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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결승에서 만나는 일본-미국, 자존심 건 한판승부

미국과 일본 결승대진, WBC가 원했던 이상적인 시나리오

23.03.21 14:52최종업데이트23.03.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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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세계 야구 최강국의 자존심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다. 미국은 지난 3월 20일(한국시간) 쿠바와의 준결승전에서 홈런 4개를 포함한 장단 14안타를 기록하며 14-2로 대승했다.
 
이어 일본은 21일(한국시간) 멕시코에 9회 말 6-5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합류했다. 싱겁게 끝난 미국-쿠바전과 비교하면 이 경기는 동점과 역전을 거듭하는 대접전이었다. 일본은 경기 종반까지 멕시코의 기세에 끌려다니며 패색이 짙었으나 9회말 터진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끝내기 결승타에 힘입어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던 일본이었지만 멕시코의 화력에 상당히 고전했다. 3회까지 무득점으로 투수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경기는, 일본 선발 사사키 로키가 4회초 2사 1, 2루에서 메이저리거 루이스 유리아스(밀워키)에게 좌월 3점 홈런을 내주면서 균형이 깨졌다. 사사키는 4이닝 5피안타로 비교적 호투했으나 단 1번의 홈런으로 3실점을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반면 일본 타선은 멕시코 패트릭 산도발(LA 에인절스)과 호세 우르퀴디(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연이은 호투에 밀려서 중반까지 크게 고전했다. 일본은 4회말 2사 1, 3루, 5회말 2사 만루, 6회말 2사 만루 기회 등 연이어 득점권에 주자들을 출루시키며 기회는 많았지만, 고비마다 멕시코의 호수비에 막히며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멕시코 쪽으로 점점 기울어가는듯하던 흐름은, 일본이 7회말 공격 2사 1, 2루에서 요시다의 우월 동점 3점포가 터지며 겨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일본은 5회부터 결승전 선발투수로 내정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3⅓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까지 등판시키며 총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동점을 허용하고도 멕시코는 호락호락 무너지지 않았다. 곧바로 멕시코 타선은 8회초 야마모토를 상대로 랜디 아로자레나와 알렉스 버두고가 연속 2루타로 다시 리드를 잡았고, 조이 메네세스와 파레디스도 안타를 때려내며 점수차를 5-3으로 벌였다.
 
일본은 8회 1사 2, 3루 찬스에서 대타 야마카와 호타카가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했다. 4-5로 뒤진 9회말 일본의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오타니가 2루타를 날린 데 이어 동점주자가, 요시다가 볼넷을 골라내며 역전주자까지 나갔다. 그런데 타석에 선 것은 하필이면 이날 4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무라카미(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였다.
 
2000년생의 무라카미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56홈런을 때려 한 시즌 일본선수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일본의 젊은 거포였다. 무라카미의 기록은 1964년 오 사다하루가 세운 55홈런 기록을 58년 만에 갈아치운 대기록이었다. 외국인선수를 포함하면 일본프로야구 최다 홈런 기록은 2013년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세운 60개다.

또한 무라카미는 지난 시즌 홈런 역사 포함 타율 0.318. 134타점으로 모두 센트럴리그 1위를 차지하며 일본프로야구(NPB) 역사상 최연소 트리플 크라운 수상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2025시즌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는 선수였다.
 
하지만 무라카미는 정작 이번 WBC에서는 유난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멕시코와의 준결승 직전까지 무라카미의 성적은 17타수 4안타 타율 .235에 불과했다. 기대했던 홈런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더구나 멕시코전에서는 9회 전까지 무안타에 삼진만 3개나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만일 이날 일본이 패했다면 무라카미가 패배의 주범 1순위가 가장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심지어 이날 경기에서도 직전 타석까지 4타수 무안타에 삼진 3개로 침묵했다. 하지만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대표팀 감독은 끝까지 무라카미를 교체하지 않았다. 멕시코전에서는 기존의 4번에서 5번으로 한 타순 내려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심타선이었다.
 
무라카미는 최악의 상황까지 놓였다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구리야마 감독은 1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마지막 이닝,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부진하던 무라카미에게, 과감하게 번트 대신 강공을 밀어붙이는 승부수를 던졌다.
 
무라카미는 멕시코 마무리투수 지오바니 가예고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패스트볼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장타를 터뜨렸다. 타구는 담장을 맞고 나왔고, 2루주자 오타니와 1루에 있던 대주자 슈토 우쿄가 홈을 밟았다. 6-5 끝내기를 확정짓는 드라마틱한 역전 2루타였다.

승리가 확정된 이후 무라카미가 구리야마 감독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는 장면은 특별한 여운을 남겼다. 구리야마 감독은 "무라카미는 세계를 놀라게 할 타자가 될 것이고 믿어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2일 열리는 미국과 일본의 결승대진은 WBC가 원했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현존하는 메이저리그 투타 최고의 선수이자 LA에인절스 팀동료이기도 한 마이크 트라웃(미국)과 오타니 쇼헤이(일본)의 맞대결도 기대를 모은다. 
 
WBC에서 일본은 초대인 2006년과 2회 2009년을 2연패했고, 미국은 바로 지난 2017년 대회를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일본은 미국과 결승전에 한국전 선발로 나섰던 다르빗슈 유를, 미국은 메릴 켈리를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타니는 미국전에서 유사시 불펜으로 등판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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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결승전 무라카미 믿음의야구 오타니쇼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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