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 소희> 스틸 이미지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는 "이대로라면 '다음 소희'가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말하는 대신, 소희의 친구들과 동료들을 통해 다음 소희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콜센터 직원에서 백화점 안내원, 택배기사로 그 자리만 바뀌었을 뿐 현장실습생들이 일터에서 겪는 문제는 어디서든 반복된다. 그리고 그들 곁에 울타리가 되어줄 어른은 가정에도, 학교에도, 회사에도 아무도 없다.
"적당히 하십시다. 이제 교육부 가실랍니까? 그 다음은요?"
분노하는 유진을 향해 장학사가 내뱉은 이 말은 서늘하고 무력하다. 당신이 아무리 애써봤자 이 견고한 시스템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쉽게 절망하게 하는 강렬한 메시지다.
우리 사회가 그렇듯, 영화에는 현실을 외면하고도 끝내 떳떳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속시원한 결말은 없다. 유진이 형사로서 이들을 단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진은 인간으로서,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회에서 '책임지는 어른'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소희와 비슷하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태준을 만나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나한테 말해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 말에 "고맙습니다"라
며 펑펑 우는 태준의 모습에서 우리는 살릴 수 있었던 많은 소희의 얼굴을 본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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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음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분노 대신 <다음 소희>를 만들었다. 정주리 감독은 자신도 이 문제를 반복하게 만든 사회의 일원이라는 반성과 부채로 영화를 만들었고, 유진 역을 연기한 배우 배두나는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 생각하지 못하던 것들을 되짚어 주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 불편함을 예견하고도 이 영화를 보기로 선택한 관객의 마음 또한 아마 비슷할 것이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잘못했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사회. <다음 소희>는 그 구조 안에서 나는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를 묻는 영화다. 책임지는 어른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 시스템을 단번에 무너뜨리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곁의 누군가를 잃지 않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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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뒤에 가려진 현장실습생의 '참담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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