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스틸 이미지
디즈니+
마지막으로 신파로 시청자를 끌고 가는 장르적 접근도 인상적이다. <무빙>은 처음부터 가족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는다. 로맨스로 문을 열고, 액션으로 눈을 사로잡은 후, 눈물을 자아내며 출구를 막는다. 특히 로맨스가 눈에 띈다. 로맨틱 코미디, 정통 멜로, 청춘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종합선물세트로 보여주면서 다방면으로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1등 공신이기 때문.
특히 청춘 로맨스를 초반부에 배치한 게 신의 한 수로 보인다. 간과될 수 있지만, 근래 극장가에서는 1020세대 중심으로 청춘 로맨스가 인기를 모은 바 있다. 2021년 개봉 당시 관객 약 4만 명에 그쳤지만, 올해 재개봉해서 40만 명을 돌파한 <여름날 우리>가 대표적이다. 즉, 온라인상에서 초반 화제성을 불어 일으키는 데 최적화된 승부수였던 셈이다.
또 청춘 로맨스가 분위기를 돋우고, 이어서 부모 세대의 과거사와 로맨스를 등장시키는 순서도 영리했다. 몰입도와 화제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드라마에 유입된 후에는 각 커플의 개성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 부모-자식 간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거부할 틈도 없이 비극적인 가족사와 신파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시청자 니즈를 읽은 승부수
강풀 작가와 디즈니+가 선택한 공개 방식도 눈길을 끈다. <무빙>은 7화까지 한 번에 공개한 후 매주 2편씩 공했다. 마치 시즌 1을 몰아본 후, 곧장 시즌 2가 공개되는 듯한 독특한 느낌을 줬다. 이는 넷플릭스와의 차이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디즈니+ 플랫폼 자체 인지도까지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처럼 보인다.
화제성 유지에 유리한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무빙>은 내용이 방대하다. 20화가 부족해 보일 정도로 다룰 내용이 많다. 만약 넷플릭스 스타일대로 시즌을 나눠서 공개했다면 지금만큼의 화제성을 담보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시즌을 기다리면서 답답하거나 감질맛만 났을 테니까. 최근 넷플릭스도 시리즈 한 시즌을 여러 파트로 나누어 공개하면서 화제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중인데, 디즈니+는 <무빙>으로 한 발 빨리 답을 찾은 듯하다.
물론 단점이 없는 드라마는 아니다. 제작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CG 완성도는 분명 아쉽다. 특히 비행 장면에서 CG 장면과 일반 장면 간의 연결이 유독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짜임새도 문제다. 마지막 학교 액션 시퀀스는 클라이맥스 치고 맥이 빠지며, 인물들의 행적도 어색하다. 그렇다고 <무빙>의 성공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시즌 2에서 몇몇 아쉬움까지 지워주길 기대케 한다는 점에서 이미 제 몫을 다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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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및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영화와 드라마를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