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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싸워보지 못한 '사냥개들', 김새론 리스크 없었다면...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

23.06.26 15:48최종업데이트23.06.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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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의 한 장면.넷플릭스
 
"주인을 잃은 사냥개가 무엇이 되는지 아냐? 아무나 물어뜯는 들개 새끼가 되는 거야!"

갈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사냥개 같았다고 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에 대한 감상평이다. 초반의 기세는 맹렬했고, 중반까지도 캐릭터의 힘이 느껴졌다. 대립 구도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후반부에 급격하게 균형이 무너졌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불가피하게 작품을 뜯어고친 결과였다.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사냥개들>은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서의 꿈을 키우던 건우(우도환)와 우진(이상이)은 권투 신인왕전 결승에서 맞붙는다. 치열한 대결 끝에 우승은 건우의 몫으로 돌아가고, 둘은 시합 후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회포를 푼다. 해병대라는 공통점을 가진 둘은 절친이 된다. 

물론 <사냥개들>은 두 청년 복서의 평범한 성장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 곧 두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위기가 닥친다. 팬데믹 와중에 카페 경영난을 겪은 건우의 엄마(윤유선)는 사채를 쓰게 된다. 그런데 계약서에 숨은 독소 조항 떄문에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결국 가게를 빼앗기게 된다. 모든 게 불법 대부업체인 '스마일 캐피탈' 대표 명길(박성웅)의 계획이었다. 

건우는 필사적으로 싸워보지만 끝내 패배한다. 명길은 건우의 얼굴에 칼자국을 남긴다. 어려움에 처한 건우는 우진에게 도움을 청하고, 돌고 돌아 전설적 사채업자인 최 사장(허준호)을 만나게 된다. 몸이 불편한 최 사장은 자신이 손녀처럼 여기는 현주(김새론)의 안위를 걱정해 건호와 우진을 경호원으로 붙인다. 현주는 '스마일 캐피탈'의 뒤를 파헤치고 있는데, 여기에 건우와 우진도 합류하게 된다. 

<사냥개들>은 '선한 사채업자'와 '악한 사채업자'의 대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이자도 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최 사장이 전자라면,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악랄하고 무자비하게 약탈하는 명길은 후자이다. 과거의 악연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대립 구도가 중반까지 <사냥개들>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허준호와 (특히) 박성웅의 연기가 엄청난 몰입도를 선사한다. 

'김새론 리스크', 6회부터 무너지는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의 한 장면.넷플릭스
 
<사냥개들>의 또 다른 미덕은 선택과 집중이다. 뚜렷한 선악 구도 속에 경쾌한 액션과 청년 3인방의 에너지를 담는 데 주력했다. 어설프게 돈에 대한 철학을 설파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게 측정을 잘한 셈이다. 특히 액션 장면들은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물론 18세 이상 관람가답게 잔혹한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어김없이 선혈이 낭자한다. 

하지만 초중반까지 쌓아올린 이야기가 6회를 기점으로 급격히 허물어진다. 이유는 이른바 '김새론 리스크' 때문인데, 음주운전 사고를 낸 김새론은 작품에서 하차하게 됐다. 자칫 작품이 공개되지 못할 위기로 번질 뻔했지만, 제작진은 김새론의 분량을 최대한 걷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김새론이 맡은 현주 역이 걷어낸다고 걷어질 간단한 배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김새론이 갑자기 해외로 떠나는 설정은 극의 전개상 납득하기 어렵다. 개연성이 무너진 것도 문제지만, 캐릭터 간의 균형이 깨진 건 치명적이었다. 김주환 감독은 현주가 빠진 자리를 다른 캐릭터로 대체했지만, 기대했던 전개가 아니라서 김이 빠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작진과 배우들 입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적'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잘 쌓인 탑을 무너트리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한 명이라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순간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아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우도환) 

후반부의 붕괴 전까지만 해도 <사냥개들>의 이야기는 쫄깃했다. 최 사장과 명길의 대립 구도에는 긴장감이 넘쳤다(다만, 균형이 너무 쉽게 무너져 버린 감은 있다). 게다가 건우, 우진, 현주 청년 3인방의 에너지는 굉장히 뜨거웠다. 시즌제에 대한 야망도 엿보였다. 때문에 예상 못한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최선을 다한 감독과 배우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보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사냥개들>은 공개 3일 만에 2797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고,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부문(비영어) 2위에 올랐다. 이후 12일~18일 6일 동안 시청 시간 6590만을 기록하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그 흐름이 오래 이어지지 않았지만, 주연 배우 리스크에도 이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그러니 더욱 궁금할 수밖에. 애초의 기획대로, 원래 시나리오대로 완성된 <사냥개들>이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사냥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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