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A 컨버스> 채널, 금쪽같은 내 새끼 94회 갈무리 <금쪽같은 내 새끼> 94회에서 오은영 박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슬기
오은영 박사를 '국민 육아 멘토'로 만든 일등 공신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는 그간 우리 사회가 주목하지 않았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로 아동의 목소리다. 이 프로에 출연한 아이들 대부분은 작게는 엄마의 특정 신체 부위에 집착하고, 크게는 시청자가 깜짝 놀랄 정도의 폭력이나 폭언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코끼리 인형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는 나름의 사정과 판단, 고민, 감정이 있다. 가정 안의 어려움을 예민하게 느끼고, 부모를 걱정하고 사랑하며,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오은영 박사와 <금쪽같은 내 새끼>는 이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문제행동의 원인이 아이에게 있는 게 아니라면 어디에 있을까? "금쪽같은 내 새끼를 위해 가족이 변하는 리얼 메이크오버쇼!"라는 소개 문구처럼,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적은 가족의 변화이고, 변화를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이 밝혀져야 할 터. 화가 나면 자해하는 5살 아이가 등장하는 94화에서 오은영 박사는 선언한다.
"금쪽이를 변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 아빠가 금쪽이입니다."
아이의 문제행동은 부모의 양육태도가 낳은 결과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이런 순간은 이 프로그램에서 자주 일어난다. 대부분의 문제행동은 부모의 양육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부모가 양육 태도를 바꾸거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때 아이는 변한다. 부모의 양육 태도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해도 부모가 아이의 기질과 상황에 맞게 말과 행동을 교정할 때 아이는 변한다.
'아이의 문제행동은 부모 때문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부모가 노력하면 고칠 수 있다'는 이 메시지는 논쟁적이다. 한 사람의 부모로서, 나는 아이의 기질과 성향, 또래집단과 사회의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모의 영향력을 절대화하는 이 메시지가 가혹하다고 생각한다('부모'라고 뭉뚱그려 썼지만, '부'와 '모'가 갖는 책임감은 결코 같지 않고, 위의 메시지는 엄마에게 더욱 가혹하게 적용된다). 부모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지만 자녀가 훌륭하게 자란 사례, 혹은 반대의 사례를 수없이 댈 수 있다. 동시에 한 사람의 자녀로서, 부모와 자식이 얼마나 지독하게 얽혀있는지, 한 인간이 자신의 부모가 미친 영향력을 덤덤히 바라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안다.
내가 양가적 마음 사이에서 번민한다면, <양육가설>의 저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한 인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아이를 기르는 방식이 아이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현대인의 믿음을 '양육가설'이라 부르며, 양육가설로 설명할 수 없는 연구 결과들을 언급한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주장은 부모의 영향력에 대한 광범위한 믿음 역시 '진리'가 아니라 현대 심리학의 주류를 이루는 하나의 입장일 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부모, 가장 전지전능하면서도 가장 무력한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