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스틸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기대를 훨씬 상회한다
중학교 때 오락실에서 즐겨했지만 잘하진 못했던 게임 <던전 앤 드래곤>, 본래 1970년대 미국에서 나온 최초의 RPG 게임이다. 모든 RPG의 시초 격이라고 한다. 당연한 듯 비디오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로까지 만들어졌다. 그중 2000년에 나온 동명의 영화가 대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까지 캐스팅했지만 흥행과 비평 면에서 저조했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20년이 지났고 기어코 또 다른 동명의 영화가 우리를 찾아왔다. 나름 부제도 달았으니 언급하자면,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다. 도적이 주인공이라는 걸 유추할 수 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잘 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데, 제작비가 자그마치 1억 5천만 달러다.
기대보단 걱정이 앞섰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이다. 시작 5분도 안 되어 웃겼으니,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보여줬다 싶다. 시종일관 틈틈이 크고 작은 유머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런 와중에 거대한 액션으로 눈높이까지 충촉시키려 한다. 완벽한 킬링타임 영화다.
허허실실, 이 영화의 전략
영화는 여러 면에서 허술한 듯 부족함이 없다. 우선 캐릭터들의 조합이 눈에 띈다. 다양한 전략전술와 계획으로 믿음직한 리더 에드긴은 입만 살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고, 어떤 위기도 파헤칠 것 같은 힘을 가진 올가는 근육밖에 없는 무식쟁이다. 위대한 가문의 후예 사이먼은 포텐을 터뜨리지 못하는 연약한 소서러일 뿐이고, 변신 천재 드루이드 도릭은 항상 아슬아슬하고, 최강의 팔라딘 젠크는 융통성도 없고 재미도 없다.
어딘가 하나씩 모자란 캐릭터들인데 이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보완해 주는 한편, 각자의 장점을 적재적소에 살리니 보족한 게 없어 보인다.
거기에다가 영화는 더할 나위 없는 중세풍 배경과 상상력 자극하는 크리처들을 내세워 없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수준이 생각 외로 매우 높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와 장면들이 다수 보이는데, 캐릭터들의 조합을 보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떠오른다.
젠더 프리와 새로운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