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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만기 수식어 부담되지만, 재밌는 경기하겠다"

[인터뷰] 보은장사씨름대회 한라장사 박민교

23.06.08 10:58최종업데이트23.06.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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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특례시청 씨름단 소속 박민교. ⓒ 용인시민신문


양지초, 백암중, 용인고를 거쳐 용인대학교 진학 후 용인시청 씨름단 입단까지, 그야말로 용인의 아들이자 차기 간판스타로 주목받는 선수가 있다. 바로 '위더스제약 2023 민속씨름 보은 장사씨름대회'서 한라장사에 등극한 박민교(21)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박 선수는 데뷔 2년 만에 한라장사에 등극하며 씨름계에 '박민교'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박 선수는 지난해 '잡채기' 기술을 펼치다가 어깨탈구 부상을 입어 8개월 동안 시합에 나서지 못하고 회복에 전념해왔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딘 회복 속도에 출전한 대회서 연달아 장사 문턱에서 상대에게 승기를 내주자 마음고생을 했다.

"올해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어깨가 계속 아파서 운동을 많이 못했어요. 결승에서 계속 지다 보니까 '내가 실력이 부족하고 운동량이 적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2주 동안 하루에 운동을 네 번 하고 시합을 나갔거든요. 그랬더니 컨디션이 더 안 좋아서 이번에는 재활 운동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강도 높은 운동에서 재활 운동 위주로 훈련해온 박 선수는 본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지난 5월 22일 충북 보은군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3 민속씨름 보은 장사씨름대회에서 데뷔 2년 만에 한라장사에 올랐다.

박 선수는 현재 몸 상태는 좋지만, 운동을 많이 하면 통증이 따른다고 한다.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강한 의지와 노력 그리고 자신을 믿고 기대하는 감독, 코치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침내 부상을 딛고 장사에 올랐다.

"감독님, 코치님께서 제가 결승에서 계속 지니까 아쉬워하셨어요. 그런데 이번에 한라장사에 오르면서 보답한 것 같고, 기대에 부응한 것 같아서 기뻐요. 저한테 부담을 주지 않고 격려해 주시고, 천천히 하면 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많은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용인 양지초등학교에서 처음 씨름을 시작한 박민교 선수. 씨름 선수로 성장하기에 타고난 신체 조건도 한몫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백암중, 용인고, 용인대학교 진학에 이어 용인시청 씨름단 입단까지. 프로팀으로 용인을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위더스제약 2023 민속씨름 보은 장사씨름대회’에서 한라장사에 등극한 씨름 박민교 선수./ 사진 제공 용인시체육회 ⓒ 용인시민신문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서 씨름 경기가 있었는데 1등을 했어요. 제가 발목도 두껍고 신체적으로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요? 그 이후로 씨름부에서 저한테 들어오라고 저희 할머니께도 찾아가서 설득하고 그랬어요.

처음에는 너무 힘드니까 하기 싫어서 도망 다니다가 5학년 때 '씨름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 마음 먹고 그때부터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면서 입상도 하고 그랬어요. 양지초를 졸업하고 백암중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때 지금 감독님인 장덕제 감독님을 처음 만났어요. 감독님과 계속 인연을 쌓아오다가 용인시청으로 감독님이 오시면서 입단 제의를 받고 함께하게 됐어요."


씨름 선수가 되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박민교 선수의 할머니는 어린 손주가 씨름을 하겠다고 하자 반대했다고 한다. 운동이 워낙 고되고 힘들다 보니 고생길이 훤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악물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할머니는 결국 손주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한라장사 등극 당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사람은 바로 박민교 선수의 1호 팬인 할머니였다.

"제가 너무 열심히 하니까 할머니가 어쩔 수 없이 허락해주시고 제가 씨름을 잘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어요. 할머니는 시합에 못 오시고 누나랑 집에서 중계로 같이 보셨대요. 제가 결승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거의 쓰러지다시피 우셨다고 들었어요. 통화했을 때도 계속 우시면서 잘했다고, 잘했다는 말씀만 계속하셨어요."

용인시청 씨름단 선배의 입대로 '세대교체의 중심', '제2의 이만기' 등 여러 수식어가 계속 따라다니는 상황이다. 부담이 적지 않지만, 이 부담도 즐기면서 그저 내 경기로 만들겠다는 박민교 선수.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씨름의 부흥을 위해서 재밌는 경기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저는 수비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공격적인 스타일이에요. 공격적으로 시합을 한다면 경기도 장기전으로 가지 않고요. 또 멋진 기술이 많이 나오면 팬들도 많아질 것 같아요. 그런데 제일 재밌게 즐기려면 직접 와서 봐야 해요. 중계랑 다르게 직접 보면 박진감이 더 많이 느껴지거든요. 가까운 데서 열리는 씨름 경기가 있다면 직관을 추천하고 싶어요. 더 생생하게 경기를 느낄 수 있거든요."

박민교 선수가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롤모델로 삼아온 사람은 바로 영암군 소속 최성환 선수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씨름을 보고 꿈을 키우는 후배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던 박 선수. 모교인 양지초, 백암중학교 씨름부 후배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다.

박민교 선수는 6월 강릉단오제에서 열리는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달 한라장사 등극으로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박 선수는 부담 없이 즐기고 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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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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