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당신과 나를 잇는 법> 스틸 이미지.
연분홍치마
옴니버스에 담긴 네 개의 에피소드
이제 곧 상영 준비를 앞두고 있는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를 잇는 법>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영화다. 이 옴니버스에 담긴 네 개의 에피소드는 그저 차별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오랫동안 우리에게 내면화되어 온 차별의 속살을 보게 한다.
성폭력 사건의 해결에 지쳐 이전 시대를 살았던 선배 여성인 할머니에게 지지와 위로를 얻고 싶었던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기대와는 다른 할머니의 이야기에 고민하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두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낙인을 고민하면서도 자신 역시 그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발견한다.
세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삭발을 결심하는 엄마, 페미니스트인 자신의 고민을 따라가며 당사자로서의 말하기와 연대의 말하기가 어떤 위치에서 갈등하거나 연결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그리고 네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덴마크에서 비정규직 임시거주자로서 비혼동거의 형태로 살았던 주인공이 약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경험했던 과정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편견을 바라보게 한다.
감독들은 모두 덤덤하게 이야기를 전하는데 영화를 보는 관객의 마음에는 어느 순간 하나둘씩 질문이 자리하기 시작한다. 에피소드 곳곳에 나의 마음을 건드리는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저 이야기들 안의 차별을 바라보고, 이야기해 왔을까. 이 영화는 막연하게 '우리 모두가 차별의 당사자'라고 말하는 대신, 오히려 그 차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갈등과 해석의 과정들이 서로에게 연결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를 잇는 법> 포스터.
연분홍치마
이 글을 쓰며 고민하던 지난 며칠 사이 주호민 작가와 관련된 사건이 연일 일상에 등장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어린이의 신상이 낱낱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다른 학교로 전학 간다는 소식에 해당 학교의 학부모들이 "벌벌 떨고 있다"는 등의 보도가 넘치는 와중에, 정작 통합교육에 대한 지원과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은 여전히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는 세상을 보며 한동안 마음이 너무 어지러웠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건에 반응하는 것을 넘어 서로를 마주보게 하는 차별의 구조와 만날 수 있게 될까. <당신과 나를 잇는 법>을 보며 관객들의 마음속에 떠오를 질문들이 제목에 대한 답을 찾아가게 해주는 여정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나의 편견을 만나고, 나의 경험 또한 새롭게 해석되는 과정을 만나며 함께 차별의 구조에 맞설 새로운 연대의 힘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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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여성주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연대하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합니다. 마마상, 3XFTM,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종로의 기적, 두 개의 문, 노라노, 공동정범, 안녕히어로, 플레이온, 무브@8PM, 너에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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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대한 다른 질문, 그 여정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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