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잠에서 깬 금쪽이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찾았다. 하지만 자녀 보호 앱으로 사용 제한을 걸어둔 상태인 것을 확인하더니,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내뱉으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눈물까지 흘리더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앱 삭제 방법을 알아내 게임을 시작했다. 엄마는 휴대폰을 초3때 사준 후 사용법에 대한 교육은 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아빠와 엄마가 귀가한 후에도 금쪽이는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겨우 설득해 거실로 불러내 휴대폰 사용에 대해 지적하자 "인권 침해야!"라고 맞섰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다. 엄마가 휴대폰을 가져오라고 하자, 금쪽이는 "싫어! 이 XX야!"라고 욕을 했다. 충격적인 상황에도 부모는 무던한 반응을 보였다. 엄마는 더 이상 혼내는 게 의미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 와중에 아빠와 엄마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하던 건 마무리 해야 된다'는 아빠와 '제한 시간은 지켜야 한다'는 엄마는 충돌했다. 그럴수록 금쪽이는 의기양양해졌다. 엄마는 "자기가 그러면 다음부턴 내가 제한을 못 해"라며 자포자기했고, 아빠는 한숨을 쉬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결국 엄마도 금쪽이의 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금쪽이는 앱을 다시 설치하는 대신 5시간을 요구했다.
아동 휴대폰 과의존 체크리스트(출처 :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스마트 쉼 센터)
휴대폰 이용에 대한 부모의 지도를 잘 따르지 않는다.
휴대폰을 강제로 뺏지 않으면 스스로 그만두지 못한다.
항상 휴대폰을 가지고 놀고 싶어한다.
휴대폰 이용 때문에 아이와 자주 싸운다.
휴대폰을 하느라 다른 놀이나 학습에 지장이 있다.
휴대폰 이용으로 인해 시력이나 자세가 안 좋아졌다.
오은영은 휴대폰이 끊길 때 금쪽이의 반응은 걱정될 정도로 심각하며 휴대폰 중독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아동 휴대폰 과의존 체크리스트'에도 거의 다 해당됐다. 게다가 폭식 증상도 관찰됐는데, 배가 고프지도 않은 상태인데 꾸역꾸역 음식을 흡입했다. 그러다 결국 화장실에서 모두 게워냈다. 그 이유는 사용 제한이 걸려 휴대폰 게임을 못한 금단 증상 때문이었다.
그밖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포착됐다. 킥복싱장에 간 금쪽이는 운동을 하는가 싶더니 곧 거부하고 휴대폰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관장님이 이를 제지하다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금쪽이는 반말과 욕설을 하고, 막무가내로 분노를 쏟아냈다. 놀라서 몰려든 친구들에게도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거짓말로 고자질하기도 했다. 금쪽이는 사회적 관계 맺기에 어려움이 커 보였다.
오은영은 사회성 부족과 휴대폰 중독의 연관 관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회성이 떨어지니 친구 사귀기가 힘들고,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는 휴대폰 세상에 몰두하게 된다. 휴대폰에 빠질수록 사회성을 배울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점점 휴대폰에 집착하게 된다. 더 우려되는 점은 타인의 의도와 행동을 왜곡하고, 자기 입장에서만 해석하는 '인지적 왜곡'이다. 이는 피해 의식과 적개심을 야기했다.
금쪽이의 거짓말(은 인지적 왜곡의 확장과 연관이 있다)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영장에서 물총을 발견한 금쪽이는 처음에는 주인을 찾다가 "주인 없으면 내 거!"라고 스스로 선언해버렸다. 진짜 주인이 나타났는데도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며 돌려주지 않았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타인과 얽힌 문제를 성숙하게 해결할 사회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휴대폰에 몰두되어 배울 기회를 놓친 것이다.
부모의 잘못들
한편, 엄마와 아빠의 대립되는 훈육관도 문제였다. 금쪽이는 지나치게 허용적인 아빠를 무기삼아 엄마를 무시했다. 또, 아빠는 금쪽이가 엄마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훈육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오은영은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분명한 원칙과 일관성 있는 훈육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미묘하게 훈육을 망설이는 아빠에게 지도력이 요구된다고 따끔히 말했다.
"독이 되는 마음 읽기예요." (오은영)
그렇다면 엄마의 양육 방식은 어떨까. 엄마는 금쪽이가 급발진해 욕설과 분노를 쏟아냈는데도 '마음 읽기'를 시도했다. 화를 안 내고 훈육하려 노력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은영은 이런 방식은 독이 된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마음 읽기는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되 올바른 행동과 방향 제시를 하는 것인데, 엄마는 아이의 속상한 마음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리되면 아이는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죄책감 없이 부정적 감정 표출도 권리로 여기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금쪽이는 휴대폰 사용 제한으로 또 다시 갈등이 생기자 엄마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가했다. 몸싸움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점점 더 폭주하던 금쪽이는 엄마에게 침을 뱉기까지 했다. 아빠랑 살겠다며 이혼하라고 소리도 질렀는데, 이는 엄마 입장에서 처참한 모욕이었다.
"부모의 기분도 언짢을 수 있음이 전달되지 않으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한계를 못 배워요." (오은영)
엄마의 반응은 더 충격적이었다. 그는 화를 내고 혼자 밥을 먹는 금쪽이에게 다가가 반찬을 챙겨주는 모성을 발휘했다. 앞서 벌어진 일은 없었던 것처럼 멀쩡해졌다. 마치 부모의 지도력을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실제로는 그 사이에 더욱 충격적인 상황이 펼쳐졌지만, 오은영은 가족 보호를 위해 고심 끝에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아빠에게 보여줬다.
그동안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아빠는 충격에 휩싸여 눈물을 흘렸다. 좀처럼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한계 없이 받아준 빗나간 자식 사랑의 결과라고 할까. 오은영은 부모의 양육이 휴대폰 중독을 키운 것이라 지적하며, 엄마 아빠의 각성을 요구했다. 금쪽이도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 엄마에게 처음으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희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오은영은 조절 능력의 어려움을 겪는 금쪽이를 위한 금쪽 처방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조절 능력은 부모가 일상에서 가르쳐야 한다며, 우선 가족 구성원의 위계와 서열을 바로잡는 노력을 하라고 조언했다. 본격적으로 가족 역할극을 통해 부부의 심리 파악에 나섰다. 아빠는 이 과정에서 불편함을 호소했는데, 그건 많이 맞았던 어린 시절의 아픔 때문이었다. 갈등 상황을 피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어서 금쪽이네는 가족 규칙을 정했다. ①욕하거나 때리지 않기 ②식사는 정해진 시간에 같이 먹기 ③규칙적인 생활하기처럼 여타 가정에서는 기본적인 것들이었지만, 규칙이 무너진 금쪽이네에는 절실한 과제였다. 물론 단번에 개선될 리는 없었다. 기상 시간을 어긴 금쪽이는 엄마의 단호한 태도에 화를 내며, 엄마를 향해 물을 뿌리고 컵을 집어던져 상처를 냈다.
그날 저녁, 아빠는 금쪽이의 잘못을 짚고 넘어가고자 했다. 그러자 금쪽이는 건성으로 사과했고, 아빠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단호하게 훈육했다.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금쪽이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10분이 경과했을까.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파악한 금쪽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사과했다. 엄마는 잘못된 행동을 분명히 짚어줬다. 단호한 훈육이 이끌어낸 첫 번째 변화였다.
아빠는 조금은 준비가 된 듯한 금쪽이에게 참담한 그날의 영상을 보여줬다. 금쪽이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며 스스로도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할 말을 잃은 금쪽이는 변화를 다짐했다. 충동성 지연 훈련을 통한 휴대폰 중독 솔루션도 진행됐다. 색깔 또는 글자 맞히기 게임, 충동을 멈추는 가위바위보 등을 통해 조금씩 연습해 나갔다. 또, 가족 모두 휴대폰을 봉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 바뀌자, 금쪽이의 변화도 가시적이었다. 아빠는 식사 예절부터 가르치며 금쪽이의 조절 능력 개선 훈련에 적극 참여했고, 엄마도 이전처럼 독이 되는 마음 읽기는 멈추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아나갔다.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금쪽이네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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