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드라마<닥터 차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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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병은 입부터 장, 항문까지 소화에 관련된 기관 전체에 오랜 시간 동안 염증이 지속되는 병이다. 배 아픔과 설사를 흔히 동반하고, 항문에 고름이 생기기도 한다. 열이 나거나, 밤에 땀을 흘리거나, 식욕이 떨어지거나, 전신에 힘이 없는 등의 특이적이지 않은 증상도 관찰된다.
크론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소화기관 속의 정상 세균에 대한 면역 반응, 자가 면역 반응, 흡연과 같은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유전 질환은 아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유전적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나… 유전 질환은 아니다." 어쩌면 이 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영어 원문을 살펴보자.
"Crohn's disease has no definitive cause. Autoimmune response, genetics, and lifestyle factors all play a role … But it is not an inherited disease."
"크론병은 확실한 원인이 없습니다. 자가 면역 반응, 유전적 요인, 생활 방식 요인이 모두 작용하지만 유전적인 질병은 아닙니다."
(Nature Reviews Disease Primers)
여기서 '닥터 차정숙'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바로 'Inherited(Hered
itary)'와 'Genetic'의 차이이다. 한글로는 둘 다 사전상 '물려받아 내려옴'이라는 뜻의 '유전(遺傳)'으로 번역되었지만, 원어에서 'Hereditary'와 'Genetic'은 엄연히 다르다.
같은 '유전'이지만 이렇게 다릅니다
'Hereditary'는 생물이 가진 모양이나 성질이 부모로부터 대물림되는 것을 일컫는다. '닥터 차정숙' 속에서 장인과 장모가 "이 병 '유전'도 된다"라고 한 말에서 '유전은'은 'Hereditary'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반면 'Genetic disease'는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는 부모로부터의 대물림과 관계 없이 어떠한 모양이나 성질이 수정, 발생,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Hereditary disease'를 포함하기도 한다.
넓은 의미에서 모든 질병은 'Hereditary'적 영향을 받거나, 'Genetic'적 영향을 받는다. 유전성 암, 유전성 난청, 유전성 치매 등은 전자에 해당하고,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대부분의 암종은 후자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부모에게 없던 변이가 발생한 경우 '돌연변이(Mutation)'라는 단어를 썼다. 하지만 현재는 유전자가 자녀에게 전달되는 과정, 자녀의 발생과 성장 과정, 환경과의 상호 작용에서 너무나 많은 변이가 존재함을 알기에 돌연변이라는 용어 대신 'polymorphism(다형성)'이라는 용어를 흔히 사용한다.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유전적으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생명체의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숙명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이면서, 종족의 생존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떤 유전적 다양성은 치명적인 병이 되어 태아를 유산시키기도, 누군가에게 기형이라는 고통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변이는 인류에게 추위 속에서 살아남도록 지방을 축적하게 하거나, 암을 억제하도록 하거나, 심지어는 지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질병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외관, 키, 음성, 시력, 지능부터 각종 질병에 이르기까지 유전자는 복잡하고, 서로 얽혀있다. 작게는 감기를 앓는 것, 어깨가 뭉치는 것도 엄밀하게 파고들면 이러한 유전(Genetic)의 영역이 개입한다.
'닥터 차정숙'이 병을 바라보는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