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2017년 9월 12일 화요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스타디움에서 열린 FC 바르셀로나와 유벤투스의 챔피언스 리그 D조 축구 경기에서 팀의 첫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는 모습. 최근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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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사에서 '메날두 라이벌 시대'가 드디어 막을 내린다. 호날두에 이어 메시도 유럽을 떠난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가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 앙(Ligue 1)의 파리 생제르맹을 떠나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친정팀 바르셀로나(스페인)도, 사우디 프로리그행도 아닌, '제 3의 길'을 선택했다.
MLS는 6월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보다 앞서 메시 이적에 관련된 뉴스를 전했다. "메시가 올여름 인터 마이애미와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기쁘다. 공식적인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한 작업이 남아있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 중 한 명을 리그에서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인터 마이애미 역시 공식 계약 오피셜은 아니지만 구단 미디어 채널을 통해 메시 관련 영상들을 올리며 사실상 입단을 기정사실화했다.
메시는 현역을 넘어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GOAT)로 꼽힌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2000년 바르셀로나 유스팀을 거쳐 2004년 1군에 데뷔하며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만 무려 17시즌을 활약하며 778경기에 출전해 672골 268도움을 올렸고, 8번의 리그 우승, 3번의 챔스 우승, 2번의 트레블(3관왕), 최초의 6관왕(2009-2010년 전관왕)을 달성하며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또한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174경기 102골 55도움을 기록했다. 2021년 코파아메리카(남미 대륙컵),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두 대회 모두 각각 두 번의 MVP(골든볼, 최다 수상)을 차지했다. 매년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Ballon d'Or) 역시 역대 최다인 7회나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메시는 2021년 바르셀로나를 떠나 프랑스 PSG에 입단했다. 당초 메시는 바르셀로나 잔류를 원했지만 구단의 어려운 재정 상황으로 인해 재계약이 무산되며 눈물을 머금고 이적할 수밖에 없었다. 메시는 PSG에서도 비록 바르셀로나 시절만큼은 아니었지만 두 시즌간 32골 34도움(2021-2022시즌 11골 14도움, 2022-2023시즌 21골 20도움)과 2023시즌 리그 도움왕 등을 기록하며 클래스를 보여줬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통산 806골은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837골)에 이어 역대 득점 2위이며,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에서는 최다골 1위다.
하지만 PSG에서는 아무래도 전성기 시절보다 떨어진 기량, 구단의 숙원인 UCL 우승 실패, 팀 훈련 불참 등으로 갈등을 빚었고, 현 소속팀보다는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바르셀로나에 더 애착을 보이는 듯한 태도로 파리 팬과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 메시는 PSG와의 재계약 대신 다시 한번 이적을 택했다.
메시의 '의외의 선택', 그 배경은
당초 메시의 행선지로 유력하게 거론된 것은 바르셀로나와 사우디 리그였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에게 고향같은 친정팀이었고, 사우디는 연봉 4억 유로(약 56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고액 연봉을 제시하여 메시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시의 최종 선택은 의외로 미국행이었다. 메시는 앞서 7일(한국시간) 스페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유럽팀으로부터의 제안을 받았지만, 유럽에서는 바르셀로나 외의 다른 클럽을 생각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친정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 마이애미는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 데이비드 베컴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베컴을 비롯하여 스티븐 제라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프랭크 램파드 등 유럽을 풍미한 거물급 스타들이 현역 시절 말년에 미국에서 활약한 바 있다.
메시 입장에서는 연봉만 놓고 보면 사우디에 미치지 못하지만, 바르셀로나로 돌아갈수 없다면 차라리 유럽을 떠나 경쟁의 부담을 내려놓으면서 경기 외적인 생활환경 면에서 더 편안하고 조국 아르헨티나와도 가까운 미국행이 최선의 선택지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디 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MLS는 슈퍼스타인 메시를 영입하기 위하여 10년간 리그 중계를 책임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계권 수익의 일부를 메시에게 제공하는 방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으로 메시의 미국행은 21세기 세계축구계를 풍미했던 '메날두의 시대'가 드디어 막을 내린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메시의 라이벌로 꼽힌 호날두가 올해 1월 맨유를 떠나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이적하면서 유럽 커리어를 마감한 데 이어 반 년 만에 메시 역시 유럽을 떠났다. 메시가 사우디행을 선택했다면, 두 선수가 6년 만에 같은 리그에서 재회하게 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미국과 중동으로 뛰는 대륙 자체가 달라지며 친선경기가 아니면 사실상 만날 일이 거의 없게 됐다.
축구 역사상 역대 최고를 다투는 선수가 동시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전성기를 공유하며 이 정도로 오랫동안 치열하게 경쟁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었다. 세계축구의 주류인 유럽 리그를 벗어났다는 것은 두 선수의 커리어가 말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전설의 선수경력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중동에서의 커리어는 아무래도 유럽에 비하면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의 나이와 몸값을 감안할 때 다시 유럽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친선경기 아니면 만나기 어렵게 된 두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