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 창> 관련 이미지.
KBS
여기에 <시사기획 창>은 아이맥스 전용관을 비롯해 특수관 등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멀티플렉스 3사의 극장 환경 개선 노력들을 곁들였다. 그에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 중인 미국 극장 수익을 소개하며 볼거리 위주의 블록버스터 영화들로 극장 관람 문화가 변화될 것이란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의 전망을 전제했다. CJ의 7천 억 유상증자 발표 등 대기업 3사의 위기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돌출적인 인터뷰를 소개했다.
"심야시간대 상영 편들이 다 매진됐다는 부분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 같은 경우에도 심야 시간에는 딱 3번만 전석 매진됐는데 그보다 훨씬 관객 수가 적은 영화가, 그것도 다큐멘터리 영화가 무려 199회가 전석 매진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의 말이다. 제작진이 주어를 빠뜨렸지만, 김 의원이 설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대가 조국>이 분명해 보인다. 올해 들어 현실화된 경찰의 영화계 대상 수사(관련 기사:
"좌파딱지 붙일 것"... 경찰의 '관객 수 조작' 수사, 도 넘었다)를 거론하며 '화불단행'('화, 즉 어려움이나 불행은는 혼자 오지 않는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는 고사를 썼다.
두루뭉술한 편집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이 제기한 혐의가 적절하다는 것인지, 이 또한 수사를 받고 있는 멀티플렉스와 배급사 관계자 60여 명이 영화계 위기를 자처한 한 축이라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여기에 김승수 의원의 멘트를 삽입하면서 영화계의 관행과도 같은 마케팅 전략의 일환들이 "이해하기 힘든" 범법으로 규정됐다. 제작진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영화계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어 버린 OTT 시대의 현황도 주요하게 다뤘다. 넷플릭스 초창기 유행했던 '넷플릭스 당하다'(Netflixed)란 신조어를 소개하며 넷플릭스 전성기의 명암도 소개했는데,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식이라 할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의 추가 수익 배분이나 미국작가조합의 파업 등 암을 언급하기에 앞서 이미 국내 OTT 사용자들이 드러내고 있는 일종의 피로감이나 OTT 시장 성장의 한계점 등을 지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터다. 또 OTT를 다루면서 유튜브로 대표되는 숏폼 문화의 대두와 극장의 위기가 갖는 상관성을 간과한 것도 의아한 대목이었다.
영화에서 OTT 드라마로 옮겨가고 있는 영화 유튜버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누구의 것인가. 일부 OTT나 영화사들에서 지불하는 마케팅 비용 외에 과거 영화들을 편집한 영상으로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들의 저작권 침해는 어떻게 볼 것인가. 무엇보다 영상문화라는 측면에서 그러한 숏 폼 영상에 길들여지고 있는 미래 관객들이 받는 영향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무수한 질문이 이어지는 이슈를 KBS는 단순히 30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영화 유튜버를 소개하는 데 그쳤다.
의아한 의도, 시청자들의 문제 의식
"저희가 제작 자본의 위기를 하나의 보릿고개라고 판단하면 이제는 소비자들의 행돈 패턴이 바뀌고 소비 습관이 바뀌고 콘텐츠 유통의 변화가 왔죠. 이것은 역병이죠. 2개가 동시에 온 겁니다." (앤솔로지스튜디오 최재원 대표)
영화계의 인식이 이 정도다. 하지만 그 영화계의 위기를 정면으로 다룬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이 그런 위기를 제대로 인식했는지 의문이다. <시사기획 창>은 후반부 사라져가는 단관극장 중 하나인 광주극장을,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취재했다. 그에 앞서 2000년대 이후 천만 관객이 양산됐던 그때 그 시절을 비추기도 했다.
반면 이러한 영화계의 위기에도 손을 놓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책은 세재 혜택 등을 소개하는 데 그쳤고, 또 다른 디테일한 위기의 국면들도 깊게 다루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일반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기획이었다면 '한국영화는 향후에도 폐업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기획이었다.
방송 후 유튜브에 공개된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의 팔 할은 극장의 관람료 인상을 질타하는 목소리였다. 시청자들 의견만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KBS 역시 시청자들의 주된 관심사인 관람료 인상을 둘러싼 문제점들만 파고 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시청자들의 문제의식이 훨씬 더 높고 현실적이었다는 얘기다. 일단 극장의 위기와 한국영화의 위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문제인지를 명확히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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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