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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이 드라마... 통쾌함 말고 불쾌감만 남겼다

[리뷰] SBS 드라마 <7인의 탈출>

23.10.01 13:51최종업데이트23.10.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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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 드라마 '7인의 탈출' ⓒ SBS

 
이제 '악인 끝판왕' 7명만 살아 남았다. 지난 9월 29, 30일 방영된 SBS <7인의 탈출> 5, 6화는 김순옥 작가의 전작이 늘 그러했듯이 핵심 주인공이 정체를 바꿨고 초고속 스피드로 전개된 이야기를 통해 반전, 복수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았다. 그리고 극중 늪에 빠져 목숨을 잃은 악인들 마냥 드라마마저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말았다.  

​지난 2주 동안 흔적 조차 드러내지 않았던 핵심 주인공 매튜 리(엄기준 분)는 알고 보니 억울하게 자신의 삶이 짓밟혀버린 방다미(정라엘 분)의 양부 이휘소(민영기 분)이었다. 한모네(이유비 분), 금라희(황정음 분)의 계략에 의해 살해당한 줄 알았던 방칠성 회장(이덕화 분)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고, 살인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갖혀있던 이휘소를 빼낸 방회장은 성형수술을 거쳐 이휘소를 매튜 리로 변신시켰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후 처절한 복수는 본격적으로 진행되기에 이른다.

​점 하나만 찍고 구은재에서 민소희로 탈바꿈했던 <아내의 유혹> 때와 비교하면 <7인의 탈출>은 분명 최첨단 CG+거대 자본의 결합을 통해 판을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가 수렁에 빠지고 있는 모양새다.
 
성형수술로 새 인생을 살게 된 매튜 리​
 

SBS 금토 드라마 '7인의 탈출' ⓒ SBS

 
"내 손녀딸을 거두고 키워줘서 고맙다고. 돈 밖에 모르는 늙은이를 용서해달라"고 심한 화상을 입은 이휘소를 대신해 교도소에 갇힌 방회장은 이휘소에게 사과의 말을 건냈다. 그리고 거액이 든 통장을 자신의 대리인 강기탁(윤태영 분)을 통해 전달했다. 이제 매튜 리라는 인물로 '페이스 오프'된 이휘소의 복수는 5년이 지난 어느날 파티로 위장한 덫을 통해 시작되었다.  

​다미의 삶을 잔인하게 짓밟았던 이들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모네는 톱스타가 되었고 라희 역시 다시 재럭을 갖춘 사업가로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의 탐욕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기만 했다. 매튜는 이러한 들의 특성을 역이용하기에 이른다. 그가 소유한 기업체 티키타카의 모델로 활동중인 모네와 더불어 33인이 화려한 파티에 초대되었다.  

다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류된 인물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균열이 발생한다.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다미, 라희 등의 구상은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가는 시발점이 되었다.  

지옥도가 된 무인도... 간신히 생존한 악당 7인
 

SBS 금토 드라마 '7인의 탈출' ⓒ SBS

 
요트가 사라진 채 섬에 갖힌 이들은 맷돼지와 박쥐 떼의 습격을 받고 목숨을 잃는가 하면 이상한 연기에 중독되면서 환각, 환청에 시달리자 헛것을 본 나머지 서로를 몽둥이로 때리면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기에 이른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 앞에 구명 보트가 놓였지만 탑승 가능한 인원은 7명, 남은 사람은 13명.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극악무도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제 무인도는 말 그대로 '지옥도'가 된 것이다.  

​가까스로 섬을 탈출한 7명의 악인들은 호텔로 돌아와 잠시 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그들 앞에는 핏빛 문구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라희, 다미 등이 그동안 저지른 악행을 요약한 메시지는 앞으로 벌어질 또 다른 사건의 시작에 불과했다. 무려 28구의 시신이 발견된 무인도 사건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고 자연스레 생존한 7명이 용의 선상이 놓이게 되었다. 

일단 매튜에 의해 잠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모네는 언론으로 부터 집단 살인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면서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다미가 나오는 악몽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모네는 급기야 라희에게 "내가 죽였어, 방다미"라고 고백해 더 큰 파국을 예고했다. 

통쾌함 대신 불쾌함만 남았다​
 

SBS 금토 드라마 '7인의 탈출' ⓒ SBS

 
지난 3주에 걸친 <7인의 탈출> 방영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총제적 난국'이 적합해보인다. 꺾임 없이 매회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펜트하우스>와 비교하면 지지부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드라마가 처한 현실이다. 단순히 시청률의 느린 상승폭, OTT 속 화제성 결여 등의 문제를 떠나 여전히 보는 이들에게 고구마 100개 이상의 갑갑함을 매회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추악함과 추락, 복수가 주요 소재로 활용되어 왔던 김순옥 작가의 평소 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내용은 용납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생존을 위해 여러 사람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없는 캐릭터와 개연성 없는 이야기 등은 드라마라 할지라도 좀처럼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연신 폭주하는 등장 인물들의 기행만 남겨 놓았다.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극의 전개가 결과적으로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다보니 <펜트하우스> 시즌 1-3, <황후의 품격> 대비 미지근한 반응을 이어가는 것이다. 악인들을 주인공 삼은 '피카레스크' 장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내용들의 나열은 이 드라마가 전달하고 싶은 주제가 도대체 뭔지라는 의문을 낳게 한다. 적어도 <펜트하우스> 등에선 세태 풍자와 더불어 배우들의 호연이 부족함을 채운 데 반해 <7인의 탈출>에선 극의 단점을 메워줄 비장의 수단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5-6회는 대량 학실극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참담한 결과물을 낳고 말았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같은 슬래셔 장르의 드라마 속 구현을 꿈꾸는게 아니었다면 초반 6회분의 내용은 통쾌함 대신 불쾌함만 안겨줄 따름이었다.  지옥도에 갖히게 된 건 수많은 악당들이 아니라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7인의 탈출> 드라마 본인이 아니었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 수록되는 글 입니다.
7인의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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