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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반응 나왔다... "영화 찍고 이민 갈 수도 있겠다 생각"

[인터뷰] <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23.04.14 09:55최종업데이트23.04.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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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링 로맨스>를 연출한 이원석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도무지 다음에 이어질 장면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영화다.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다짐처럼 시종일관 발랄하고 코믹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폭력적으로 구속하는 남편을 제거하기 위한 톱스타의 분투라는 이야기가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킬링 로맨스>는 분명 올해 등장한 한국영화 중 문제작임은 분명해 보인다. 개봉에 앞서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원석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꿈이 아닌 강요된 길을 걸어온 배우 황여래(이하늬)가 동남아시아 휴양지에서 부동산업자 조나단(이선균)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윽고 불행한 결혼 생활이 이어지다 이웃집에 사는 대입 4수생 범우(공명)와 함께 모종의 살인 계획을 세우는 설정이다. 다분히 스릴러 장르 요소 같지만, 영화는 밝은 색감에 뮤지컬 영화를 방불케 하는 뜬금없는 노래 장면 등이 어우러지며 문화적 충격을 안긴다.
 
괴랄한 영화가 탄생하다
 
언론 시사회 이후 극단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도무지 정서를 따라갈 수 없다며 혹평하는 쪽과 감독의 개성과 모험 같은 시도에 응원을 보내는 쪽으로 나뉜다. 이원석 감독 또한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인 <남자 사용 설명서>를 떠올리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번 영화의 톤과 매너를 이해할 수 있을 법하다.
 
"대본 작업 때부터 우리끼리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거라 얘기했다. 배우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작품을 선택했다. 박정혜 작가님에게 대본을 받자마자 이하늬씨에게 드렸고 심각하게 고민하셨다고 들었다. 이선균씨도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가기 전에 드렸는데 상을 받는 바람에 당연히 선택 안 할 거라 생각했는데 두 분 모두 결정해주셔서 놀랐지. 촬영할 때도 어쩌면 우리 이민 가야할 수도 있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
 
정말 호불호인 게 영화를 본 아내와 딸이 서로 싸웠다. 딸은 재밌다고 했고 이해 못 하겠다는 아내에게 꼰대라고 했다가 다투더라. '아 우리 영화가 뭔가 하긴 했구나' 싶었다. 영화라는 게 사실 그런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고 난 뒤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는 재미가 있는데 어느 순간 그런 작품이 점점 사라졌거든. 물론 저도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길 원하지만, 모두가 다 좋아할 수는 없잖나. 그래도 사랑받으려 노력하려 한다."

  

영화 <킬링 로맨스> 관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 픽쳐스


 
<공조> <창궐> 등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이 대본을 들고 이원석 감독이 하길 1년간 기다렸다고 한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함께 영화를 공부한 사이다. 여기에 지금은 철수한 워너브러더스가 대본 자체의 신선함을 선호하며 투자를 결정하면서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제작사와 투자자에서 모두 이원석 감독의 특유의 개성이 십분 발휘되길 원했다는 후문이다. 이 감독은 "우리 영화가 유쾌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사실 좀 무서운 이야기"라며 말을 이었다.
 
"<남자 사용 설명서>는 제 개인적 경험이 담긴 영화였다.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의 점수를 1부터 10까지 매기는데 10은 모두가 좋아할 무난한 코미디라면 1은 병맛 중 병맛인 척도다. 단 한 명만 웃을 수 있는 정도랄까(웃음). <남사용>이 5정도라면 <킬링 로맨스>는 7점 정도까지는 갔다고 생각한다.
 
사실 소재가 무섭잖나. 이병헌 감독의 <바람 바람 바람>을 참 좋아하는데 그 역시 어려운 소재로 웃음을 담아냈다. <마누라 죽이기>라는 클래식도 있잖나. 그런 영화를 뛰어넘진 못해도 좀 다르게 접근하려고는 했다. 그래서 동화라는 장르를 택한 것이다. '만약에'라는 단어의 힘이 있다. 그걸 잘하는 게 디즈니 영화들이지. '옛날 옛날에~' 이러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건데 우리 영화는 그런 걸 좀 비틀어서 활용했다. 아내는 거기서부터 몰입을 못한 셈이고. 그리고 아내가 뮤지컬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영화에서 그걸 역이용했다. 등장인물이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면 주변 사람이 당황하는 식으로 말이다."

 
동화같은 서사에 담긴 속뜻
 
마냥 가벼워 보이지만 영화엔 가스라이팅 같은 정서적 폭력을 풍자하거나 겉으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활약을 강조함으로써 연대의 힘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이원석 감독은 "배우들에게도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줄타기할 것을 요청드렸다. 모든 과정이 정말 협업이었다"고 말했다.
 
"웃기려고 하지 말자고 했다. 그저 자기 상황에 충실한 캐릭터인데 사람들이 웃어주면 좋은 거지. 조나단의 가스라이팅도 직접 묘사하기보다는 소리나 어떤 음악들로 표현하려 했다. 어떨 땐 그런 게 더 잔상에 남기도 하잖나. 귤을 던지는 것도 그런 것이다. 실제 사례가 있더라. 직접적 폭력은 아니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매우 힘든 경험이다. 사실 조나단 같은 인물은 우리 주변에도 많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상대방이 잘 되길 위하는 마음에서 나온 거라고 하는 사람들 말이다.
 
범우는 흔히 말하는 루저다. 근데 가장 순수하면서 용기 있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타조가 조력자로 등장하는데 원래 설정은 섬 원주민이었다. 이들이 힘을 합쳐 조나단을 무너뜨린다는 게 원래 대본이었는데 우리 영화 톤이랑 안 맞다고 느껴서 타조를 넣었다. 제가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실제로 지인이 타조 농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복어도 원래 설정에 있었는데 과해서 뺐다(웃음). 순수한 범우가 조나단에게 죽임당한 타조 한 마리를 묻어주고, 그 계기로 다른 타조가 범우와 여래를 돕는다는 설정이 그렇게 나올 수 있었다."

  

영화 <킬링 로맨스>를 연출한 이원석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대목에서 감독은 "건방진 꿈이지만 미국에 머물 때 본 록키 호러 픽쳐쇼를 떠올리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몇 년 후 우리 영화가 사람들이 떼창하고 좋아하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며 영화에 얽힌 몇 가지 비하인드를 소개했다.
 
"개인적으로 가수 비의 '레이니즘'을 너무 좋아한다. 나르시즘의 끝판왕이잖나. 이 노래 하나로 하루가 유쾌하게 바뀌더라. 현장에 비씨가 직접 오셔서 노랠 불러주셨다. 그리고 H.O.T.의 '행복'을 쓴 이유도 서울 강남의 한 냉면집에서 이선균씨랑 밥 먹고 있는데 장우혁씨가 옆 자리에서 식사를 하시더라. 이거다 싶어 결정했다. 타조 울음소리는 사실 녹음팀에서 만들어온 게 너무 이상해서 심달기씨가 오셨을 때 잠깐 부탁을 드렸거든. 타조가 원래 잘 안 우는 동물이다. 근데 이왕이면 '조까 조까' 같은 뉘앙스였으면 했다. 심달기씨가 너무 잘하셨다. 그걸 영화에 그대로 담았다.
 
이하늬씨가 랩한 것도 애드리브였고, 거기에 이선균씨가 장단 맞춰 춤춘 것도 즉흥이었다. 그리고 조나단이 나씨라 '존 나'로 불리는데 실제로 지인 중에 그 이름인 분이 있다. 조나단이 클래식한 미국 이름인데 한국 성과 붙었을 때 엇박자 느낌이 날 때가 있더라. 조나단을 찜질방에서 죽이려고 한 것도 시나리오엔 없었다. 본래 유람선을 빌려 찍으려 했는데 예산 문제도 있고 다들 반대하더라. 그러다 연출부에서 제안했는데 강원도에 딱 그런 찜질방이 있는 거다. 사장님이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영화에 그 찜질방 번호를 그대로 썼다. 언제 시간되면 꼭 가보시라."

 
이런 재기발랄함이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약 9년만에 상업영화로 관객과 만나게 된 셈이다. 국내 투자배급사 시스템이었다면 지금 같은 영화가 나오진 않았을 거란 기자 말에 이 감독은 "그냥 영화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며 "우리 영화가 어떤 분들에겐 마치 조커처럼 분위기를 환기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답했다.
 
"시간이 이리 지난 줄 몰랐다. <상의원> 후 6년 정도 지났나 싶었는데 9년이더라. 제 개인으로는 이 영화가 충분히 지금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우리 어릴 땐 호랑이를 보려면 자연농원(현 애버랜드)에 가곤 했는데 이젠 유튜브로 먼저 보는 세상이잖나. 우리 영화가 사람들에게 어떤 체험을 주는 작품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노래 들으며 몸도 흔들고,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킬링 로맨스 이원석 이하늬 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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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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