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동료와 작품을 애정하는 마음
이미 친숙한 이들과 함께 한 해외 촬영은 분명 주지훈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보였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도 함께 출연한 적 있는 하정우와는 서로 눈빛만 봐도 연기 수위 조절이 될 정도라고. 주지훈은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와의 기억 일부를 전했다.
"개인 친분이 있다 해도 일은 또 다를 수 있잖나. 연기 스타일이 정우형과는 정말 잘 맞는다. 대본을 보고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 부분은 고민하게 되는데 정우형이 있으니 그런 생각이 안 들더라. 현장에서 서로의 표현 방식에 맞게 조율될 테니 말이다. 감독님이 가끔 한번 더 다시 찍자고 할 때 둘 다 표정만으로도 서로 뭘 원하는지 아는 때도 있었다.
감독님은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사석에서 뵌 적이 있다. 그 힘든 현장에서 어떻게 하나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지, 배우나 스태프들의 원망 어린 시선이 있어도 어떻게 그리 꼼꼼하게 가시는지 물어봤다. 이게 조심스럽기도, 뻔한 말일 수도 있는데 감독님이 실제로 자녀 둘이 있다. 정말 영화가 당신 아이 같다고 하시더라. 그게 진심이라는 게 딱 느껴졌다. 이런 분이니 어떤 요구를 해도 싫지 않지. <킹덤> 때 손가락이 부러지기도 했지만, 감독님과 함께 하는 현장은 뭐가 힘들었는지 일부러 떠올려야 할 정도다."
그렇기에 모로코 탕헤르, 카사블랑카, 마라케시를 돌며 약 1개월간 공들인 카체이싱 장면을 만들어갈 때도 몸은 고될지언정 마음은 즐거웠다고 한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땐 신뢰를 바탕으로 눈치를 본다(웃음). 결이 좀 다른데 툭 해보면, 반응이 오잖나. 아닌 것 같으면 상대방 생각대로 또 해보는 거지. 뭔가 마음에 안들면 다시 해보겠다고 말할 수 있는 편함이 있다. 그러다 기발한 해석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나이가 많다고 앉혀놓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여유롭게 대처하신다. 이런 게 경험이구나 싶지.
카체이싱은 정말 제작진의 노고가 들어간 결과다. 세 도시에서 20회 차 가까이 찍은 것 같은데 장소 섭외나 액션 디자인 등 사전 작업이 얼마나 정교했겠나. 그리고 정우 형에게 참 미안했다. 제가 운전하잖나. 원래 모든 탈 것은 운전대를 잡지 않는 동승자 입장에선 공포감이 커지거든. 안 그래도 안전을 추구하는 분이신데, 제가 드리프트 할 때마다 형이 입술을 앙 다문 모습을 봤다."
"멜로 연기 꼭 하고 싶어"
주지훈은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집 계약에 비유했다. "영화는 분명 감독의 예술인 게 맞다"며 그는 "배우 입장에서 감독의 요구가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인정할 부분은 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 더욱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려 한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집주인이고 배우는 세입자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배우는 자기 생각을 내려놓을 때가 있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작품의 세계는 배우가 창조한 게 아니니까. 기획 의도와 다른 연기를 하면 혼자 튀게 된다. 배우는 자기 캐릭터를 보는 사람에게 받아들이게끔 표현하면 된다. 그렇기에 집주인을 만나서 집 인테리어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사전에 만나서 알아보고 협의하려 하는 거지. 제 캐릭터 하나로 작품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배우들이 캐릭터 이름이 제목인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건 캐릭터가 곧 작품 전체니까.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해석이 같아도 감독님이 다르다면 같은 연기를 할 수 없다. 배우들이 헷갈려 하는데 자기 연기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저도 제 진심과 작품 사이의 퍼즐을 어떻게 맞출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보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자주 만나는 것 같다. 드라마 <지리산> 때도 촬영 전에 김은희 작가님과 제작사 대표님과 함께 지리산을 3박 4일로 다녀왔다. 어느 곳을 보며 이야기를 떠올렸나 얘기도 듣고, 함께 맥주도 마시며 길게 얘기한 기억이 있다."
인터뷰 말미 멜로 영화 출연을 묻는 기자 말에 그는 "드라마 <하이에나> 이후 멜로영화를 묻는 분이 꾸준히 계시는데 정말로 하고 싶지만, 투자가 잘 안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당장 이제 막 개봉한 <비공식작전>에서도 그는 "다른 대작 영화들과 경쟁하는 게 쫄리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 친한분들이고 한국영화가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 전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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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