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평 워크숍 '활동사진'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디아스포라영화제
곧 이어진 '영화비평' 강의에 나선 유운성 평론가는 "오늘날 (영화) 가이드 비평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쳇GPT가 더 잘한다"면서 "내 글이 읽히는 것을 염두 해 두고 비평적 글쓰기를 위해선 '강한 비평'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평론가는 "'강한 비평'은 그 영화를 보지 않아도 내 눈앞 있지 않아도 심지어 영화제목과 등장인물을 연기한 배우를 노출시키지 않고도 그 글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작품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소실되어도 읽을 수 있는 비평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시로 스페인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쓴 <돈키호텔 성찰> 중 '숲'을 제시했다.
'숲'의 글에는 돈키호텔에 대한 그 어떠한 것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숲을 거닐며 나무를 이야기하면서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숲 속에서 한 남자를 만나 조심스레 작은 요정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장면을 상상케 한다.
그는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횔덜린 시의 해명> 중
'해명은 그 자신이 무용한 것이 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모든 해석에서 최후의, 그러나 가장 어려운 단계는(…)해명과 함께 사라지는 경지에 있다'를 언급했다.
그는 또 "근대적 사유의 한편에는 세르반테스적인 지중해적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암(燕巖) 박지원이 1780년도에 쓴 <연하일기>를 거론하며 "중국 연경을 거처 열하까지 여행하며 쓴 기행문이지만 그 (여행풍경과 장소) 대상물이 사라지고 없다"며 "대상이 사라진다고 무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영화(제작)하는 경험이 없이 더 정확하게 예민하게 감상할 수 있다"라며 "영화 산업적 기술의 복합한 환경에서 의도적 접근으로 놓칠 수 있는 게 많다. 영화자체를 해설하는 기능에 머물지 않게 '강한 비평'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