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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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장실습생을 직접 수용하는 산업계의 분위기는 어떨까. 허드렛일이 필요한 직종에서 값싼 비용으로 인력을 마음껏 부릴 수 있으니, 어떻게든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교육 당국과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둔갑, 누구든 꺼려하는 분야로 대거 내몰리게 된다. 힘에 부친 아이들이 하나둘 그만둘 때마다 해당 업체는 다시 뽑으면 그만이었다. 이러한 행태가 일종의 관행처럼 업계에서 횡행한다. 아직 학생 신분이라는 약점을 역이용해 급여를 떼먹는 등 부조리한 행태도 여전하다.
이 와중에 학교는 아이들의 중도 탈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 방식이 지나치게 비인간적이며, 비교육적이다. 아이들의 인성 발달을 책임져야 하는 교육 현장에서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취지로 현장실습 중도 탈락자에게 주홍글씨를 아로새긴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이쯤되면 극 중 소희가 담임교사에게 어렵다고 하소연해도 어떠한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부모와 담임교사뿐 아니라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소희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고립되어 갔다. 과연 누가 그녀를 막다른 궁지로 내몬 것일까.
여느 또래들처럼 춤추기를 좋아했던 앳된 고3 아이가 취업을 전제로 한 현장실습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이 아이의 꿈을 짓밟은 건 무얼까. 누군가가 의도하는 것처럼 성격에 흠결이 있는 한 아이의 단순 자살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어른들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 홀로 고립돼 있다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자 안타깝게 숨져간 사회적 타살일까.
영화 <다음 소희>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제 사회가 답해야 할 차례다. 또 다른 소희가 더 이상 없도록.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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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실습생의 죽음... 심리적 부검 통해 밝혀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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