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롯데-두산과의 경기에서 발생한 선수 전준우와 이영재 심판간의 실랑이.
NAVER TV
그런데 최근 KBO리그에서는 심판의 권위의식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롯데-두산과의 경기에서 발생한 선수 전준우와 이영재 심판간의 실랑이가 대표적이다. 롯데가 3-0으로 앞선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전준우는 두산 김명신과 승부끝에 5구째에 삼진을 당했다. 전준우는 몸쪽 깊은 코스로 들어온 공이 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영재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전준우는 판정에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그 이상의 어필없이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그런데 이닝 교대 시간에 이영재 심판이 돌연 롯데 덕아웃으로 다가왔다. 이영재 심판은 전준우를 향하여 레이저 눈빛을 쏘아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전준우도 지지않고 발끈하며 두 사람은 무언가 언쟁을 벌였다. 좀 전 상황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이견이 원인이었다.
전준우는 스트라이나 판정에 대하여 "물어본 것 아니냐"고 항변했고, 이영재 심판은 전준우의 반응을 판정에 대한 불만과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롯데 코치진이 재빨리 달려나와 이영재 심판과 전준우를 제지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 장면은 방송중계 화면에도 그대로 잡혔다.
이 해프닝은 며칠간 많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또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상황을 지켜본 야구팬들은 대부분 심판 측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디어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영재 심판의 과거 오심 전력들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심판 판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문제다. KBO리그에서 스트라이크존과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은 하루아침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스트라이크존 판정의 경우, '심판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항의를 통해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항의에는 심판이 '퇴장'이라는 강경한 카드로 대응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방송중계가 보편화된 현대에는 리플레이 화면과 그래픽 기술이라는 도구가 인간의 눈과 귀를 보완하는 시대다. 심판이 놓치거나 실수하는 부분도 비디오판독을 통하여 바로 잡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날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지만 중계 방송 화면 상으로는 다소 깊은 코스였음이 드러났다. 전준우는 이튿날 인터뷰에서도 "공이 많이 빠졌다. 무릎에 맞을 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스트라이크 판정에 충분히 의구심을 가질만한 상황이었다. 매경기 안타 하나를 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선수들이나, 눈높이가 높아진 야구팬들에게는 더 이상 '심판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낡은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심판의 '권위의식'에 대한 문제였다. 이번 사태는 사실 오심 논란보다도 후자의 문제가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전준우는 심판 판정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었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작 이영재 심판의 예민한 대응은, 아예 자신이 내린 판정의 오류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않고, 대화 자체를 차단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쳤다.
권위(權威,Authority)의 사전적 의미는 그 사람이 맡고 있는 지위나 직책을 통하여 어떤 일에 영향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하지만 '권위'와 '권위 의식'은 결이 다르다. 진정한 권위는 상대의 인정과 수긍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라면, 합당한 명분이나 과정없이 강제로 군림하고 강요하게 만드는 권위의식은 권력이나 독재에 더 가깝다.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 가능해야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 사건만 놓고 특정인 심판만 악마화한다거나, 자칫 KBO리그의 심판들을 모두 그렇다는 식으로 일반화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대한 항의는 금지되어 있지만, 사실 최근 현장에서는 간단한 어필 한두마디 정도라면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선수가 '공이 좀 벗어난 것 아니냐'는 식으로 호소하면, 비록 해당 판정 상황 자체는 바뀌지 않더라도 심판이 '확인해보고 다음 판정때는 참고하겠다'는 식으로 응답하며 유연하게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선수도 심판도 각자의 역할은 존중하되, 서로의 생각과 입장에 대하여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실수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심판의 권위도 보장하는 길이 아닐까.
이영재 심판을 바라보는 여론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도 오심 여부를 떠나 그 이후의 대응에 있었다. 본인의 판정에 강한 확신이 있더라도 소통 자체를 차단하고 심판의 권위만 내세운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심판들이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존중을 원한다면, 올바르고 정확한 판정만큼이나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자질이 우선돼야 하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