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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관객은 증가, 독립성 훼손 후유증은 계속

[전주영화제 결산] 전체 관객 30% 증가, 다르덴 형제 돋보여

23.05.08 17:07최종업데이트23.05.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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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 6일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 전주영화제 제공

  

전주영화제 야외무대 행사 모습. ⓒ 전주영화제 제공

 
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6일 폐막작 상영을 끝으로 열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올해 전주영화제를 한마디로 총평하면 '지난 3년간 드리웠던 코로나19의 그림자를 모두 벗겨내면서 재도약의 희망을 키우게 됐으나, 독립성을 훼손한 낙하산 집행위원장 문제는 또 다른 그늘을 남겼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4월 27일 개막한 전주영화제는 총 6개 극장 23개 관에서 42개국 247편의 작품을 538회 상영했으며, 86회의 VR 특별상영을 별도 진행했다. 열흘간 극장을 채운 관객 수는 6만 6028명으로 지난해 5만 명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좌석판매율 역시 지난해 68.1%(좌석수 7만 4000석)에서 올해는 83.1%(좌석수 7만 9000석)로 늘어났다. 매진된 상영은 370회로 전체 상영의 68.8%였다.
 
하지만 관객 수가 전년도보다 늘어났다고는 해도 2018년 8만 관객에는 미치지 못했고, 평균 7만 관객이 넘어섰던 코로나19 이전 상황과 비교하면 조금 낮은 모습이었다. 이전 관객을 100% 회복하지는 못한 것이었다.
 
전주 빛낸 다르덴 형제
 

다르덴 형제 마스터클래스 ⓒ 전주영화제 제공

 
올해 상영작 중 돋보인 것은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였다. 빼어난 작품성에 다르덴 형제의 방문은 올해 영화제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2019년부터 추진하다 코로나19의 벽에 막혔기에, 다르덴 형제의 첫 한국 방문은 상징적이었다. 수년간 끈기 있게 거장 형제 감독의 초청을 진행해 온 영화제의 뚝심이 느껴졌다.

선댄스, 로카르노, 마르세이유, 토론토, 산세바스티안, 마르델플라타 등 유럽과 남미의 유수 해외영화제 프로그래머 및 집행위원장이 전주를 방문한 것도 의미 있었다.
 
10년을 맞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도 새로운 영화의 창작을 꾸준히 지원한다는 점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지원작이었던 스페인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삼사라>가 올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것은 전주영화제 내세울 만한 자랑이었다. 전주영화제가 장편영화에 직접 투자해 저예산 영화제작 활성화를 도모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에 문호를 넓히며 성과를 더 키웠다.
 
11일 개봉하는 <문재인입니다> 역시 <노무현입니다>에 이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독립영화 활성화를 위한 전주영화제의 노력이 매해 결실을 거두는 모습이다.
 

전주컨퍼런스 2023 공공자본과 독립영화 ⓒ 전주영화제 제공

 
영화상영 외에 영화제와 산업에 대한 전망과 방향성을 살핀 전주컨퍼런스는 '공공 자본과 독립영화', '한국영화아카데미 40주년', '엔데믹 시대, 영화제의 역할을 묻다' 등 6개의 세션으로 진행돼 관심을 받았다. 학술 프로그램 성격이 가미되면서 전문가들의 식견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일부 세션에 패널로 나온 한 인사에 대한 적격성 논란이 일었다.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 지원 예산 전액 삭감을 결정하고 의견 청취는커녕 면담조차 안 하는 분이 공공 자본과 독립영화 세션 패널로 나섰다"면서 평소 영화와 음악은 올드 미디어로서, '기술'과 관련이 없어 공공기관에서는 지원을 해선 안 된다는 소신을 피력해 온 인사라며 항의의 뜻을 밝혔다.
 
올해 전주영화제는 전용관 건설 준비로 인해 주무대였던 전주돔이 없어짐에 따라 지역 커뮤니티시네마 단체들과 연계해 부대행사를 확장했다. 지난해 개막작 <애프터 양>부터 지역에서 제작된 단편영화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16회 상영하여 664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지역영화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 것은 전주영화제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은 긍정적인 요소였다. 지역 커뮤니티시네마 단체들이 전주영화제의 일원이 돼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 것은,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할 전주만의 장점이었다. 예년부터 진행해 온 뮤지션 공연과 코로나19 이후 올해 재개된 '스타워즈 데이' 프로그램은 대중적인 색깔을 강화환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정준호 집행위원장 논란 후유증 지속
 

한국영화아카데미 40주년 행사에서 인사하는 공동집행위원장 정준호 배우 ⓒ 전주영화제 제공

 
외형적 성과가 두드러졌다고는 해도 영화제 행사 외적인 부분에서 여전히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지난해 영화계의 반발 속에 시장이 일방적으로 임명해 논란이 됐던 정준호 집행위원장 문제는 전문성 부족에 영화제 위상과 맞지 않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계속됐다.
 
특히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서울독립영화제 등 독립영화 주요단체 대표들이 여러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전주영화제 개막식을 비롯해 주요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정준호 집행위원장 낙하산 선임 문제를 비판해 온 점에서 보이콧을 한 모양새가 됐다. 전북독립영화협회 출신 일부 지역 영화계 인사들도 전주영화제를 찾지 않았다.
 
올해 전주영화제 이벤트 프로그램 상영작으로 선정된 한 독립영화 감독은 "영화제 측에서 초청 의사를 전달받았으나 정준호를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대신 참석하는 배우를 잘 배려해 달라는 요청만 했다"고 밝혔다.
 
독립영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전주영화제 이사진과 집행위원에 독립영화인들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 역시 부담이다. 수년 내 건설 예정인 전용관을 (가칭)전주 독립영화의 집으로 정한 상태에서 독립영화인들이 전주영화제 이사나 집행위원 참여조차 거부하면서 정준호 논란은 진행형이었다.
 
독립영화가 중심인 영화제로서 내부의 자괴감도 적지 않은 모습이다. 개별적으로 접촉한 스태프들은 영화제의 흐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전문성 부족한 집행위원장에 답답한 마음을 표출했다.
 
정관 위배 논란도 영화제 이후 정리할 문제로 남는다. 이미 전주시의회에서 공동 집행위원장 선임이 정관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왔고, 시의원을 거쳐 오랜시긴 이사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 인사에 대한 적절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영화제 측은 지역전문가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지역 독립영화인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시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박형배 시의원은 "정관에 시의원을 이사로 선임하는 조항은 이해충돌 문제가 있어 시의회에서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며 "개막을 앞둔 시점이라 지켜보고 있었지만 정관 위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볼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시장이 당연직 위원장에서 손을 떼고 전주영화제가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민병록 교수는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배우를 집행위원장에 앉혀 놓고 있는데, 부산이나 부천처럼 영화제를 독립시켜서 시장의 입김이 들어서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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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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