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한편으로 아내는 여러 종류의 약을 다량으로 동시에 복용하고 있었다. 아내는 불면증, 공황장애, 우울증, 조울증 등을 앓고 있다고 밝히며 수면제가 없으면 아예 잠을 못 잘 정도라고 고백했다. 남편은 재작년 12월부터 아내가 6번이나 발작을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아내는 남편을 만나고 나서 우울증과 각종 증상들이 생겼다며 "꼭 남편 때문에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하필 타이밍이 그렇다"면서 "오빠를 만나고 나서 모든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오은영은 아내의 발작 증상이 '간질'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간수치는 40 IU/L 미만이 정상범위지만, 아내는 간수치가 심각할 때는 300 이상으로 측정되어 매우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는 왜 인생의 의욕도 목표도 없이 무기력한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아내는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생각은 안 들었는데, 지금은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남편 역시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아내는 공허한 눈빛으로 "잠에 들 때 다음날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고, 오은영은 그런 아내의 표정에서 "깊은 절망감"이 느껴진다며 "그동안 역대 출연자중 가장 심하게 우울해보인다"고 우려했다.
부부는 같이 다니는 정신과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내만이 아니라 남편 역시 음주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는 일단 2주 금주를 당부했다. 하지만 부부는 병원을 벗어나 식당으로 가자마자 또다시 술을 찾았다.
두 사람은 똑같이 알코올 의존 문제를 지적받았음에도 서로에 대한 비난만 퍼붓는 가시 돋힌 대화를 이어갔다. 아내는 남편과 대화해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며 괴로워했다. 아내는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 대화를 해야지 뭘 좀 풀지 않나. 서로 '어떤 게 힘들어?' 하고 속마음을 나누면 좋아질 텐데, 대화를 할수록 말다툼만 심해진다"면서 끝내 대화를 포기하고 술만 들이켰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아내의 술문제도 심각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남편의 시각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남편은 아내의 문제를 걱정은 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남편 역시 아내에 가려졌을 뿐, 술을 좋아하고 도수가 높은 소주를 과도하게 마시고 있었다. 오은영은 "부부가 서로를 안좋은 쪽으로 부추기고 있다. 단주를 격려하기는커녕 서로 술을 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어머니에게 저는 존재 자체가 항상 죄인이었던 것"
부부의 사연을 방송에 신청한 것은 놀랍게도 당사자들이 아니라, 가게에 자주 찾아오던 단골손님이었다. 아내는 의외로 출연 제안을 선뜻 수락한 이유에 대하여 "그만큼 절실했다"며 무기력해보이던 모습과 달리, 한편으로는 문제 개선의 의지가 있음을 드러냈다.
아내는 우울증이 극심했던 지난해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던 순간과, 자신을 말리기는커녕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던 남편에게 상처받았던 충격적인 일화를 고백했다. 당시 아내는 "남편이 저를 조롱하는 것 같았다"며 가시 돋힌 말과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남편은 말다툼을 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진짜 뛸 거면 뛰라고"라고 매몰차게 말했던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아내를 붙잡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다며 진심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위험천만한 상황에도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보라는 거였다"고 주장했다.
혼혈 출신의 아내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었다. 아내의 엄마는 가족들 몰래 미국에서 외국인과 결혼을 하고 아내를 낳았다. 그런데 아내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혼혈인 자식을 "평생 창피해했다"며 학대를 받아온 사실을 폭로했다. 아내는 "엄마는 아빠와 똑같이 닮았다는 이유로 나를 욕하고 때렸다. '너를 잉태한 내 자궁을 저주한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엄마로부터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에 남편을 만나 빠르게 결혼까지 결심했다. 뒤늦게 딸이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그동안의 양육비와 유학비 등을 보상할 것을 주장하며 딸을 고소했고 무려는 2억 9000만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아내는 "어머니에게 저는 존재 자체가 항상 죄인이었던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또한 아내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영국과 캐나다 등을 떠돌며 강제로 유학생활을 해야 했다. 낯선 환경에 언어도 통하지 않던 상황에서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다. 아내는 "외로운 것도 있었지만, 가족이 보고 싶지는 않았다"고 고백하며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엄마에 대한 원망이 컸다고 밝혔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아내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내는 엄마 뿐만 아니라 외할아버지와 삼촌들에게도 수시로 가정폭력를 당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오은영은 "누구나 내 자신이 소중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거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덧붙여 "아내는 얼린 시절부터 중요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을 잘 챙겨주는 남편을 보고 이 사람이라면 나의 외로움과 존재의 의미를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내가 기대했던 환상속의 남편과, 현실의 결혼생활은 너무나 달랐다. 그것은 남편도 아내의 잘못도 아니었다. 견디기 힘들었던 아내는 결국 술을 도피처로 삼게 된 것이다. 오은영은 "아내가 인간적으로 너무 가엾다"며 안타까워했다.
아내의 절절한 호소, 남편의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