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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영화제, 강원 지역 대표 영화제로 자리매김할 것"

[인터뷰]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23.09.13 14:04최종업데이트23.09.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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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춘천영화제에 부임하게 된 김형석 운영위원장. ⓒ 이선필


 
남춘천역 인근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모처럼 북적거렸다. 배우 이준기가 떴기 때문이다. 올해 10회를 맞은 춘천영화제가 <왕의 남자> 등 15편의 영화를 발표한 이준익 감독 데뷔 30주년 행사 취지로 세 편의 대표작을 상영했고, 출연 배우들이 기꺼이 응원방문한 것. 
 
올해 춘천영화제에 새로 부임한 김형석 운영위원장은 희미해졌던 춘천영화제 역사를 되새기며, 그 본질을 찾아놓겠다는 각오였다. 지난 11일부로 영화제는 종료됐고, 행사 중엔 유례없는 인파가 몰리며 소규모의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제 기간 중 김 위원장을 만나 관련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었다.
 
초심과 본질을 바라보다
 
직전까지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한 김형석 위원장은 나름 단단한 각오가 있었다. 강원도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성장하던 평창영화제, 그리고 후발 주자로 내실을 키우던 강릉국제영화제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졌다. 삽시간에 실직자가 된 해당 영화제 전문 인력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공모를 통해 김형석 위원장은 춘천영화제로 오게 됐다.
 
그가 위촉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SF 영화제로 칭하던 명칭을 벗어나 춘천영화제라는 이름을 강조한 것. 여기엔 영화제 탄생의 역사를 되새기고, 본질을 찾자는 의도가 깊게 깔려 있었다.
 
"그간 초청받으면 종종 와서 참여했던 영화제였다. 매번 극장을 옮겨 다니며 했더라. 제 임기가 3년인데 그 기간만이라도 고정된 곳에서 하자는 생각이었다. 남춘천 메가박스가 멀티플렉스긴 하지만, 옛날 단관 극장 느낌도 나고 스크린과 객석 거리도 아주 가깝다. 정서적으로 영화제를 하기에 좋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3년간 SF영화제로 진행됐는데 일단 제가 SF 장르를 잘 모른다. 그리고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닌데 춘천영화제의 시작점을 생각하며 그 초심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올해 영화제 개막작 <오래된 인력거>의 고 이성규 감독이 춘천 한림대 출신이고, 이곳을 기반으로 독립영화 영화인들을 위해 정말 치열하게 활동하셨다. 그를 따르던 후배 영화인들이 이성규 감독 1주기인 2014년 12월에 조촐한 다큐영화제를 만들었는데 그게 시작점이었다."

  

제10회 춘천영화제 '클로즈업' 섹션의 주인공 이준익 감독과 영화 <라디오스타> 출연 배우들. ⓒ 이선필



다큐영화제 성격의 행사가 종합영화제가 되었다가 SF영화제가 된 셈이었다. 이를 다소 기이하게 여겼다는 김형석 위원장은 다큐 섹션을 강화하고, 지역 영화 섹션을 마련해 이성규 감독의 뜻을 잇기로 했다. 문화도시로 지정됐음에도 다른 지역처럼 예술영화 전용관이 없다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독립영화 상영과 단편영화 상영에도 힘을 줬다. 특히 단편영화 경쟁 부문을 마련해 장편 중심의 타 영화제와 차별성을 둔 게 포인트였다.
 
대부분 행사들이 신설됐거나 회심으로 준비했다지만 김형석 위원장은 차근차근 상영전 섹션을 강조했다. 일종의 영화제 속 영화제로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함께 꾸린 행사다. UN 권고로 각 지자체마다 민간과 관이 협력해 생태 문제 및 공동체 가치를 고민하는 해당 단체는 중앙 집중이 아닌 건강한 자치 시민 가치를 지향한다. 평창영화제 당시 협력관계를 구축한 김 위원장이 춘천으로 그 가치를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분리되고 지역화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이런 협업 사례가 중요한 화두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성기, 박중훈, 이준기, 최희서, 박정민, 안미나 등 배우들을 한달음에 달려오게 한 클로즈업섹션 또한 올해 춘천영화제의 자랑거리였다. 첫 주인공으로 이준익 감독을 택한 김형석 위원장은 "당연히 다른 영화제에서 자릴 마련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하지 않아 감독님께 제안드리게 됐다"며 "단 한 번의 통화로 모든 배우들이 흔쾌히 참석하겠다 하셨는데 내심 겁도 났다. 더 큰 영화제에서 모셔야 하는데 감독님에게 죄송하기도 했다"는 소회를 전했다.
 
"강원도에서 영화 촬영은 참 많이 하는데 정작 영화인들이 강원도를 잘 찾지 않는다. 개봉인사도 거의 오지 않고. 전체 매출에 2% 수준도 안 돼서 그렇다. 서울과 가까움에도 변방 취급이다. 안성기, 박중훈 배우 등이 오면 그런 변방 의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 없이 큰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영화제 스스로도 갇히지 않고, 무주산골영화제나 나아가 전주, 부천영화제와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이준익 감독님과 배우분들께 감사하다."
 
강원 지역 영화제의 아픔

평창과 강릉영화제 폐지를 직접 겪거나 지척에서 바라보며 김형석 위원장은 "이런 현상이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님"을 짚었다. 그의 말대로 두 영화제뿐만이 아니라 2022년 한 해에만 10여 개의 영화제가 없어지거나 유명무실해졌다. 대부분은 단발성이 아닌 수년 이상 지속해오던 행사였다. "왜 영화제가 이렇게 됐을까 그 원인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김 위원장이 말을 이었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문화의 위상이 어떤지부터 물어야 한다. 그래, 영화제를 없앨 수 있지. 없앤다는 말은 성립하는데 그게 참 생경하게 다가오더라. 이렇게 갑자기 없앤다고? 영화는 누구의 것인가. 창작자와 관객의 것인데 영화와 관계없는 사람들의 결정으로 사라지는 게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평창영화제가 없어진 이후에도 이미 계획된 프로그램은 다 진행했거든. 화천, 철원 등을 다니며 지역 상영회를 했다. 울컥했던 게 영월 상영 때였는데 관객들이 손편지를 써오셨더라. 평창의 추억에 고맙다는 말씀에 아, 단순히 영화제를 없앤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추억과 정서가 하루아침에 생기거나 없어지는 게 아닌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 이선필


 
사단법인 형태인 춘천영화제는 출발점이 춘천 시민이었다는 게 특이점이다. 물론 3억 2천만 원의 예산 중 춘천시가 70% 이상의 지원을 한다지만, 장기적으론 영화제 자부담률을 높이는 게 목표다.

김형석 위원장은 시민 후원과 기업 스폰서 비중을 늘려서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영화제를 일종의 지역 특산품 축제 같은 여타 지역 축제와 동급으로 생각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로는 강원도에서 가장 큰 영화제인 건데 강릉이나 원주와 달리 민간 지원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강릉엔 시네마테크 조직이 있고, 원주는 미디어센터나 여성 단체 후원 영화제가 있다. 춘천은 예술영화전용관도 없고, 도비를 지원받아 지역 네트워크 사업을 연계하는 구조다. 공공사업을 위탁받은 건데 문제는 우리 인원이 1년 내내 상주하는 게 아닌 계약직 구조라는 것이다. 춘천영화제가 탄탄해지려면 1년 내내 상근 인원이 돌아가는 구조가 필요하다. 올해는 어찌 치러냈는데 스태프들에게 참 미안했다. 일이 많아지며 마치 악덕 고용주가 된 기분이었다.
 
지역 특산물 축제와 다른 게 영화제는 문화잖나. 사람에 대한 투자다. 한국에 문화기획자가 유독 적은데 이런 사람을 가장 효율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게 영화제다. 이들이 성장해서 여러 지역 축제 기획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보면 지역 축제엔 어른들만 계시고, 영화제엔 젊은 친구들만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갔는데 한 외국 심사위원이 한국 영화제에 젊은이들이 많은 게 한국 문화의 가능성이라고 하더라. 해외에선 영화제들에 주로 나이 많은 이들이 다닌다면서 말이다.
 
콘서트처럼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많은 문화인들과 만나 질문도 하고 사인도 받을 수 있는 게 영화제다. 이걸 마치 특산물 축제와 같은 격으로 보는 건데 관에서야 예산을 집행하니 이해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많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인들이 열심히 정치인도 만나고 자치단체장도 만나 설명해야 한다. 전주, 부천, 부산 등 주요 영화제들이 다 아픔을 겪었잖나. 비난할 일이 아니라 더 좋은 모델을 고민하고 만들어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본다. 관객들은 분명 반응할 것이니 말이다. 우리도 지역에서 먼저 지지하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춘천영화제 김형석 이준익 안성기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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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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