. 과거 홍상수의 초기작 중기작들에선 예술가들의 행위, 특히나 남성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스스로 자신들의 아우라를 파괴하도록 했다면, 이젠 그 자리를 여성이 꿰차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예술가든 아니든, 기성세대든 노인이든 모두 공평하게 24시간을 살아간다. 지원의 지인이 고양이를 잃어버려 혼란스러워하다가 다시금 고양이를 찾게 되어 안도감을 느끼는 것. 금주와 금연을 선언하며 꽤 오래 실천해오던 시인 홍의주가 낯선 청년의 방문 이후 술과 담배를 입에 대는 것. 사소하면서도 특별한 일상 속 사건들이다. 인물의 행동에 찌질함을 부여했던 홍상수 감독은 언제부턴가 이런 상황 속에 캐릭터들을 방목하여 욕망과 권위의 파괴로 이끌어 간다.
 
물론 구성 면에서 보면 <우리의 하루>가 매우 탄탄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영화적인 것인지는 치열하게 논쟁할 거리지만, 평범한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도 혹은 특별함에서 평범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도 모두 예술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들이 열광할 만한 역동성은 없어도, <우리의 하루>는 충분히 영화적이라 할 수 있다.
 
한줄평: 하루를 쫓다 보면 떠오르는 어떤 감흥들
평점: ★★★☆(3.5/5)

 
영화 <우리의 하루> 관련 정보

제목: 우리의 하루 (in our day)
제작/각본/감독/촬영/편집/음악: 홍상수
제작실장: 김민희
제작부/동시녹음: 김혜정
출연: 기주봉 김민희 송선미 박미소 하성국 김승윤 외
상영 시간: 84분
제작: (주)영화제작전원사
배급: (주)영화제작전원사, (주)콘텐츠판다
해외 배급: (주)화인컷
개봉: 2023년 10월 19일
 
우리의 하루 홍상수 김민희 기주봉 송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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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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