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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드림'이 발견해낸 것

[리뷰] 영화 <드림>

23.05.03 17:28최종업데이트23.05.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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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 포스터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모든 것이 잘 안 풀리는 순간에는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어진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자체로 무기력한 느낌을 받는다. 그 상황 자체는 실패이지만 충분히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주저앉아 비관적인 생각들을 한다. '실패자'라는 낙인만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낙오자'라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그리고 그 비관적인 생각의 바다에서 더욱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우리가 간간히 접할 수 있는 노숙자들에 대한 인식은 '실패자' 혹은 '낙오자'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춘 사람들이다. 여러 가지 사연이 있겠지만 그들은 생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돈을 구걸해 끼니를 겨우 해결한다. 그 낙오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건 본인의 의지다. 보통 우리는 노숙자들을 구제불능이나 삶을 포기한 사람으로 대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작은 계기가 있다면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그 기회는 대부분 그들이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아주 작은 의지를 만들어준다.

'실패자'인 노숙자들의 이야기
 

영화 <드림> 장면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드림>은 노숙자들이 자신들만의 작은 의지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는다. 이들은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 지하철 역 앞에서 잡지를 판매하며 생활할 수 있는 비용을 벌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니까 아예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한 상태는 아니란 의미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판매 활동 이외에는 다시 사회로 복귀할 기회를 못 찾는 인물이다. 다르게 말하면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는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들이 참여하게 되는 국제 노숙자 월드컵은 축구를 하는 노숙자들의 의지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영화에는 노숙자들 이외에 실패자들이 또 등장한다. 바로 전직 축구 선수인 홍대(박서준)와 다큐멘터리 PD 소민(아이유)이다. 홍대는 노력파 축구 선수였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동료를 실력으로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 와중에 불미스러운 사고를 친 그는 축구 선수를 그만두고 연예인으로 데뷔하려고 한다. 그때 노숙자 축구팀의 감독을 맡아 자신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려 하는 인물이다. 본인은 이 일에 참여하기 원하지 않지만, 연예 기획사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참여하게 된다. PD 소민은 자신이 가진 PD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인 노숙자 월드컵 다큐를 찍으려는 인물이다.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노숙자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소민을 제외하면 참여하는 노숙자들과 홍대는 축구 대회에 나가는 것에 큰 의지가 없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노숙자들은 축구 실력도 없지만 제대로 해보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홍대는 감독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팀을 구성하고 만드는 것 자체에 흥미가 없다. 그래서 이 축구팀이 훈련을 시작하는 게 또 다른 실패의 문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업실패로 가족과 멀어진 환동(김종수), 빚보증을 잘못 서서 이혼 당한 효봉(고창석), 장애인 여자친구를 위해 축구를 하는 범수(정승길) 그리고 실종된 여자친구를 찾으려는 인선(이현우) 등 노숙자들은 각자가 가진 사연이 있다. 주로 이 네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는 각각의 실패자들이 왜 자신의 인생에서 낙오자가 되었는지를 간략하게 보여준다. 이런 각자의 사연은 그들을 낙오자로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다시 의지를 가지게 만드는 작은 불씨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불씨가 활활 타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의지 없는 사람들이 다시 의지를 가지게 되기까지
 

영화 <드림> 장면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홍대일 것이다. 그는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못 이긴다는 생각에 축구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억지로 감독직을 맡게 된 그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 홍대가 바라보는 노숙자들은 인생의 실패자였고 자신 또한 실패자라는 생각이 부정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전 세계 노숙자들이 하는 월드컵 대회에 나가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홍대는 팀의 구성원 중 누구에게서도 희망을 보지 못한다.

홍대가 팀으로서의 희망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희망들은 보게 된다. 그건 하나같이 팀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모습들을 발견하게 만든다. 이혼남 효봉은 자신의 딸을 해외로 떠나보내야 하는 처지다. 그의 딸이 경기장에 찾아왔을 때, 효봉과 딸이 함께 하는 모습에서 효봉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은 의지를 발견한다. 그 이후 환동, 범수, 인선 등에게도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숨겨져 있는 의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 의지를 살아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영화 제목의 <드림> 은 그들이 가진 꿈을 의미할 것이다. 노숙자들의 꿈은 대회 우승이 아니라 다시 원래 그들의 삶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삶에 있는 그들의 가족이 바로 그 꿈 속에 들어있다. 그 꿈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그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는 승리가 아니라 멋진 패배를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승리로 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지가 깨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원래 삶으로 돌아간다는 꿈

영화 <드림>은 이병헌 감독의 히트작인 <극한직업>과 같은 오락영화는 아니다. 이야기에 다양한 유머와 슬랩스틱이 포함되어 있지만 '실패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느껴지는 안타까운 감정과 감동을 더 부각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부분이 신파로 가지 않도록 유머를 통해 적절하게 조절하고 있다. 여러 가지 아쉽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실패자들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실패를 바라봐야 할 관점을 제시한다. 실패했더라도 그 과정을 뜯어보고 그 안에 참여자들이 얼마나 성공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참여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유머나 재치 있는 대사들은 역시 이병헌 감독의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보여줬던 것과 비슷하다. <멜로가 체질>은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은 시리즈이지만 조금은 오버스러운 대사와 유머가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나뉘게 만들었다. <드림>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도 후반부의 빠른 경기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상당 부분 상쇄된다.   

영화 <드림>은 실패자들이 실패하는 영화다. 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노숙자들은 자신들의 삶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그 의지를 경기로 보여줬고 생중계를 통해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그 의지가 전달되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축구 선수 홍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축구에 대한 의지를 다시 발견한다. 영화는 한 번의 실패로 삶의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작은 의지를 살릴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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