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코리아
진취적인 인어공주의 서사를 진행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쓰였던 에릭 왕자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킹)를 입양아로 설정해 흑인 어머니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에리얼처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호기심이 많고 소탈하다. 바다 마녀 울슐라(멜리사 맥카시)를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과 남매로 설정 가족 서사로 만들었다. 울슐라는 애니메이션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 높은 싱크로율과 노래 실력으로 시선을 강탈한다.
사실 울슐라의 마법은 귀여운 속임수다. 에리얼이 3일 이내 키스해야 한다는 것을 잊게 해 관객을 애태운다. 이 때문에 에리얼과 에릭은 자석처럼 이끌리면서도 절제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둘은 닿을 듯 말 듯 말랑거리는 밀땅의 진수를 보여주며, 배로 커진 설렘을 유발한다. 결국 트릭도 힘을 쓰지 못하자 울슐라는 바네사(제시카 알렉산더)로 변신해 에릭과 결혼을 진행한다. 제시카 알렉산더의 출중한 외모 덕분일까. 최면을 걸어 왕자를 조종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팜므파탈이다.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히고 장막에 가려져 진실을 모른 채 사랑을 키워 나간 두 사람. 인어와 인간, 둘 중 어느 세계에서도 이해받지 못하는 꿈과 사랑을 괜히 응원하고 싶어진다. 순수한 마음과 용기 낸 사랑은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한다.
에리얼이 목소리와 맞바꾼 다리는 이 세상의 모든 소수자를 대변한다. 말하고 싶어도 진실을 함구해야 하는 현실에 가로막힌 작은 외침이다. 서로 다른 환경, 인종, 성별에 굴하지 않고 모두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혐오가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디즈니의 강력한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경청의 자세가 에리얼의 잃어버린 목소리에 꾹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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