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SBS Plus <나는 솔로> 한 장면.
ENA, SBS Plus
이번에는 상철의 차례였다. 지난 27일 방송된 '나는 SOLO' 116회(16기 10회 차)에서 영숙과 영자를 오가며 똑같은 질문을 무한반복했다. 마치 '답정너'처럼 정해둔 답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도 줬다. 상대방의 말을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다.
상철은 영숙과 영자에 대한 마음이 50:50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종 선택에 있어 확답을 주는 쪽을 택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영숙은 상철에게 호감이 있음에도 "미국에 안 간다"며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 "미국에 갈 가능성이 있는 영자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상철의 거듭된 질문에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대답했지만, 상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웃던 영숙은 결국 지쳐버렸다.
'최종 선택에서 반드시 짝를 찾는다'는 명령어가 입력된 상철의 다음 타깃은 영자였다. 질문은 같았다. 영자는 최종 선택을 확정짓기에는 시간이 짧았다며 에둘러 대답했다.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망하던 영숙은 상철이 계속 영수 이야기를 꺼내며 비교하자 "그만 하세요"라고 말을 끊고 자리를 떠났다. 거실에서 다시 영자를 만나 상철은 "사과하면 돼요?"라며 어처구니 없는 태도를 보였다.
사실 상철은 시청자의 호감을 샀던 출연자였다. 그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엉뚱한 매력이 있었다. 동물을 좋아해 각종 동물이 프린팅된 옷을 입고 나왔고, 피규어와 인형 모으기가 취미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입력값'을 최선을 다해 현출하려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보잉사에서 공급망 분석가로 일하고 있다는 반전 매력도 한몫했다.
특히 기가 센 영숙과의 티키타카가 인상적이었다. 영숙의 포스에 눌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귀여웠고, 어쩌면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숙의 지시를 꿋꿋하게 수행하는 모습은 킬링 포인트였다. 돌이켜 보면, 워낙 영숙이 판을 흔드는 빌런 역할을 하는 바람에 상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116회을 통해 상철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우선, '남자는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상철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는 밥을 먹으면 설거지는 고사하고 뒷정리도 하지 않는다며, 자신은 곧바로 소파에 가서 눕는다고 말했다. 또, 집안일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면을 끓이는 것도 대학 졸업 후 몇 십년 만이라고 말해 경악하게 했다. 영숙은 '유교 보이' 상철의 가치관에 학을 뗐다.
여기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은 '차이'라고 받아들였다. 상철은 외벌이로도 충분할 정도로 수입이 많은 듯했고,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게다가 집안일에 대해서도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물론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기 힘든 사고방식인 건 맞지만, 대놓고 자신만만한 상철의 태도와 조곤조곤한 화법이 신기하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