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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사업도 혈세 낭비? 문체부 장관의 '무지'

문체부, 영화진흥위원회 방만 운영 지적... 영화계, 정치적 의도 경계

23.06.16 19:07최종업데이트23.06.1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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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고 강수연 배우 1주기에 참석한 박보균 문체부 장관 ⓒ 성하훈

 
지난 15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박기용, 이하 영진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면서 "영화발전기금(이하 영화기금) 예산이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고, 지원대상 선정에도 불공정성의 문제가 있음을 발견해 사업 및 운영체계를 전면 정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문체부의 지적이 전후 맥락과 맞지 않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계 인사들은 "일부 지적이 근거도 부실한 데다 전후 맥락조차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 의문"이라며 문체부 장관의 무지와 함께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문체부 박보균 장관은 "영화계 간판 단체인 영진위가 국민의 피와 땀이 들어간 혈세를 어처구니없게 낭비하고, 공모 심사에 있어 특혜 시비와 불공정성을 드러내고 있어 국민과 영화인들은 실망하고 개탄할 것이다. 문체부는 영화산업 진흥을 위한 여러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국민적 호응을 얻기 위해서도 영진위의 허리띠 졸라매기, 심기일전의 자세 변화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산 누수 사례로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 운영 사업'을 제시했다. 영진위가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을 목표로 2019년부터 5년간 예산 69억 원을 편성하여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아세안 국가들과의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기구 설립이 사실상 결렬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도 교류 행사 명목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상대국들의 호응이 없는 사업을 5년 동안이나 끌고 오면서 24억 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외교적으로 결정된 사안인데... 영진위 질책
 

2019년 11월6일~7일 부산 기장에서 아세안 사무국을 비롯한 아세안 10개국의 영화 분야 대표를 초청해 진행된 ‘한-아세안 영화기구 부산 라운드테이블’ ⓒ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그런데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 운영 사업'은 영진위의 독자 사업이기보다는 정부 간 외교협약에 따른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2019년 11월 26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회원국 정상들은 공동의장 성명을 채택했고, 이 내용 중 한·아세안영화기구 설립에 대한 사항을 별도 항목으로 언급했다.
 
당시 공동의장 성명에는 "우리는 영화산업에서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한국의 제안을 평가하고, 한-아세안 간 영화 제작 및 기관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논의의 실질적 진전에 주목했다. 2019년 방콕, 세부, 부산에서 개최된 라운드테이블 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협의를 확대해 나갈 것을 장려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앞서 2019년 10월 23~24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문화장관회의에서 합의된 사안이었다. 당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한국과 아세안의 영화 협력 촉진을 위한 영화기구 설립과 함께 한국의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아세안 문화유산 활용 콘텐츠 개발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 간 외교적 협력을 통해 결정된 사안으로 문체부 장관이 실무 합의를 주도했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실행를 담당한 사업을 이제 와서 낭비 사업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에 대해 영화계가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대국민 사과는 왜 했나" 불쾌감
 
문체부는 또한 "한한령과 코로나19로 기업입주 지원사업이 중단('20년)되고, 한국영화 개봉·유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중국사무소의 역할이 축소 됐음에도 '22년까지 4명의 인원을 유지하다가 '23년이 되어서야 2명으로 줄인 것도 방만한 경영 사례로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10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필름마켓에 참여했던 국내 영화사 관계자는 "경색된 외교 관계에도 한국영화의 중국 배급과 투자에 대한 문의가 수십 건 있었다"며 "특히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등 한국 영화에 대한 중국의 리메이크 판권 구매 의향이 강하게 보였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영화 전용 상영관'을 개관하고 이를 기념해 영진위가 9년 만에 개최한 'KOFIC 한국 영화제'는 30초 만에 전석 매진되는 등 중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 중국 영화 통계 플랫폼은 2021년 중국에서 6년 만에 개봉한 한국 영화인 <오 ! 문희>(감독 정세교)를 두고 "문화 분야에서 추진한 공공외교 덕분"이라고 한 바 있다.
 

2017년 1월 11일 블랙리스트에 항의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를 찾은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앞을 지나 행진하고 있다. ⓒ 성하훈

 
블랙리스트 후속 조치를 낭비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후속조치를 위해 설치된 특별위원회도 대부분의 사업이 종료되고 '23년에는 연구용역 예산 1억 원 외에 운영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음에도 운영 연장을 결정해 인력 및 예산이 계속해서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는 대법원이 국가범죄로 규정했을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피해자들의 항의와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영진위가 대충 덮으려 하는 태도를 보여, 영화인들의 반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업 연장을 해 놓고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연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 이후(준) 정윤희 디렉터는 "(방만경영으로 인한) 블랙리스트 후속 조치 언급은 국가범죄 실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태도"라며 "대국민 사과는 왜 했나"라고 불쾌감을 나타났다.
 
겁주고 문제 일으켜 국민 관심 호도하려는 것
 
문체부는 또 '영화제작지원' 사업의 경우 매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되고 있으나 최근 3년간 실제 집행률은 30~40%대에 불과하다며 수년간 낮은 집행률을 보인 사업, 개선 노력 없이 관성적으로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과의 유사·중복사업 조정도 요구된다"면서 "애니메이션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의 경우 영진위와 콘진원이 중복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행정력 낭비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양 기관에 각각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제작 편수가 급속히 줄어들 수밖에 없던 상황을 무시한 것과 다름 없다는 점에서 영화계는 반발하고 있다.  
 
<다방의 푸른 꿈> 등을 연출한 김대현 감독은 "영진위 예산 자체가 방만하기 힘들다"며 "콘진원은 영진위 예산의 수십 배가 되는 곳인데, 영진위와 콘진원은 비교 (자체가)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영진위는 1999년 300만 원씩 20편 정도의 독립영화에 지원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제작 관련 지원사업을 시작했는데, 불과 몇 년 전까지 연간 지원 총액이 30~40억 수준이었다"라며 "이 예산으로 치열하게 경쟁해 받은 수천만 원으로 좋은 작품들을 꾸준히 생산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감독은 "콘진원은 '콘텐츠진흥'이라는 특성상 방대한 영역을 아우르기에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간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과연 어떤 '가성비'를 얻었는지 의문이다"라며 "지난 20년간 영진위에서 두번 이상 지원 받은 감독 숫자와 콘진원 등에서 두번 이상 지원 받은 제작사 숫자, 지원금액 한번 비교해 보면 그간 사업의 문제점이 뭔지 잘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전공자도 "콘텐츠 산업의 애니메이션 제작지원과 영화진흥을 위한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데 이를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체부는 "향후 영진위 사업에 대한 지출 효율화 및 제도 개선 작업을 통해 한국영화의 재도약 지원을 위한 기반을 탄탄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대현 감독은 "겁주고, 국민 관심을 호도하는 것 말고는 다른 의도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 영화진흥위원회

 

한편 영진위는 상급기관의 지적에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다. 영진위는 주무부처와 적극 협의해 조정해 나가고, 영화정책전문기구로서 객관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표적으로 지적된 한-아세안 영화기구는 "각 국가 정부별 공식 협약이 필요한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설립이 어렵다고 판단해 2024년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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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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