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미션 임파서블 7>의 인간 찬가는 다른 이유 덕분에 더욱 빛난다. 인공지능이 초래하는 불안감을 장르적으로 영리하게 승화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모두 차지해 버린다면?' 같은 우려가 커진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이 불안감을 첩보물답게 풀어낸다. 작중 전 세계는 위기에 빠졌다. CIA는 본인들이 만든 엔티티를 통제하지 못한다. 오히려 엔티티가 권력을 휘두른다. 어떤 국가의 기밀도 알 수 있고, 그 어떤 유력 정치인도 조종할 수 있는 권력이 엔티티 손안에 있다. 모든 국가는 엔티티의 공격을 두려워하면서도 엔티티의 권력을 손에 쥐려 한다.
사실 제 역할을 못하는 국가의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위기의 국가>에서 바우만과 보르도니가 지적한 바와 같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는 초국가적 자본, 기술, 조직에게 권력을 내줬다.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자, 경제 규제의 주체, 안전의 보장자라고 보기 어렵다. '독립체(Entity)'라는 이름을 지닌 인공지능에게 끌려 다니는 첩보 기관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배경은 첩보원이 활약하기 가장 좋은 판이다. 첩보물은 국가의 역할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파이 영화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다룬다. 첩보원, 첩보 기관, 국가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서스펜스가 핵심이다. 달리 말해 과연 국가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지 질문을 던지는 장르다.
에단도 다르지 않다. 그는 IMF 소속이지만 미국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가 엔티티를 이용해 전 세계의 군사적 패권을 확보하려 하자 엔티티를 파괴하기 위해 열쇠를 쫓는다. 국가의 이익과 시민의 신념이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묻는 셈이다.
이 질문은 에단을 추적하는 CIA 요원에게 향한다. 그들은 옳은 일을 한다는 처음의 확신을 잃고, 점차 고뇌에 빠진다. 누가 옳은 일을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그렇기에 에단과 가브리엘의 갈등 못지않게 에단과 CIA의 추격전 비중도 클 수밖에 없다.
첩보물의 또 다른 매력
동시에 <미션 임파서블 7>은 첩보물의 다른 매력도 놓치지 않는다. 첩보 영화는 대부분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 마련이다. 흑백의 이분법으로 이루어진 스파이 세계는 다양한 색을 지닌 개개인의 이야기를 짓밟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번 작품도 다르지 않다. 특히 에단의 죄책감과 존재 의의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가 돋보인다. 이 감정을 히로인과 빌런에 제각기 투영해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우선 영화는 에단 헌트의 죄책감을 계속해서 부각한다. 그는 1편에서 팀 전체가 몰살당한 트라우마를 여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는 임무 완수와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 사이에서 계속해서 고뇌한다. 엔티티는 에단의 약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에게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한다. 일사와 그레이스 중 누구를 구할지. 그렇게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에단은 굴하지 않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IMF에 들어온 선택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오프닝 대사처럼.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딛고 일어서서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가브리엘이라는 빌런의 등장이 인상적인 이유다. 과거에 그는 에단과 같이 활동했던 여성을 살해했고, 에단은 이를 계기로 IMF 합류를 '선택'했다. 가브리엘은 그의 선택과 존재 의의를 환기하는 존재인 셈이다.
가브리엘이 모든 미래를 예측하는 엔티티의 대리자라서 에단의 선택을 거듭 강조하는 연출은 더 의미심장하다. 자기 선택에 따라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에단이 그레이스에게 선택지를 주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 세계 첩보 기관의 표적이 된 그레이스에게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일러준다. 범죄로 점철된 과거를 버리고 IMF를 '선택'하라고.
이렇게 보면 <미션 임파서블 7>의 '데드 레코닝'은 단지 임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 위치를 스스로 추정하고, 그다음 경로를 선택하는 추측항법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션 임파서블 7>이 스토리에 놀라며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블록버스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날로그 액션으로 방점을 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