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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혹은 빌런, '한국 킬러' 케이로스의 명암

23.02.07 14:56최종업데이트23.02.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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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킬러'로 악명을 떨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카타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다시 아시아에서 지도자 경력을 이어가게 됐다. 향후 아시아 무대에서 언제든 한국축구와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기에, 국내 팬들에게도 그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카타르축구협회(QFA)는 지난 2월 7일 케이로스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이며, 카타르 축협은 케이로스의 풍부한 경력과 아시아 축구에서의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포르투갈 출신의 케이로스 감독은 현역시절에는 골키퍼로 프로 무대에는 데뷔조차하지 못한 무명 아마추어 선수 출신이었지만, 지도자로서 빅클럽 및 국가대표팀 지도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케이로스는 1989년과 1991년에 포르투갈 U-20 대표팀을 이끌고 청소년월드컵(현 U-20 월드컵)을 2연패하며 루이스 피구 등 '황금 세대'를 배출해내면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수석코치로 활약하며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박지성과도 인연을 맺었다. 당시 능력을 인정받아 퍼거슨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으며,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조국인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에 오르기도 했다.
 
케이로스가 한국축구팬에게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11년부터 이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였다. 케이로스는 두 차례에 걸쳐 이란 대표팀을 맡으며 무려 3회 연속으로 본선을 이끌었다. 이란이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한국과 계속해서 같은 조에 편성되면서 자주 맞붙을 수밖에 없었는데 케이로스는 한국에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이며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3년 6월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벌어진 '주먹감자'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월드컵 본선행을 놓고 한국-이란-우즈벡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가운데, 한국과 이란은 울산에서 열린 최종전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당시 최강희 한국축구대표팀이 이란 원정 경기에서 당했던 텃세를 언급하며 설욕을 다짐하자, 케이로스는 이를 문제삼아 언론플레이를 펼쳤고 최 감독이 우즈벡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합성된 티쳐스를 입고 나와 도발했다. 이에 최 감독도 케이로스에게 "월드컵은 TV로나 지켜보라"고 응수하며 양팀의 감정싸움은 절정에 달했다.
 
비기기만 해도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한국은 홈에서 파상공세를 퍼부었으나 끝내 골문을 열지 못 했고 오히려 실책과 역습으로 한 방을 허용하며 이란에게 또 고배를 마셨다. 이란의 승리로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되자 케이로스는 한국 벤치로 다가가더니 최 감독에게 주먹감자를 날리며 포효하는 비매너 행동으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국은 이란에 패해 조 2위에 그쳤지만 우즈벡을 골득실에서 앞서 간신히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도하의 기적'으로 회자되는 1993년 미국월드컵 예선 이후 한국이 가장 심각하게 본선탈락 위기까지 몰렸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축구팬들에게는 '비호감'으로 단단히 낙인이 찍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한국은 이후로도 케이로스 감독이 이끌던 이란을 끝내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케이로스는 이란 대표팀 1기 시절인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과 총 5번 격돌하여 4승 1무(월드컵최종예선과 평가전 포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 기간동안 0-1 패배가 4번이었고, 무승부(0-0)가 1번으로, 승리는커녕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이전까지 팽팽하던 한국과 이란의 상대전적(9승 8무 13패 한국 열세)이 이란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이 바로 케이로스 시절이다.
 
한국은 케이로스 감독이 콜롬비아 대표팀을 이끌던 2019년 3월 26일 홈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하며 비로소 '케이로스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어 2022년 3월 24일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에서는 비록 케이로스가 없었지만 2-0으로 승리하며 오랜만에 이란전 무승에서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전격 복귀한 케이로스의 이란 대표팀 2기 시절은, 이미 양국이 본선행을 확정한 이후라 한국과 다시 격돌할 기회는 없었다.
 
케이로스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직후, 한국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주먹감자 사건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던 국내 여론의 반응은 좋지 않았고, 결과적으로도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사령탑 부임에 상당히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로스 감독은 과대평가와 과소평가가 모두 공존하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세계축구에서는 변방에 가까운 이란을 사상 최초로 2회 연속 본선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나, 전력상 우위에 있던 한국에 유난히 강한 모습에서 증명되었듯이 확실히 능력은 있는 인물이다. 역대 한국대표팀을 이끌었던 외국인 지도자 중에서도 히딩크나 벤투 정도를 제외하면 그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할 만한 인물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류 감독이라고 하기에는 업적이 애매하다. 이란 대표팀을 이끌고 3번이나 본선에 도전했지만 끝내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물론 이란이 세계무대에서는 엄연히 약체이고, 강호인 아르헨티나를 괴롭히거나 모로코-웨일스 등에게 승점 3점을 따내는 등 내용 면에서 상당히 선전한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또한 이란이 엄연히 우승후보로 꼽힐 만한 아시안컵에서도 두 번 도전했지만 모두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세계적인 팀이었던 레알 마드리드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주축 선수들과 불화설까지 겹쳤다. 이란 대표팀 1-2기 사이에 맡았던 콜롬비아와 이집트 대표팀에서도 성적부진으로 물러났다.
 
종합하자면, 약팀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역량과 전술적 능력은 준수하지만, 세계적인 팀이나 스타플레이어들을 장악할 정도의 리더십은 부족하고 토너먼트 대회에서 약하다는 단점도 뚜렷한 1.5류-2류 정도의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포르투갈 출신 감독들의 흔한 특징 중 하나인 다혈질에 언론플레이가 심하여 자주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카타르는 국제축구연맹 랭킹 60위로 지난 월드컵에서는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첫 출전했지만 3연패로 무기력하게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카타르는 펠릭스 산체스 감독이 월드컵 이후 5년간 잡았던 카타르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후임으로 중동축구에서 실적이 검증된 케이로스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카타르는 지난 아시안컵 디펜딩챔피언이자 8강전에서 벤투호를 탈락시킨 악연이 있다. 여기에 한국축구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고 '질식수비'를 구축하는 데 능한 케이로스의 존재는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란 시절에 찜찜한 여운을 남긴 케이로스와의 악연을 차라리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청산할 수 있는 기회라는 반응도 나온다. 아직 후임 사령탑이 정해해지않은 한국축구와, 카타르 '케이로스호'의 리벤지 매치는 성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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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케이로스 카타르축구대표팀 한국킬러 북중미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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