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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으로 바꾼 과거, '플래시'가 보여주는 인과응보

[리뷰] 영화 <플래시>

23.06.19 14:38최종업데이트23.06.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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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래시>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살다 보면 과거의 무언가를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선택한 모든 순간 중 가장 큰 실수라고 느낀 결정의 순간은 그냥 살다가 문득 후회의 감정과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누군가 가까운 사람과 멀어지거나 누군가의 죽음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런 불행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미 벌어진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그게 벌어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혹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다른 상황에 대한 상상을 하곤 한다. 

실제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술은 없다. 그저 지금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시간 우리는 과거에 묻혀 산다. 선택에 대한 후회 때문에 현재를 망치지고 하고,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다가 현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잃기도 한다. 그렇게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현재를 망가뜨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꽤나 자주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한다. 지나온 여러 과거 중 하나를 떠올리고 또 다른 기억으로 점프를 뛰기도 한다. 

'아픈 과거' 바꾸려는 DC 히어로 <플래시>
 

영화 <플래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플래시>는 주인공 배리(에즈라 밀러)의 과거에 대한 선택을 담는다. 배리는 과거 우연히 번개를 맞게 되면서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퍼히어로다. 하지만 다른 히어로에 비해서 어린 나이인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진중하지 못하고 어리숙해 보인다. 특히나 그는 어린 시절 엄마의 죽음을 경험했고 배리의 아빠는 엄마를 죽였다는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 그는 여러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고, 특히나 과거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그가 우연히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빛의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리는 현재 시점의 배트맨(벤 에플렉)에게 과거를 바꾸는 것이 위험하다는 충고를 듣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살리기 위해 살인사건이 일어난 그날로 돌아가 그 일이 벌어지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오다 어떤 힘에 의해 엄마가 살아있는 시간대에 튕겨져 나오게 된다. 거기서 잠시 부모님과 함께 식사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이 바꾼 과거 때문에 일어나면 안 될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건 현재 시점의 배리보다 조금 더 어린 배리가 함께 등장한다는 것이다. 둘 다 아직 철이 덜 든 인물이지만 어린 배리는 나사가 하나 더 빠진 듯한 느낌이다. 영화는 현재의 배리와 어린 배리가 함께 꼬인 시간대를 풀어나가는 일종의 버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침 어떤 이유로 인해 현재의 배리는 능력을 잃고 좀 더 철이 없는 어린 배리가 능력을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도 꽤나 흥미롭게 보여진다. 

현재와 과거의 플래시 그리고 배트맨, 수퍼걸의 상실감 

철없는 두 사람이 영화를 가볍게 만들지만 이들의 가벼움을 무겁게 만드는 일종의 멘토 캐릭터도 등장한다. 바로 과거의 배트맨(마이클 키튼)이다. 현재의 배리가 과거의 사건을 바꾸면서 다중 우주의 시간대가 꼬였고 그런 이유로 배트맨의 모습도 바뀌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사실 과거 배트맨 역을 맡은 배우 마이클 키튼은 1990년도에 개봉했던 <배트맨>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다중우주라는 설정이 이야기에 적용되면서 과거 배트맨 역을 맡았던 배우의 출연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새로운 영웅 수퍼걸(사샤 카예)이 같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서사에 무게추를 더해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플래시, 배트맨, 수퍼걸 모두 가족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플래시> 속에서 주인공 배리는 과거 엄마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무척 큰 인물이다. 그래서 과거를 바로 잡을 수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고려하기보다는 일단 '엄마가 세상에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현실로 바꾸려고 한다.

반면 배트맨은 과거 부모님을 잃었지만 그 상실감을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한 인물이다. 거의 할아버지의 나이가 된 과거의 배트맨은 부모에 대한 상실감을 복수심으로 표출했고 그 끝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배트맨은 큰 위험을 감수하고 과거를 바꿔 엄마를 살리려고 했던 플래시를 꽤 기특하게 생각한다.  그런 마음 때문에 성심성의껏 플래시를 돕는다. 여기에 더해 수퍼걸은 자신의 모든 가족을 잃은 인물이다. 영화 내내 복수심에 가득 차있고 아마도 이 영화 안에서 가장 큰 분노를 가지고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의 분노는 파괴적인 액션으로 표현된다. 

다채로운 액션과 흥미로운 성장서사 그리고 올드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영화 <플래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플래시의 절박함, 배트맨의 전략, 수퍼맨의 파워가 더해진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다채로운 액션으로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이 모든 액션과 이야기의 흐름이 결국 과거에 대한 태도로 바라봐야 할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관객의 마음을 잘 건드리고 있기도 하다. 다중우주라는 설정을 이용하면서도 그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주인공 배리 앨런이 성장하는 서사를 꽤 훌륭하게 마무리 짓는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공포영화 <그것> 시리즈를 연출하면서 각 인물들이 청소년기에 겪을 법한 정서적 공포와 성장과정을 훌륭하게 담았던 경험이 있다. 그런 성장서사를 철부지 배리 앨런이라는 인물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것을 반성하고 스스로 바로잡으려 하는 과정을 통해 담았다. 그런 의미에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성장서사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플래시>에 무척 잘 어울리는 연출자다.

배리 앨런 역을 맡은 에즈라 밀러는 이 역할에 딱 맞는 배우다. 비록 여러 가지 문제행동으로 향후 이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리숙하고 철부지이면서 영웅적인 모습도 보여주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냈다. 과거 배트맨 브루스 웨인 역을 맡은 마이클 키튼의 모습은 과거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했던 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 당시 등장했던 배트맨 도구들이 나올 때 과거 팬이라면 흥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게감 있는 마이클 키튼의 연기는 이 영화의 중심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수퍼걸 역을 맡은 사샤 카예의 연기도 무척 인상적이다. 그는 무척 강인한 인상으로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는데, 그가 입은 슈트와 이미지가 수퍼걸이라는 역할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처음부터 배리는 과거의 상처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고 그 변화가 만들어내는 파장을 경험하면서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비록 아픈 상처가 있을지라도 그게 바로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현재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어쩌면 아주 당연한 그 결말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이자 힘이 된다. 주인공 배리 앨런이 겪는 시간여행과 다중우주의 이야기는 영화 <플래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플래시 배트맨 수퍼걸 DC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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