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왜 하필 70년도 넘은 옛날이야기를 지금 꺼내든 이유가 설명된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보스톤 마라톤 대회를 선택한 것과 맞물린다. 보스톤 마라톤 대회는 1775년 4월 19일 영국군의 공격에 맞선 투쟁을 기린 애국자의 날 행사 중 하나다. 1897년 1회를 개최하며 올림픽 다음으로 오래된 상징적인 대회이기에 뜻깊음이 배가된다. 조선과 미국의 기념비적 독립 투쟁 현장이 새겨진 의미 있는 상황과 자연스럽게 겹친다.
또한 몇 년간 힘들었던 팬데믹과 경제 불황을 겪은 국민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려 의도된 밑그림이다. 혼란스러웠던 시절에도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한 승리자가 있었고, 과거가 쌓여 미래가 만들어진다는 게 공통점이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오르막과 내리막, 장애물을 넘나드는 긴 여정을 자기와의 싸움으로 이겨내야만 한다. 특별한 준비 없이 인내심과 지구력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나 혼자 달리는 거 같아도 코스와 작전을 상의할 감독과 코치, 응원하는 관중이 있어 완벽해진다. 인생도 혼자 태어난 것 같으나 부모, 가족, 친구, 타인을 만나 완주하는 동행인 셈이다.
특히 싱크로율 높은 인물 설정은 관객을 스크린 안으로 친절히 안내한다. 생계를 위해 인왕산과 무악재 고개를 타고 다녔던 서윤복의 경험이 밑거름 되어 스토리에 힘을 더한다. 잔잔하던 분위기가 전환되는 분기점은 보스톤 마라톤 대회 상심의 언덕을 넘으면서부터다. 나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게 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다만 MZ 세대의 선택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나라가 개인을 위해 해 준 게 뭐가 있냐'던 영화 속 교민 백남현(김상호)의 대사가 떠오른다. 사골처럼 우려먹는 해방과 한국전쟁이란 소재가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긴 연휴를 보낼 영화로 꼽는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확실한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뭉클한 순간에 눈시울은 어쩔 수 없이 붉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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