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분노의 질주 10' 여전히 화끈한 액션 vs. 헐거워진 이야기

[리뷰] 시리즈 최종회 파트1 성격... 반가운 캐릭터 속속 재등장

23.05.20 11:54최종업데이트23.05.20 13:14
원고료로 응원

영화 '분노의 질주 : 라이드 오어 다이' 포스터 ⓒ UPI코리아

 
할리우드의 대표 자동차 액션 시리즈 <분노의 질주>가 어느덧 탄생 22주년 및 무려 10편 제작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 17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원제 FAST X)>는 '돔'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 분)과 그에겐 가족이나 다름 없는 동료들의 목숨 건 특수 임무 수행, 그리고 각종 자동차들의 짜릿한 질주로 다시 한번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았다.  

​지난 2001년 1편 개봉 당시만 하더라도 단순히 뒷골목 불법 카레이싱 이야기 정도로만 출발했던 이 시리즈가 이제는 제작비 3억달러(한화 약 3985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역대급 블록버스터 물로 진화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미국을 넘어 중남미, 유럽, 구 소련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데 이어 지난 9편에선 우주 공간까지 진입하는 등 상상초월 액션으로 인기를 누린 <분노의 질주>였지만 이제 어느덧 20여년의 역사를 마감할 준비에 돌입했다.  

​아직 100% 확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주연배우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빈 디젤이 최근 현지 시사회 직전 현지 언론을 통해 밝힌 바 대로라면 당초 예정된 11편을 넘어 12편에서 종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10번째 작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이와 같은 의미를 염두에 뒀고 엄청난 물량 투입 뿐만 아니라 그간 시리즈를 빛냈던 주요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분노의 질주판 어벤져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만큼 의외의 볼거리를 곳곳에 배치해놨다.  

또 다시 위험에 빠진 돔과 친구들
 

영화 '분노의 질주 : 라이드 오어 다이' ⓒ UPI코리아

 
​영화는 현재 시점에서 10년 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이야기를 먼저 보여준다. (주: 시리즈의 5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당시 돔과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 분)는 현지 토착 범죄 집단 두목 헤르난 레예즈(조아큄 드 알메이다 분)의 초대형 금고를 탈취하는 작전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레예즈는 목숨을 잃었고 당시 실종된 그의 아들 단테 레예즈(제이슨 모모아 분)는 수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다. 그리고 돔과 그의 동료, 가족들을 상대로 역대급 공격을 하나 둘씩 감행하기 시작했다.)  

​과거 8편(<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핵심 빌런 사이퍼(샤를리즈 테론 분)이 부상을 입은 상태로 돔의 집을 찾아왔다. 단테의 교묘한 술책으로 인해 공격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각종 첨단 해킹 장비를 탈취 당하고 만 것이다. 같은 시간 미국 정부의 비밀 기관 의뢰로 로만(타이리스 깁슨 분), 테즈(루다크리스 분), 램지(나탈리 엠마뉴엘 분), 한(성 강 분) 등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작전 수행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것은 단테의 치밀한 함정이었고 이를 뒤늦게 알게된 돔, 래티(미셸 로드리게스 분)는 아들을 동생 미아(조다나 브루스터 분)에게 맡긴 채 급히 로마로 떠났다. 중성자탄이 탑재된 대형 트럭을 원격조종하는 단테의 술책에 위협에 빠진 돔과 동료들은 폭파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를 펼치지만 결국 이 사건을 벌인 범죄자로 몰려 사법 당국 뿐만 아니라 현상금을 노린 이들의 추적을 받기에 이른다.

여전히 화끈한 액션, 반가운 얼굴들 총집합
 

영화 '분노의 질주 : 라이드 오어 다이' ⓒ UPI코리아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영화 자체로만 놓고 보면 치명적인 결함 투성이인 작품이다. 매회 마다 이야기의 개연성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과학 상식, 물리학, 중력 등은 모두 무시한 상상 초월 자동차 질주 및 총격 액션으로 채워졌다.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을테지만 현재까지 스핀 오프 포함 총 11편에 걸친 이 시리즈 만큼은 예외였다.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는 화려한 볼거리는 <분노의 질주> 특유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도로를 뛰어 넘어 하늘 위로 날아 다닐 만큼 자동차로 할 수 있는 최대의 액션신으로 관객들을 착실하게 든든한 팬으로 끌어 모았다. 시리즈 초반 들쑥날쑥했던 흥행 실적은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본격 변신에 나선 5편을 기준으로 상승세를 탔다. 또 다른 주연배우 폴 워커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개봉된 유작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무려 전 세계 15억달러 매출을 달성할 만큼 역대급 흥행 성공을 거뒀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전작의 기조를 여전히 계승하고 있다. 동료, 가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 따윈 아깝지 않은 돔의 상상초월 액션은 여전히 대형 화면을 멋지게 장식한다. 이에 맞선 새로운 악당 단테 역을 맡은 제이슨 모모아는 <아쿠아맨>, 애플TV+ <씨: 어둠의 나날>과는 다른 매력을 뽐내는 사이코패스 기질의 캐릭터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속 또 다른 볼거리는 반가운 인물들의 재등장이다. 스핀오프 <홉스 앤 쇼>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 분)을 비롯해서 리틀 노바디(스콧 이스트우드 분) 등 이전 작품에 출연했던 캐릭터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엔딩과 쿠키 영상을 통해선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던 인물들(갤 가돗, 드웨인 존슨)까지 등장하면서 후속편 및 시리즈 최종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쿠키 영상은 그가 등장하는 장면 1개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를 마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비유하는 건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전작 대비 약점 증가... 후속편에서 메울 수 있을까?
 

영화 '분노의 질주 : 라이드 오어 다이' ⓒ UPI코리아

 
​이른바 '킬링타임 무비'로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기대 만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 대비 약점이 늘어나면서 향후 제작될 후속편 또는 최종편이 짊어져야할 것도 더욱 증가했다. 10편 중 절반을 연출했던 단골 감독 저스틴 린(총 5편 담당)이 빈 다젤과의 견해 차이로 인해 중도하면서 급히 제작진이 교체되는 비상 사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마련된 시나리오는 파기되고 새로운 감독과 다시 시작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가뜩이나 탄탄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야기의 틀이 더욱 헐거워졌다. 당장 죽여야 하는 숙적 사이퍼와 어쩔 수 없이 손 잡아야 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개연성 부족이 용납되어왔던 시리즈라곤 해도 설득력 부족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와 더불어 마치 "나 잡아봐라"식으로 응수하는 단테의 뒤꽁무니를 번번히 놓치는 광경의 반복은 다소 식상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 작품이 '최종회 파트1'의 성격이 부여되다보니 확실한 결말 대신 뭔가 애매모호한 마무리로 끝나면서 왠지 모를 허전함도 남긴다. 새롭게 참여한 <트랜스포터> <타이탄> 시리즈의 루이 르테리에 감독의 무색무취 연출도 약점으로 부각된다. 저스틴 린, 제임스 완, F. 개리 그레이 등 나름 본인의 특징이나 색깔이 가미된 감독들이 만들었던 전작들과 견줘볼 때 단단한 틀을 완성되었다기 보단 여러 캐릭터들과 사건 나열에만 급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밖에 기대를 모았던 '아카데미 수상 배우' 브리 라슨의 미미한 존재감 등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기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분노의질주10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