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과 제작자 김동하, 배우 김시은이 지난해 10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입장하고 있다.
유성호
<다음 소희>의 수호자들
정주리 감독은 함께한 스태프, 배우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을 강조했다. 특히나 배두나는 <도희야>로 인연을 맺은 이후 이번 영화가 나오기까지 마중물 역할부터 직접 출연까지 하며 힘을 보탠 장본인이다. 가장 먼저 감독은 그에게 시나리오를 건넸고, 배두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역할로든 감독님 곁을 지키고 싶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 말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수호자라는 표현이 딱 맞다"며 정 감독은 말을 이었다.
"마음뿐 아니라 실제로 절 지켜주셨다(웃음). 저라는 작가를, 이 영화를 지켜낸 가장 큰 공로자다. 소재도 그렇지만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너무 힘들고 위험한 시도인데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대로 영화가 나와야 한다 생각하셨고, 기꺼이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생각했던 것 같다. 출연 결정 이후 투자도 수월해졌고 촬영장에서도 유진을 연기한 배우로서도 그렇고 현장 스태프들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였다. 영화 촬영 후 바로 할리우드로 가야함에도 계속 신경 쓰고, 체크하셨고 영화 완성 때까지도 함께 해주셨다.
김시은 배우도 신인인데 소희를 너무나 잘 이해해주었고 거기에서 나아가 비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겐 행운이었지. 어쩌다 보니 시은 배우의 데뷔작이 <다음 소희>가 됐다. 다른 장편이 개봉이 밀리게 됐는데, 그의 데뷔를 함께 한 것 같아서 기쁘다. 제작진을 비롯해 작은 역할을 해주신 배우분들 모두가 하나가 됐다. 우리가 만들어 낸 하나의 힘이 관객들로 인해 더 큰 힘으로 돌아온 것 같다."
정주리 감독은 <다음 소희>를 시작할 때 마음을 곱씹었다. 한 시사 프로에서 사건을 접한 후 받았던 충격, 그리고 영화를 결심하기까지 그는 "부끄러운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뉴스를 봤을 땐 대체 왜 젊은 아이들이 그런 데서 일할까 부모는 뭐하는 사람이지 싶은 생각 정도였다. 좀 더 알게 되면서 이건 이렇게 지나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현장실습이란 것 자체도 몰랐다. 제가 느낀 그 거리감이 참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은 왜 그리 안절부절 하며 바라보았을까 싶었다. 탄핵은 나와 가깝고, 이 사건은 나와 먼 일인가? 거기서부터 시작한 것 같다.
좀 더 들여다보면 유진이란 인물은 소희라는 아이가 죽었기에 등장한 사람이다. 원래부터 좋은 어른이 아니라 비극이 있었기에, 거기에 관심을 가졌기에 유진의 행동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너무 늦었지만 더 늦지 않겠다는 바람으로 저도 마음을 다잡고 영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소희 죽음 자체도 엄청난 비극인데 그 이후 벌어진 일이 더 비극이지 않나. 죽음 자체를 충분히 애도하지 않는 그 현실이 너무 마음 아팠다. 그 얘길 꼭 하고 싶었다."
정주리 감독은 홍수연 학생의 아버지이자 유가족인 홍순성 선생을 이야기를 꺼내며 인터뷰 말미 관련 법안이 꼭 무사히 통과되길 바라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오래 고통받아 온 세월이 그래도 의미가 있으려면 법안이 잘 나와야 하고, 그걸 계기로 더 깊은 논의들이 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독 또한 창작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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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