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성+인물>
넷플릭스
가르치는 학생이 수업 중 물어왔다. 자기네 반에서 한 아이가 이른바 '음담패설'을 하는데 그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시간만 나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반 아이들 반응이 열렬하다는 것이다. 겨우 중학교 1학년이었다. 아마도 그 아이는 자기만의 '루트'를 통해 그런 지식(?)을 쌓았을 것이고, 그걸 반 아이들 앞에 자랑스레 내가 너희들보다 많이 안다고 자랑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아이가 지식을 쌓은 루트가 정확치 않다는 데 있다. 지인 중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시는 선생님 역시 이에 공감하신다. 성교육을 하러 들어가면 학생들의 질문이 어른들이 상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의 <마녀사냥>은 저리 가라란다. 그 선생님 역시 이전의 '도덕 교과서'식 성교육을 넘어, 보다 현실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예전 우리 아이들 학교 다닐 적에 구성애씨가 와서,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들어서서 쓰레기통에서 휴지 뭉치가 발견되면 슬그머니 아이들 방에 좋은 티슈 상자를 가져다 놓으라 하셨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가 청소년기에 들어선 엄마에게 이 얘기를 전했더니 질색한다. 어쩌면 우리의 성담론은 여전히 그 질색하는 엄마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닐까. <성+인물>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신동엽이 <동물농장>을 하차하라는 여론을 보면서 굳이 넷플릭스에 돈을 주고 들어가, 18금이라는 그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성의의 진의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인 인간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겠다는데 <동물농장> MC는 안 된다는 논리는 또 뭔지?
아마도 <성+인물>에서 논란이 되는 포인트는 AV 배우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달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인터뷰인데, 거기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어 '치훈이'라는 별명까지 가졌다는 사실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공연한 부분으로 존재한다는 이들인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섹스기구를 파는 회사를 일으킨 사장의 주장이 주목할 만했다. 성은 곧 '외설'이라 치부했던 세간의 인식을 '성'은 일상의 일부분이라고 바꾸고 싶었다는 그 말은 그의 입을 빌린 제작진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성+인물>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옳고 그름의 잣대이다. 그런데 그 옳고 그름의 잣대를 대기 위해서라도 뭐가 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냥 그런 게 있구나 하면 되는 게 아닐까? 18금이라도 그런 걸 대놓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건 마치 예전 화장실은 더러우니 집 밖에 멀리멀리 두어야 한다는 마인드와 같지 않을까. <성+인물>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모를까? 굳이 <성+인물>이 아니더라도 넷플릭스만 해도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야한 게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성+인물>에 들어가 AV 배우들의 자부심 넘치는 인터뷰를 봤다고 새삼스레 그걸 찾아보게 되지는 않던데, 그건 말 그대로 '개취'이다.
2019년 수잔 서랜든이 주연한 영화 <완벽한 하루>는 존엄사를 선택한 엄마와 세상에서 가장 뜻깊은 하루를 보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속에서 엄마는 남겨진 가족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나누어 주는데, 그중 큰 딸에게 선물한 '딜도'가 있었다. 이 영화가 화제가 없었으니 망정이지, 요즘 같았으면 개봉 반대가 있었으려나, 조금 더 넉넉한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세월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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